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가 7월4일자 칼럼에서 시사인 기자가 쓴 글의 한 대목을 김경수 경남지사가 말한 것처럼 잘못 인용했다. 

‘한 달 후 대한민국’이란 칼럼으로 유명한 이정재 칼럼니스트는 “한·일, 어려울수록 경제가 답이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최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不戰而勝)’, 화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뭘 못하랴.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찾아가 며칠 혼밥을 먹을 수도 있다. 이미 경험도 있다. 중국에선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해 몸을 낮췄고, 미국엔 “가랑이 사이를 기었으며(김경수 경남지사)” 북한의 온갖 막말을 견뎠다”고 적었다. 

문맥상 “가랑이 사이를 기었으며”란 대목은 문 대통령의 대미외교에 대한 김경수 지사의 직접적인 평가로 해석된다. 

▲ 7월4일자 중앙일보 칼럼.
▲ 7월4일자 중앙일보 칼럼.

하지만 “가랑이 사이를 기었으며”라는 표현은 2017년 9월9일 남문희 시사인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의 한 대목이다. 김경수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당시 “좋은 글”이라며 남문희 기자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했을 뿐이다. 글을 공유하는 것과 직접 말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남문희 기자는 “문통은 지금 굴욕을 감내하면서 사실상의 핵보유 국가인 북한과 맞서 최소한 함부로 취급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 생명줄을 쥐고 있는 미국의 가랑이 밑을 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가슴에 칼을 품고 저 고통스런 장면을 가슴 깊이 새겨도 시원치 않은 상황인데 남의 일처럼 손가락질하며 비웃느라 정신이 없다”고 적었다. 

김경수 지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남문희 기자의 글을 공유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통일 외교 안보 분야 행보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분석해 놓았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라고 100% 다 잘할 수는 없다”며 “‘지금 왜 저런 행보를 할까’ 한 번만 더 생각해봐 주시길 부탁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중앙일보를 통해서도 기사화됐다. 중앙일보 칼럼은 타사 기자가 페이스북에 쓴 표현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공인의 말로 둔갑시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