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편의 기사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프리미엄 택시 타다의 배신? 만취 女승객 사진 공유하자 ‘채팅방 성희롱’”이라는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불친절한 택시업계와 대비해 깨끗하고 친절했던 타다의 이미지를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포털에 20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특히 여성들 분노가 컸다. 가해 운전기사는 물론 타다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 타다는 공식입장문에서 “해당 드라이버는 즉각 계약해제 조치 됐으며 법적인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를 쓴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 사회부 기동팀 소속 최효정 기자는 “관련 오픈 채팅방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언젠가 터질 것 같았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지난 달29일 새벽 1시45분쯤 ‘타다’ 운전기사들이 초대된 한 모바일 오픈채팅방에 한 여성의 사진이 올라왔다”며 “이 여성은 만취 상태로 타다 차량 뒷좌석에 누워 잠자는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타다 업체 운전기사가 올린 사진 한 장을 두고 오픈 채팅방 참가자들 사이에서 거리낌 없이 성희롱성 발언이 오고 갔다. 최 기자는 애초 타다 업체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살펴보려고 문제의 채팅방에 가입했지만 여성 승객을 외모 평가하는 글(일명 얼평)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성희롱성 발언으로 도배되더니 결국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까지 올라오자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최 기자는 “타다 업체에서 휴게시간에 돈을 안 주는 문제(무급 전환), 10시간 이상 운전하고 화장실도 못 가는 등 운전기사 고충을 들어보려고 들어간 오픈 채팅방에서 문제가 될 내용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골뱅이가 이쁘다’, ‘못 생겼다’라는 얘기는 예사였다. 오픈 채팅방 대화 내용 전체로 보면 평상시 젊은 여성 승객에 대한 조리돌림문화가 만연돼 있었다. 사건이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승객 사진이 올라왔다”며 “열심히 하는 운전기사를 일반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경각심 차원에서 보도했다”고 말했다.

타다 본사 측은 최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자 사진을 올린 운전기사를 확인해 퇴사 조치했다. 하지만 퇴사 조치 후 문제의 기사가 나간 뒤에도 오픈 채팅방에선 “타다 아니면 못 들어가는 ○○여대”에 왔다며 학생들 사진들이 올라왔다. 여전히 성희롱성 게시물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최 기자 보도 이후 지상파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KBS는 타다 운전기사로 일한지 5개월이 된 A씨를 만났다. A씨는 타다 운전기사 인증을 거쳐 참여하는 또 다른 채팅방에서 오고간 성희롱성 대화 내용을 폭로했다. 타다 업체 운전기사들의 성희롱성 대화가 만연했던 것이다.

▲ 조선비즈 보도내용.
▲ 조선비즈 보도내용.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최 기자는 간접고용에서 원인을 찾았다. 최 기자는 타다가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어 1만 6000여명 운전기사를 간접 고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타다는 지원자의 무면허 여부, 음주운전 기록 등을 검증해 채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 기자는 “타다 운전기사를 만나보면 면허만 있으면 일할 수 있는 것처럼 하더라. 실상을 보면 협력업체 5~6개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오는데 협력업체마다 채용 기준과 관리 기준이 다르니 당연히 관리가 잘 안 돼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KBS 역시 “기사 채용이 택시 업계와 비교해 허술하다는 점은 꾸준히 지적돼 왔다”며 “택시기사의 자격이 1년 이상 무사고 운전 경력에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반면에, 타다 기사는 무면허이거나 음주운전 경력이 없으면 면접만 통과하면 된다. 이렇게 만명 넘는 타다 등록 기사 대부분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100% 원인으로 볼 순 없지만 간접고용 때문에 인력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분명하다.

최 기자는 “택시업계와 갈등을 벌이는데 타다가 마냥 선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무조건도 문제지만 100% 간접고용이니 누가 어떻게 일을 할지도 모른다. 깨끗하고 편하지만 타다가 주장하는 게 100% 맞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보도 이후 오픈 채팅방은 어떻게 됐을까. 최 기자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놨다. 최 기자는 “관련 기사가 나간 뒤 모자이크 처리된 여성 승객 원본 사진을 공유해달라고 난리가 났다”고 허탈해했다. 최 기자는 “타다의 한 기사는 오히려 이 문제가 기사화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진 정도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성범죄가 터질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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