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 직원입니다.

오늘부터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파업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파업을 했다가는 고용이 불안정한 저로서는 학교의 교장과 교육청으로 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학교에 ‘급사’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야간대학,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는 젊은 여성들이 학교의 잡일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그 ‘급사’의 개념이 지금까지 이어져 파업이나 노동조건 개선등을 요구하면 ‘급사 주제에 큰 대우를 바란다’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학교 비정규직은 ‘직장’과 ‘직업’의 개념도 가질수 없을 정도의 천박한 대우를 받으면서 신분과 고용이 보장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민주진보정권 하에서 많은 차별이 해소됐고 일정부분 신분이 보장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며 학교 비정규직이 ‘노조’를 결성하게 되면서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차별이 해소 되었으며 그동안 학교 교장이 알음알음 채용하던 ‘급사’ 수준을 벗어나 ‘교육청 공개채용’으로 ‘교육감 직고용제’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됐지만 아직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하며 신분과 고용이 불안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단지 살림에 조금 보탠다는 목적으로 여성들이 학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과거와 달리 IMF를 거치며 학교 비정규직 직군으로 수많은 ‘가장’들과 남성, 아기 아빠, 여성 가장들이 평생직장의 꿈을 갖고 유입됐습니다. 매년 2차례씩 교육청 공채를 통해 30대1, 40대1의 경쟁율을 뚫고 채용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 비정규직’이 단순히 ‘급사’나 ‘밥 해주는 아줌마’라는 인식을 벗어나 당당한 직업으로 직업다운 신분과 고용의 보장, 최소한의 대우를 바랍니다. 

저희들은 봄방학,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는 월급이 없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그때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가장들은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 음식배달, 공사장 막노동을 합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학교비정규직’이 ‘직업’이고 ‘직장’이면, 최소한 ‘직업’이고 ‘직장’답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공무원 시켜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해달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4만여명이 7월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4만여명이 7월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4만여명이 7월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4만여명이 7월3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시험을 보라고요? 시험을 보고 들어오라고요? 이 나라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대우를 받고, 신분과 급여 대우 보장을 받는 나라입니까. 시험에 탈락한 사람, 시험을 치르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차별받고 2등 국민, 3등 국민으로 살아야 합니까. 

시험을 보라면 보지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시험을 치르게 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학교 비정규직’을 뽑지 말고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뽑아달라는 것입니다.

2류 신분, 2등 국민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정당한 투쟁이 왜 욕 먹고, 비난 받고, 비웃음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황당한건 학교 비정규직들의 정당한 요구를 가장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로 ‘평등’을 가르치고, ‘차별’은 안된다고 가르쳐야 할 교사와 공무원인 게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고 차별과 냉대를 배워서는 안 됩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 국민여러분들의 이해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