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사장 논란이 한창이던 2009~2013년 YTN 경영기획실은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한 노조원을 현행범으로 체포해달란 협조 요청까지 경찰에 보냈다.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이하 미발위)가 지난 9년 간 논란이 됐던 YTN 인사·보도 문제를 조사한 결과 확인됐다.

YTN 미발위는 3일 지난 9개월 간의 조사 활동을 마무리하고 2008~2017년 간 인사·보도·경영 부문에서 큰 논란이 된 쟁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발위는 “2008년 7월 구본홍 전 사장 취임 이후 발생한 각종 부조리를 청산하고 이를 통해 미래 발전을 도모”하고자 2017년 12월 설치돼 지난해 10월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YTN 사측의 ‘노조원 체포 요구’ 요청은 3차례 발견됐다. 2009년, 2012년, 2013년 주주총회 직전 경찰에 보낸 협조공문에서다. 경영기획실은 2009년 3월18일 주총을 앞두고 노조와 마찰에 대비해 시설물과 신변 보호를 경찰에 요청하면서 ‘당사 신고가 있을 경우 즉각 경력을 출동시켜 현행범으로 체포해 주기 바란다’는 문구를 공문에 넣었다. YTN 노조가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하기 5일 전의 일이다. 

미발위는 “이 자체만으로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함은 물론, 주주 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에 ‘현행범 체포’라는 표현을 써가며 경찰력 동원을 요청한 것은 주주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 사측에 노무관리, 특히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노조 활동과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방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2008년 7월 1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회의실에서 진행된 YTN 임시주총에서 구본홍 사장 내정자 선임이 가결되자 울분을 터트리는 당시 최기훈 YTN 기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2008년 7월 17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 회의실에서 진행된 YTN 임시주총에서 구본홍 사장 내정자 선임이 가결되자 울분을 터트리는 당시 최기훈 YTN 기자. 이치열 기자 truth710@
▲2009년 3월 22일 경찰에 의해 기습체포됐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2009년 3월 22일 경찰에 의해 기습체포됐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또 미발위는 2008년부터 이어진 해고·정직·감봉·경고 등 노조원 무더기 징계와 지방 발령도 부당했다고 밝혔다. 구본홍 사장 취임과 함께 ‘낙하산 사장 반대 및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시작한 언론노조 YTN지부는 2008년 10월 조합원 6명이 해고됐고 6명은 정직 중징계를 받았다. 8명은 감봉, 13명은 경고 처분됐다. 2009년에도 11명이 정직, 4명이 감봉, 4명이 경고 징계를 받았다. 또 사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총 13명을 지방으로 발령냈고 이 중 5명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본사로 복귀했다. 

미발위는 “징계 피해자들 모두 YTN을 바로세우기 위해 노력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노사 양측에 명예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미발위는 △‘낙하산 사장 반대 및 공정방송 사수’ 투쟁의 정당성과 징계의 부당성을 천명하고 △부당 징계와 부당 인사로 고통 받은 구성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보완을 권고했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YTN 사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석규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YTN 사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석규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대통령 녹취 있다고 보도 불방… 세월호 보도 자성도 

조사기간 동안 YTN은 대통령이나 정부, 재벌에 부담을 주는 비판은 축소 보도했다는 비판을 샀다. 미발위는 크게 7가지 사건을 나눠 조사해 “대부분 데스크권 남용에 따른 보도 독립성 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노사 양측에 보도 독립성 훼손 차단을 위한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간판프로그램이었던 ‘돌발영상’ 폐지는 경영진과 보도국 수뇌부가 자기검열한 극단적 사례로 꼽혔다. 제작진 임장혁 PD는 2008년 10월 정직 6개월 징계를 시작으로 대기발령 2개월, 정직 2개월 등을 연속으로 받았다. 돌발영상은 이후 비정기적으로 방영돼다 2013년 11월 사실상 폐지됐다. 

▲YTN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 건 포착' 단독보도 화면 갈무리.
▲YTN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 건 포착' 단독보도 화면 갈무리.
▲지난 28일 오후 19일 간의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YTN해직기자들을 맞이하는 언론노조 결의대회가 국회앞에서 열렸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지난 28일 오후 19일 간의 공정방송을 위한 국토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YTN해직기자들을 맞이하는 언론노조 결의대회가 국회앞에서 열렸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미발위는 특종이었던 2013년 6월20일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건 포착‘ 보도 중단도 “정권에 부담되는 보도를 수뇌부가 중단시킨 사례로 YTN 보도 독립성이 침해된 대표 사안”이라 밝혔다. YTN은 국정원 직원으로 보이는 10개 트위터 계정이 박원순 시장과 야당에 2만여 건의 비판 트윗을 남긴 정황을 확인했다. YTN은 당일 오전 5시 뉴스부터 보도를 시작했으나 당일 편집부국장의 지시로 보도가 중단됐다. 이번 조사결과 실제 보도 중단 조치를 지시한 이는 보도국장이었다. 

’삼성 동영상 취재 무산‘은 최대 광고주의 치부 취재 중 “보도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취재 자체가 가로막힌” 사건으로 결론났다. YTN은 뉴스타파가 지난해 3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의혹을 보도하기 전 같은 제보를 받으나 보도는 되지 않았다. 제보 접수 당일 현장 취재진을 배제한 조준희 전 사장 주재 회의가 열렸고 사회부장은 제보자를, 경제부장은 삼성을 맡아 사실 확인 취재할 것을 정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YTN 간부, 이건희 동영상 제보 삼성에 ‘토스’”라는 보도를 통해 YTN 보도국 간부가 일선 기자들 몰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관련 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들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뉴스타파는 지난 4일 “YTN 간부, 이건희 동영상 제보 삼성에 ‘토스’”라는 보도를 통해 YTN 보도국 간부가 일선 기자들 몰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관련 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들에게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이밖에 미발위는 정부 정책 비판기사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녹취를 삭제하거나 녹취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불방한 사건도 확인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9월 비판 기사에 대통령 녹취가 들어갔고 당시 정치부장은 ’녹취가 들어가면 오해 살 수 있다‘며 삭제를 지시했다. 취재기자가 거부하자 아예 불방 처리됐다. 정치부장은 YTN을 이미 퇴사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4년 1월에도 대통령 비판기사가 대통령 녹취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방영 불허가 난 적이 있다. 당시 보도국장은 ’기사가 안 된다‘ 등의 이유로 방송을 불허했고 결국 녹취를 삭제하고 제목과 앵커멘트를 수정한 뒤에야 방송을 허가했다. 미발위 조사결과 보도담당 상무도 이 과정에 개입했다. 보도담당 상무와 보도국장은 현재 YTN을 퇴사했다. 

대통령 관련 보도 축소 사건은 2건이다. 2009년 5월 당시 전무이사는 대통령 측근 관련 단독 기사를 ‘당사자 측근이 사실무근이라 말했다’는 이유로 출고를 무마시키려 했으나 사회1부장의 거부로 방송됐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 수사가 시작된 2012년 10월엔 부지 매입에 청와대 개입 정황이 확인됐다는 리포트를 핵심을 누락한 채 단순 속보성 리포트로 대체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자성도 기록됐다. 미발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과도한 속보 경쟁에서 비롯된 ‘전원구조 오보’, 받아쓰기식 보도로 본질을 희석시켰고, 피해자 배려가 부족했던 보도 등이 부적절했음을 반성한다”며 현행 재난보도 준칙을 보완하고 재난 발생 시 속보 대응 등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배석규 전 YTN 사장. (사진 = 언론노조 YTN지부)
▲배석규 전 YTN 사장. (사진 = 언론노조 YTN지부)

배석규 전 사장은 업무추진비를 남용한 권한 남용이 확인됐다. 미발위는 “회사가 어렵다며 전 직원을 상대로 고통 분담을 강조하던 상황에서 정작 본인은 업무추진비 사용액을 늘렸고, 특히 적자에 허덕이는 자회사로부터 업무추진비를 받아쓰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YTN은 “백서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고, 건의 및 제언에 대해서 적극적 조치에 들어가겠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과거 10년 역사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그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구성원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희망한다. 다시는 언론의 본령이 훼손되는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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