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인 급식조리 노동자들이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에 학생들을 위해 불참했다는 내용을 실은 인터뷰 기사가 사실과 달라 비판을 받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불참한 상황을 ‘아이들을 위한 선택’으로 미담처럼 그려 문제가 됐다.

부산일보는 5일자 2면 머리기사로 ‘급식대 지키는 조리사와 파업 응원하는 학부모’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냈다. 이 신문은 부산의 한 학교 급식조리사들이 ‘아이들에게 밥 대신 빵을 먹일 순 없다’며 지난 3~5일 진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에 전원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이 학교 조리사들이 “2017년 총파업에 이어 올해 총파업에도 불참했다”며 “아이들 입에 밥을 챙겨주려 파업도 접었다”고 썼다. 기사 첫머리는 “요놈들에게 어떻게 밥 대신 빵을 먹이나요….”라는 인용구로 시작했다. 기사에 따르면 조리사들은 “파업은 지지하지만 애들 생각하면 맘이 편치 않았다”, “우리도 파업하고 싶었지만 내부 사정도 있고 매일 허리 숙여 인사하는 똘망똘망한 꼬맹이들이 눈에 밟혀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학부모들이 이들의 모습을 보고 대신 ‘비정규직 파업지지’ 피케팅에 나섰다며 “조리사분들이 어린 우리 아이를 위해 ‘육아 동지애’를 발휘해 주시는데 우리라고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는 학부모 발언을 실었다. 말미엔 “4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때 부산에서는 전날보다 1개 학교가 더 늘어난 73개 학교에서 급식이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4일 부산일보 2면 머리기사. 음영처리=미디어오늘
▲4일 부산일보 2면 머리기사. 음영처리=미디어오늘

그러나 기사에 등장한 조리사는 이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노조원으로 있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와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부산민언련)은 5일 각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는 5일 “(부산일보가) 해당 조합원들이 하지도 않은 말을 기자 의도에 맞춰 소설처럼 써놨다”며 “왜 노동자들이 파업까지 결심했는지, 이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교육당국은 무얼 하고 있는지 심층분석한 기사를 부산일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기윤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 조직국장은 “조합원들에게 확인하니 이들은 ‘파업에 동참해야 하는데, 학교에 다른 사정이 있어 못하게 됐다’는 취지로 기자에게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측은 2017년 총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언급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들 조합원들은 2017년 총파업을 비롯해 이전부터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해왔다는 것이다.

이기윤 조직국장은 “이 분들은 가뜩이나 총파업에 함께 못 한 점을 안타깝고 미안해하는데, 하지도 않은 말이 기사에 나가 매우 당황하고 놀란 상태”라고 했다. 부산민언련에 따르면 기사 원제는 ‘○학교 급식조리사 “아이들이 눈에 밟혀요”’였다. 기사는 당일 부산일보 온라인판에서 삭제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기사가 난 뒤 해당 기자에게 항의했고, 같은 날 학부모회와 함께 기자를 만났다. 노조 측은 “기자는 기사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며 “기사에 나온 조합원들이 다시 거론되고 화제에 오르는 상황을 꺼려 정정보도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기윤 국장은 “애초 학부모들이 ‘학교 비정규직 파업을 지지한다’는 소식을 알리고자 매체에 접촉해 취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의도와 반대로 파업 불참을 놓고 미담 기사가 나오자, 학부모도 너무 미안해 조리사들을 찾아 사과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이 파업 상황에 몰린 데엔 교육당국의 책임이 있다. 언론이 ‘어느 학교가 파업했느냐’, ‘급식이 중단됐느냐 여부’에 초점을 맞추니 당사자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부산민언련은 이날 페이스북에 ‘아이들 눈에 밟혀 파업 불참했다는 급식조리원 인터뷰, 사실이 아니다’란 입장문을 내고 이같은 사실을 지적했다. 부산민언련은 “급식실을 떠나 총파업에 참가한 조리사들이라고 아이들이 눈에 밟히지 않았을까. 왜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합원들의 요구와 배경을 더 들여다보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기사를 쓴 부산일보 기자는 “학교비정규직노조 측과 이야기해 오해를 풀고 반론 차원에서 기사를 싣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