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창 ‘태양광사업 복마전’ 편 방송을 놓고 반론을 갖추지 못한 완결성 낮은 보도 라는 지적이 나오고 청와대 부당 외압 논란이 일면서 KBS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다.

지난달 18일 KBS 시사기획창은 정부 추진 태양광발전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 내용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태양광 패널이 저수지 수면을 덮은 비율이 60%인 곳을 보고 박수를 쳤고, 차관이 ‘저기 30%도 없애버립시다’라고 발언했다는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며 KBS가 해당 발언 유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특히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방송 하루 뒤인 19일 ‘시정조치’를 요청했지만 KBS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고 공교롭게 재방송이 결방되면서 방송 외압 논란으로까지 확산됐다. 시사기획창 제작진은 제작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외부 권력의 개입을 금지하는 방송법 위반 혐의로 윤도한 수석을 고발했고, 자유한국당도 연일 재방송 결방은 청와대 외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S 내부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문제는 시사기획창 방송의 완결성과 윤도한 수석 발언을 중심으로 한 방송 개입 외압 논란이 겹치면서 복잡한 사안으로 비화되고 있다.

취재 완결성이 부족해 청와대 반발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윤 수석 발언은 정치권력의 외압에 해당하고, 제작진과 조율 없이 재방송을 결방시켜 KBS가 외압에 굴복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최문호 탐사보도부 부장은 지난달 27일 내부 게시판에 “전언을 증언으로 혼동한 건 아닌지”라며 시사기획창의 보도를 지적했다. 최 부장은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의 ‘전언’을 검증 없이 내보낸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은 인터뷰 가운데 “대통령이 60% 한 데를 보고 박수를 쳤거든”이라는 발언은 “차관→최규성→기자 순으로 전달이 됐다는 건데 차관이 대통령이 박수치는 것을 목격했는지 여부를 떠나 최규성 씨의 말은 전언”이라면서 “전언은 사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정에서도 증거 능력으로 인정이 잘 안된다. 더구나 전언을 증언으로 주장할만한 추가 취재나 근거 제시도 없었다. 예를 들어 해당 차관에게 ‘당신이 직접 목격 했냐’ 등의 확인 취재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최 부장은 “현재 갈등이 제기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볼 때 여러 궁금증 또는 의문점을 해소시킬 근거들이 있었다면 방송에 담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같은 날 통합뉴스룸 소속 인력 10명은 실명을 걸고 보도본부 수뇌부가 제작진의 입장문을 막고 재방송 결방을 결정했다면서 “백번 양보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송을 냈다면 수뇌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보도본부 소속 14명도 2일 실명을 밝히고 “제작진은 윤도한 수석이 시정조치를 요구한 시점에 (재방송이) 불방 된 경위를 따졌지만 사측은 청와대 요구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일부 내용에 확인한 부분이 있어 불방했다고 했다”이라며 2차 보도위원회에서도 사측이 ‘청와대 하수인’처럼 방송내용을 신문하듯 따졌다고 주장했다.

뉴스제작3부 소속 양지우 기자도 3일 “윤도한 홍보수석이 방송이 나간 뒤 KBS의 보도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사과를 요구했다고 공식 발언했다”면서 “윤도한 홍보수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핵심 권력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공영방송의 보도에 개입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주장에 21기 11명이 연서명했다.

▲ KBS 본관 전경.
▲ KBS 본관 전경.

연서명 형태로 내부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홍사훈 시사제작국장은 4일 내부 게시판에 방송 뒤 벌어진 일을 공개했다.

홍 국장은 방송 하루 뒤인 19일 김의철 보도본부장이 방송 내용 중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의 진술만을 담았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연관성을 시사하는 듯한 내용에 설명이 없고, 비판 대상자에 반론이 없는 걸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일 대통령이 박수 치고,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제한을 풀자고 했고, 노영민 비서실장 개인사무실 언급, 사회적경제비서관이 사업을 주도했다는 부분을 놓고 청와대가 자료를 취합 중이며 추후 정정보도 요청 예정이라는 입장을 청와대 출입기자로부터 전달받았다.

이후 보도본부장은 청와대 대응에 준비 차원으로 쟁점별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취재 기자에게 저수지 태양광 제한면적 해제를 요청한 차관이 누구인지, 그리고 직접 대통령이 박수치는 걸 목격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취재기자는 통화했으나 김모 차관이 ‘뭐 이런 걸 전화로 물어보냐’면서 전화를 끊었고, 녹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 국장은 취재기자에게 ‘시사기획 창 제작진의 입장문’ 작성을 지시하는 과정에 김모 차관에게 반론을 들었는지 여부를 거듭 확인한 결과 취재기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취재기자에게 김 차관과 통화했다면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를 물었지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고, 전화 통화 기록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지만 찾지 못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홍 국장은 지난달 23일 유선 전화를 통해 ‘저쪽에선 김모 차관이 전화 받은 게 없다는 데 전화 한 거 확실한 거지’라고 최종 확인 질문을 했고, 취재기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가 24일 (전화를 했다는 것은) ‘지어낸 말’이라는 답을 취재기자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 기자들이 보도국 수뇌부가 제작진의 입장문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하지만 김 차관의 반론을 들으려 했다는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입장문도 불가피하게 못 냈다는 것이다. 홍 국장은 이런 이유로 재방송 결방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 주장대로라면 사실상 취재기자가 반론 취재를 하지 않았는데도 논란이 되자 거짓말을 한 셈이다. 애초 이번 논란이 저널리즘 원칙상 보도의 완결성이 떨어져 벌어진 일이라는 게 본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KBS 한 기자는 “이번 사안은 청와대 윤도한 수석의 거친 언행이 부각되면서 제작진도 반발할 수 있다지만 본질은 KBS가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내용을 취재하면서 확인하지 않은 게 드러나면서 ‘청와대 입장조차도 취재하지 않은데 다른 취재는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말을 듣게 되고 KBS 뉴스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KBS 기자는 “방송은 함량 미달 보도였다. 여기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는 홍보수석의 실언이 겹치고 이때가 기회다 싶은 적폐들의 준동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연서명에 동의한 성명에 올라온 명단을 보면 지난 정부 시절 주요 보직 간부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KBS는 방송 문제점과 책임 소재를 따지기 위해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가 참여하는 보도위원회를 두 차례나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4일 오후 3차 보도위원회를 열 예정이지만 주장이 팽팽히 맞서 2심 기구격인 공정방송위원회 안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공정방송위원회에선 노사가 한 자리에 모여 보도 문제점과 공정성 등을 토의한다. 공방위에서도 별다른 결론을 못 내면 공정성위원회가 가동된다. KBS 역사에서 공정성위원회가 가동된 전례는 없다. 공정성위원회는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게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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