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이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또 기습 설치했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기에 청계광장으로 천막을 옮겼다가 8일 만에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왔다.

한국일보 등 보도에 따르면 우리공화당 측은 이날 오후 5시45분쯤 KT 광화문지사 맞은편 광화문광장에 천막 2개동을 설치했으며, 이어 오후 5시57분쯤 천막 2개 동을 추가로 설치했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시작해 오후 4시쯤 전날 천막을 설치한 세종문화회관 앞에 도착했다. 5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태극기 부대’가 3.1운동 100주년 기념탑과 세종대왕 동상 인근을 지키던 경찰을 가로막은 사이 우리공화당이 적힌 조끼를 입은 인력들이 순식간에 접이식 천막을 펼쳐 세웠다. 

한국일보는 “당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세종대로 일대에는 50개 중대 3,500여명 규모의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며 “경찰도 불법점유를 제지할 권한이 없어 우리공화당과 서울시의 숨바꼭질만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경찰이 우리공화당의 광장 불법점거를 막지 못하는 이유를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위험발생 방지를 위해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천막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은 경찰의 정당한 업무수행과 상관없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한 업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천막을 긴급하게 철거할 시설로 보고 즉시강제권을 발동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공원, 도로에 대한 관리권을 가진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우선 실시하는 게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서울시는 지난 6일 우리공화당에 불법설치한 천막을 자진 철거하라는 행정대집행계고장을 발부했다”면서 “7일 오후 6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했으나, 집행가능성은 당분간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내다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현실적으로 당장 강제철거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된다. 지난 철거에서 서울시 직원 500명, 용역 400명, 소방인력은 100명이 투입됐다”며 “그 때와 비슷한 규모의 행정력을 투입하려면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일까지 광화문광장 일대에 설치된 우리공화당 천막은 모두 10개다. 광화문광장에 4개, 청계광장에 2개, 세종문화회관 앞에 6개 동 등이다. 

중앙일보는 근본적으로 서울시가 제정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조례가 분명하게 해석되도록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광화문광장이 이른바 ‘가성비 좋은 정치광장’으로 변질된 건 역설적이게도 정치집회를 금지하는 조례 때문”이라며 “서울시가 제정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제1조)고 돼 있다. 서울시는 이를 근거로 정치집회를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우리공화당이 서울시와 아무런 협의 없이 불법으로 천막을 설치해 이를 막으려는 서울시를 두고 서울시 우리공화당의 ‘광화문광장 천막 쟁탈전’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정치적 목적이 없다”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의 주장을 전하면서도 기사에 ‘불법 천막’이라는 지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중앙일보는 정치집회를 금지한 서울시 조례가 모호한 탓이라며 “우리공화당이 광장에 천막을 설치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도 문제지만, 서울시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 선용, 문화 활동 지원 같은 추상적인 문구보다는 참석 주체를 구체화하고, 행사 내용이나 사후 관리까지 고려돼야 논란이 잦아질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면 한겨레는 “‘극우 정당’ 현주소 드러낸 ‘광화문 불법천막 소동’”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우리공화당의 천막은 뭐라 하든 명백한 불법이다. 서울시에 사전승인 요청을 하지도 않았고, 애초 광장 사용 취지와 어긋나는 정치적 목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이는 서울시 조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또 “우리공화당은 ‘세월호 천막’은 되는데 자신들 천막은 왜 안 되느냐고 항변한다. 이 또한 한심하기 짝이 없다”면서 “2014년 세월호 유가족의 광화문광장 천막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서울시에 정식으로 요청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을 극복하려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것이었다. 오로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세워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우리공화당 천막과는 근본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우리공화당이 서울시의 합법 행정에 맞서 불법 행위를 거듭한다면 사실상 퇴출에 준하는 강력한 제재를 강구해야 한다”며 “불법이 계속된다면 우리공화당 쪽에 재정적·형사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철거 집행 비용을 우리공화당 쪽에 청구하는 한편, 철거를 방해한 당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고발했다. 반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이를 추모하는 광화문 천막을 두고 ‘서울시가 불법 천막을 철거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조선일보는 우리공화당엔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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