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본부가 시사기획창 ‘태양광사업 복마전’편 방송 이후 일고 있는 청와대 부당 외압 논란과 재방송 결방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 홍사훈 시사제작국장이 내부게시판을 통해 방송 이후 벌어진 일을 공개했지만 5일 KBS 기자협회까지 외압 의혹을 제기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보도본부 명의로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다.

KBS 보도본부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시정조치를 요구했는데 사흘이 지나도록 조치가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방송이 나간 뒤 19일과 20일 ‘프로그램에 몇몇 문제가 있는 듯하고 우리가 정정보도 요청을 할 것 같으니 알고 있으라’는 취지로 말한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KBS 보도본부는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위 내용을 언급한 것이 ‘시정조치 요구’였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보도본부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밝힌다”며 “누구에게 어떻게 시정조치를 요구했는지는 청와대가 밝혀야할 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윤도한 수석의 ‘시정조치’ 발언이 나오고 재방송이 결방되면서 외압 논란이 일었지만 시정조치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었다는 게 KBS 보도본부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KBS 보도본부는 제작진이 입장문을 준비했지만 배포하지 않은 것은 KBS가 청와대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준비된 입장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몇 문제점이 발견됐고, 그 가운데는 프로그램의 진실성, 공정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취재기자가 사실 확인을 했다고 보고한 농림부 차관 발언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그 발언을 근거로 ‘대통령이 박수를 쳤다는 전언에 어이없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단정하며 청와대 연루 의혹을 제기했는데 그 발언이 있었는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이를 무시하고 입장문을 낼 수 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홍사훈 시사제작국장이 내부게시판을 통해 전언 형식의 발화 주체자인 김모 차관 발언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재기자의 말을 들었다며 취재 원칙상 반론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입장문을 내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과 일치한다.

KBS 보도본부는 또한 “대통령이 어떤 현장에 가서 박수를 쳤는지, 정부 부처가 규제를 풀었는지 등 ‘물리적 사실’ 자체는 문서 등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해당 보도의 쟁점은 대통령이 박수를 쳤기 때문에, 즉 대통령이 좋아했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푸는 결정을 내렸느냐라는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것은 해당 발언을 했다는 농림부 차관 등에게 반론보도 차원에서라도 교차 확인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KBS 본관 전경.
▲ KBS 본관 전경.

KBS 보도본부는 “설령 제작진이 그런 인과 관계를 다른 방법으로 입증 가능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사전 심의에서도 지적된 쟁점인데, 이를 프로그램 안에 담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KBS 보도본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에 대해 외압을 행사해 방송법 위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것과 비교해 윤도한 수석의 발언도 방송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KBS 보도본부는 이 전 수석은 비판적 보도 자제 요청의 비판기사 당사자는 해양경찰이었고, 윤도한 수석은 비판 기사 당사자로서 방송이 나간 뒤 반론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수석은 방송사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거는, 비공식적 방법으로 의사 표현을 했지만 윤도한 수석은 브리핑이라는 공개적 형식으로 의사 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수석 1심 유죄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이 브리핑하거나 보도 해명 자료를 내는 등 공식적이고 정상적 방법을 택하지 않고 방송이 나가자마자 즉시 방송국의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하고 방송 내용의 변경을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공보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KBS 내부에선 재방송 결방 결정을 사전에 제작진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 결정한 것도 청와대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KBS 보도본부는 지난 22일 재방송 편성을 하루 앞두고 보도본부장과 담당국장이 제작진의 입장문을 검토한 결과 “내외부 문제제기 대해 충분한 소명과 반론이 담기지 못한 점을 발견하고 고민했다”면서 “편성본부에서 재방송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보도본부장은 프로그램의 최종 제작책임자로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