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사가 지난 5월28일 KBS 보도로  최상주 전 아시아경제 회장의 배임 등 의혹이 불거진 후,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통해 편집권 독립과 경영투명성 확보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뤘다.

5일 아시아경제(아경) 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경은 이른바 ‘5·28 KBS 보도 사태’가 터진 후 편집국 기자들을 중심으로 최상주 전 회장의 배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파악팀을 가동했다. 

5·28사태 진상파악팀은 문제가 제기된 최 전 회장의 투자 의혹 관련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아울러 변호사와 회계사 자문까지 받아 지난달 중순경 최 전 회장의 배임 의혹 내지 불건전 투자 활동 부분에서 논란점이 파악됐고,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조 측은 함께 제기된 성 접대 연루 의혹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규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검찰 등 수사 진행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진상파악팀은 문제가 된 투자 상황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했다”며 “최 전 회장의 사적인 영역의 문제는 확실히 진실이 규명되기 전까진 우리가 들춰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지난 5월30일자 아시아경제 신문 1면엔 “‘최상주 회장 의혹’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전국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 한국기자협회 아시아경제지회, 아시아경제 공정보도위원회, 아시아경제 사우회, 아시아경제 여기자회의 유감 글이 실렸다.
▲ 지난 5월30일자 아시아경제 신문 1면엔 “‘최상주 회장 의혹’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전국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 한국기자협회 아시아경제지회, 아시아경제 공정보도위원회, 아시아경제 사우회, 아시아경제 여기자회의 유감 글이 실렸다.

아경 노사는 자체 진상파악팀이 낸 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고, 지난 5월29일 사주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기사가 신문 1면으로 나가는 등 지면 사유화를 막기 위한 재발 방지책도 논의했다.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는 사측에 △편집권과 경영의 분리 △경영투명성 확보 △투자자금 회수 △내부 투자(처우 개선 등) △5·28 사태 문책 등 5개 주요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사측도 총론에 대해선 수용 입장을 밝혔다. 

특히 노조의 ‘편집권과 경영의 분리’ 요구와 관련해 노조가 편집권 독립 강화 방안으로 제시한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사측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까지 편집국장 임명동의제가 없었지만 이번에 이를 원칙적으로 수용했다”며 “다만 기존에 있던 중간평가제도를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선 조율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4일 노보를 통해 1일 조합원 총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아시아경제 구성원들은 5·28사태와 관련한 노사 교섭에서 경영투명성 확보 방안이 가장 미흡하다고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총회엔 조합원 63명이 현장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노사 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경영 투명성 확보’(49.2%)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어 ‘투자자금 회수’와 ‘내부투자 및 처우’가 요구가 각각 23.8%로 많았고, ‘문책’(15.9%)과 ‘편집-경영 분리’(7.9%) 순이었다. 

교섭 내용 중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엔 응답자의 47.6%(복수응답)가 ‘투자자금 회수’로 꼽았다. 41.3%는 ‘경영 투명성 확보’ 19%는 ‘내부 투자 및 처우’, 15.9% ‘문책’에서 부진했다고 답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조합원들도 같은 내용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답했는데 노조는 “현장조사와는 미미한 온도 차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온‧오프 설문조사에 참여한 100여 명 조합원의 목소리가 아경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지난 5월28일 KBS '시사기획 창-최상주의 비밀' 편 갈무리
▲ 지난 5월28일 KBS '시사기획 창-최상주의 비밀' 편 갈무리

사측 관계자는 이번 노조 설문조사 결과, 교섭 내용과 관련해 “회사는 이번 사안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노조와 전체 직원이 요구하는 부분을 전향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남은 세부적 사항에 대해서도 갈등 관계가 아니라 바람직한 논의로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최상주 전 회장은 지난 5월28일 ‘KBS 시사기획 창-최상주의 비밀’ 편 방송 직전 아시아경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회장은 “최근 M&A 과정에서 불거진 일련의 사태가 아시아경제의 독립적인 미디어 정체성을 혹시나 훼손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이같이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 전 회장 측은 KBS가 제기한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선 “명확한 증거 없이 짜깁기식 정황으로 사실인 것처럼 몰아간 것”이라며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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