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에서 묻고 싶습니다. 휴게시간이 무엇입니까.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겁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노동하는 우리, 특히 활동지원사에게 올해부터 시행되는 휴게시간은 ‘노동시간’입니다.” (이옥춘 장애인활동지원사)

1년 전, 활동지원사와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을 ‘예외없이’ 보장받게 됐다. 지난해 7월1일 시행된 개정법에서 노동‧휴게시간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어들면서 사회복지서비스업도 특례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그간 대다수 기관에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1시간 휴게시간을 명시한 뒤 실제로는 근무하도록 운영해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휴게시간이 외려 공짜근무 혹은 배로 고된 근무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정부가 사회서비스 업종에 휴게시간을 안착시키기 위한 대책을 제시했지만,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번갈아 몰아서 맡도록 하거나 활동지원에 1시간짜리 대체근로 지원사업을 안내하는 등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채워졌다는 비판이다.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은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1년을 맞아 사회서비스 가짜 휴게시간 부추기는 정부대책을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법개정 뒤에도 휴게시간 미보장이 여전한 데 더해 임금까지 삭감됐다”며 보건복지부에 현실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은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1년, 사회서비스 가짜 휴게시간 부추기는 정부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은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정 1년, 사회서비스 가짜 휴게시간 부추기는 정부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이들은 “각 사회서비스 현장에서 휴게시간 미부여 사실을 위장하려 새로운 위·편법 관행이 자리잡았다”고 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보육교사들에게 ‘가짜 휴게시간 일지’에 서명하라고 하고, 장애인활동지원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사들에게 활동지원시간 측정 단말기를 ‘30분에서 1시간씩 끄고 일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속 적발만 피해 보자는 심산으로 오히려 노동자의 임금부터 빼앗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김지연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운영위원은 “현재 제가 일하는 원의 경우 보육교사가 차량지도를 하면 하루 8시간에 최소 2시간을 차에서 보낸다. 그만큼 행정업무를 볼 시간은 부족해진다. ‘서류 밀리는 능력 없는 교사’가 안 되려는 부담에 자연히 휴게시간에 서류작업을 한다”고 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교사 1명이 휴게시간에 평소의 2배 인원을 보육해야 한다. 이를 안전하게 해내지 못하면 다시 한번 능력 없는 교사가 된다”고 토로했다.

전덕규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사무국장은 “이전에는 그저 휴게시간 없이 묵묵하게 일했다면, 이제는 휴게시간도 없고 임금도 못 받는다”고 했다.

“기초자치단체와 국민연금공단은 복지부 공문에 따라 현장 활동지원 기관에 근로기준법 준수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휴게시간 실질 보장을 지시하는 게 아니라, 증명할 문서만을 요구합니다. 결국 활동지원사들은 쉴 곳도 지원인력도 없이 기록되지 않는 근무를 계속합니다.” 그는 “정부가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겠다며 시작한 대체인력 지원사업도 정보공개청구 결과 이용자가 1명에 그쳤다”고도 했다.

▲사회서비스업 노동·휴게시간 특례업종 제외 뒤 한 어린이집에서 작성하는 보육교사 휴게시간 일지. 보육교사가 출퇴근시간과 함께  ‘휴게시간(14:00~15:00)’에도 서명하도록 양식이 짜여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업 노동·휴게시간 특례업종 제외 뒤 한 어린이집에서 작성하는 보육교사 휴게시간 일지. 보육교사가 출퇴근시간과 함께 ‘휴게시간(14:00~15:00)’에도 서명하도록 양식이 짜여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은 정부가 각종 사회서비스 현장 실태를 먼저 조사한 뒤 인력 충원을 포함한 제대로 된 교대제 도입을 촉구했다. 또 이 과정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임금이 낮아지는 등 우려점을 놓고 현장 노동자들과 협의하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정답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예산 줄이기 급급해 엉터리 대책만 내놓는다”며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지자체는 현장 무급노동 실태부터 점검하고 지도감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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