8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만남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답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두 사람의 만남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며 추궁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윤 후보자가 여권 인사 뿐 아니라 야권 인사들도 만났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 청문회에 앞서 한국일보는 “7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올해 4월 양 원장과 회동”했다며 “4월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후임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하마평이 무성할 때였다. 또 문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양 원장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기획을 짜며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위해 몸을 풀던 시기이기도 하다. 윤 후보자가 양 원장과 사적 친분이 있더라도 직접 대면은 자제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단독]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 앞둔 4월에 양정철 만났다)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가 대통령의 복심, 대통령의 최측근인사라고 하는 양정철 연구연구원장을 금년 4월 만난 게 사실이냐”며 “양정철씨를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자는 올해 양 원장을 만난 시점은 4월이 아닌 2월이라고 바로잡는 한편, 지난 2015년 대구고검 근무 시절 “가까운 선배가 주말에 서울 올라가면 한번 얼굴을 보자고 해서 식사 장소에 나갔더니 그분(양 원장)이 나와 있었다”며 첫 인연을 설명했다. ‘총선 출마 제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정치에 소질이 없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그러면서 “그분하고 몇 차례 만났지만 단둘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한 게 아니고 선배와 교수 이런 분들이 계셨다”며 “그분이 야인이지만 아무래도 정치권에 연계된 분이기에 저도 굉장히 조심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제가 총장으로 취임을 한다면 여야 의원님들도 좀 기회 될 때마다 자주 뵙고 또 말씀도 들려고 한다. 많이 유의하고 부적절한 것은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양 원장을 연초에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검찰)총장시켜준다고 하던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자가 “일행들도 많고, 그런 이야기를 나눌 입장도 아니고 그분이 무슨 검찰총장을 추천한다는 건 너무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묻는데 피식피식 웃으면서 말하나. 아무 이야기한 게 없으면 뭐 하러 만났느냐”고 추궁했다.

이어 김 의원이 “금년 6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우리 당에서 양정철을 고발한 사실은 알고 있느냐. 곧 피의자가 될 사람을 몇 달 전에 만나서 대화한 건 적절한 건가”라고 주장하자, 윤 후보자가 “제가 나중에 (양 원장이) 고발될지 당시에 어떻게 아느냐”고 맞받았다.

한국당 소속이 아닌 의원들은 양 원장과 만남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질의를 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여러 사람들과 동석했다고 답했는데 정치적 대화나 상의를 나눈 게 있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좀 그랬는데 저나 그분이나 다 술을 좋아한다. 그 자리 자체가 지인들하고 만나서 술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자리였다”고 답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제가 알기로는 한국당에서 윤 총장 후보자를 욕심내서 접촉해서 출마해달라고 했다던데 사실인가”라고 물은 뒤 윤 후보자가 답을 꺼리자 “그분이 누구인지 제가 말씀드리기 전에 한번 말해보라”고 추궁했다. 윤 후보자는 끝내 해당 인물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박 의원은 “유능하고 평가가 좋으면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영입하려고 한다. 한국당도 영입하려고 했는데 정치에 뜻이 없어서 고사한 건 사실 아닌가”라며 한국당이 영입 시도를 문제 삼는 것은 “내로남불”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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