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일간 진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을 두고 주요 방송사 8개 중 절반 이상이 “불편해도 괜찮다”는 시민들의 지지입장을 보도했다. 쟁점 해설에 가장 공들인 방송사는 YTN으로, 유일하게 노·정 당사자를 뉴스프로그램에 출연시켰고 8개사 중 파업 보도에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3일 간 지상파 3사(KBS·MBC·SBS), 종편채널 4사(채널A·JTBC·MBN·TV조선) 및 보도전문채널 YTN 등 8개 방송사 저녁 뉴스 보도를 조사한 결과 YTN이 최다 보도량을 기록했다.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은 1일 10여분, 3일 30여분 등 총 40여분을 파업 쟁점 해설에 할애했다.

▲7월3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7월3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7월3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7월3일 YTN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갈무리

양 교섭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한 언론사도 YTN이 유일했다. 3일 민태호 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은 직접, 김천홍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전화 인터뷰로 ‘뉴스가 있는 저녁’에 출연해 10여분씩 교섭을 둘러싼 입장을 밝혔다. YTN은 앞서 1일에도 파업을 예정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우정사업본부 노동자 각각의 상황을 10여분간 해설했다. 3개 노조 기자회견 발언도 모두 방영했다.

YTN은 “파업 동안 학교 130곳이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고 급식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파업에 따른 불편은 참을 수 있다”는 시민들 지지 행동도 비중있게 전했다. 변상욱 앵커는 3일 인천 서흥초등학교 학교장의 가정통신문을 소개하며 “그저 불편하다, 소란스럽다가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런 시간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흥초 학교장은 지난 6월28일 대체급식 계획을 학부모들에게 전하며 “평소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늘 애쓰는 분들이 7월 3~4일 이틀만큼은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또 비정규직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며 일터를 떠나 총파업에 함께 한다”고 밝혔다.

▲7월2일 JTBC 뉴스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갈무리
▲7월2일 JTBC 뉴스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갈무리
▲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3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7‧3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총파업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학생·학부모들의 “불편해도 괜찮다”는 지지 행동을 전한 언론사는 4곳 더 있다. 지상파 3사와 JTBC다. 특히 손석희 JTBC 사장은 2일 앵커브리핑에서 “(괜찮다는 피켓을 든) 학생들의 마음은 어른들보다 한참 앞으로 나가 있었다. 찜질방 같이 끓어오르는 조리실의 환경과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생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미안했던 것”이라며 ‘우리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에 소외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으면 한다’는 서흥초 가정통신문 구절을 읊었다.

KBS는 3일 “비정규직 총파업 불편하지만…일부 ‘파업지지’” 제목의 보도로, MBC는 3일 “밥 안 준다 원망 안 해요"…학생들 '피켓' 응원” 리포트로 관련 사실을 전했다. SBS도 3일 “사회도시락 들고 등교, 일부 단축 수업…#불편해도 괜찮아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위 5개 방송사는 3일 간 △노·사 대립 쟁점과 입장 △파업으로 초래될 공공부문 혼란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 목소리 등을 모두 보도하며 눈길을 끌었다. 

▲7월3일 MBN 뉴스8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가 요구하는 공정임금제란' 갈무리
▲7월3일 MBN 뉴스8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가 요구하는 공정임금제란' 갈무리
▲7월3일 MBN 뉴스8 '급식 대란 없었다…도시락·빵·우유에 단축수업도' 갈무리
▲7월3일 MBN 뉴스8 '급식 대란 없었다…도시락·빵·우유에 단축수업도' 갈무리

김주하 MBN 앵커는 이번 공공부문 파업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공정임금제’를 꺼냈다. 김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으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대기업과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맞추는 임금제”라며 “현재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의 임금이 9급 공무원의 64%에 불과하다며, 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2022년까지 8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김 앵커는 이어 “2천 8백여 곳의 학교 급식이 중단됐는데, 다행히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다음 리포트를 소개했다. MBN은 학교 현장 취재로 구성한 “급식 대란 없었다…도시락·빵·우유에 단축수업도” 리포트에서 학교들이 예고됐던 파업에 대체 급식, 단축수업 등으로 미리 대처해 우려했던 급식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했다.

▲7월3일 TV조선 '빵·도시락에 단축수업도…전국 2800여교 '급식대란'' 갈무리
▲7월3일 TV조선 뉴스9 갈무리
▲7월3일 채널A "800개 학교 급식 차질에 빵·우유…'차라리 요리수업'" 갈무리
▲7월3일 채널A "2800개 학교 급식 차질에 빵·우유…'차라리 요리수업'" 갈무리

반면 TV조선과 채널A는 파업에 따른 사회적 혼란만 강조했다. 채널A 보도 5건 중 3건은 맞벌이 학부모들이 비상에 걸렸고 아이들의 영양이 우려되며 매년 파업이 반복된다면 맞벌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학부모 입장을 전했다. 특히 3일 “붉은 수돗물 엎친데, 급식 파업 덮쳤다... 불안한 학부모들” 보도는 인천 수돗물 사태와 파업을 무리하게 연관지었다. 보도는 “붉은 수돗물 때문에 지난달 초 이미 한 차례 대체식으로 급식을 대신했는데, 생수와 급수차까지 동원해 겨우 재개한 급식이 한 달도 안 돼 다시 중단됐다”고 강조했다.

TV조선은 3일 “빵·도시락에 단축수업도…전국 2800여교 '급식대란'” 보도에서 점심 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직접 가져다주는 학부모와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먹는 학생들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TV조선은 이어 “돌봄교실도 차질…학부모단체 ‘민주노총 해체하라’” 리포트에서 “학부모단체는 서울에서 집회를 열고, 급식 문제 때문에 학교 수업이 중단됐다며 민노총을 비판했다”며 “엄마들이 왜 민노총과 싸워야 됩니까. 정치 급식으로 변해버린, 그리고 그 뒷배를 보는 민주노총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겁니다”란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 발언을 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보도에서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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