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국제 정세보다 더 구한말 같은 것이 이 순간 한국과 일본의 통치 리더십이다. 지금 일본엔 화려했던 과거를 꿈꾸는 지도자가 등장해 있다.” (6월28일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 칼럼 “문대통령은 ‘고종의 길’을 가려 하는가”)

제국주의시대 일본 지도자들을 긍정 평가하면서 고종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교해 문 대통령의 외교를 비판한 조선일보 칼럼이다. 이 칼럼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토착왜구적인 시각이 언론계에도 퍼져있는 것이 좀 한심하다”고 말했다.  

▲6월28일자 조선일보 칼럼.
▲6월28일자 조선일보 칼럼.

KBS 1TV ‘저널리즘토크쇼J’가 7일 방송에서 정파적 이익만 좇는 ‘막무가내’ 외교 보도를 비평한다. KBS는 보도자료를 내고 “남·북·미 판문점 회동 및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논란을 계기로 한국 언론의 외교 관련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31일 판문점에선 역사상 최초로 남·북·미 정상이 한 곳에서 만났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의 북한 방문이기도 했다. 대다수 신문이 일제히 1면에서 관련 사실을 보도했으나 신문사별 논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해 이번 북미 정상 간 만남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언론의 경우 지난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당시 ‘한미 동맹 균열’, ‘한국 외교 고립’ 등의 보도를 내놓으며 정부 비판에 열을 올렸다. 

이 같은 일련의 외교 보도를 두고 외교관 출신의 장부승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미국이 오히려 유화 정책을 취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는 상황인데, 변화된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옛날에 쓰던 주문들만 계속 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예고 화면 갈무리. 
▲ KBS '저널리즘토크쇼J' 예고 화면 갈무리.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를 위한 핵심 3종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언론은 이를 정부 책임으로 돌리기도 했다.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방치한 탓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논조에 대해 장 교수는 “일본 정부가 강공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무엇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내놓는 전문가들을 취재해 보도에 반영해야 한다. 그런 자원들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현 상황을 짚어본 것을 근거로 사태의 심각성을 논한다면 모를까, 우리끼리 책임론을 펼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외교 보도와 경제 보도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데, 정파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그 이해에 맞는 기사를 쓰기 위해 일반화된 편견을 쉽게 활용한다”며 “정확한 진단 없이 이념적으로 쓰인 경제 보도가 경제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듯, 외교도 마찬가지다”라고 우려했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 예고편 갈무리.
▲KBS '저널리즘토크쇼J' 예고 화면 갈무리.

정 교수는 “정파적으로 쓴 외교 보도가 상대국에 보도되고, 그것을 다시 끌고 와서 입맛대로 보도하는 방식은 결과적으로 외교 문제를 푸는데에도 안 좋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한 뒤 “냉정한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자세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G20 정상회의 당시 불거진 ‘문 대통령 우산 홀대론’ 및 일부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확산된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팔짱 결례론’ 등 가짜뉴스도 다룬다. KBS는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한국 홀대론’, ‘외교 결례론’ 보도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짚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7일 밤 10시3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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