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진보 ‘맏형’? 이상하지 않나요
한겨레는 진보 ‘맏형’? 이상하지 않나요
[인터뷰] 임지선 한겨레 젠더 데스크 “조직 안팎 젠더 문제 의견 수렴... 개인 대립 구도 방지”

‘한겨레는 진보의 맏형.’ 

한겨레 창간 의미를 강조하는 관용어구다. 한겨레가 진보 언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담은 어구이기도 하지만 한겨레와 독자 등을 남성으로 상정한 표현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이런 표현이 한겨레 기사에선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5월 한겨레 편집국에 ‘젠더 데스크’ 직책이 신설돼서다.

‘젠더 데스크’란 젠더 이슈와 관련해 편집국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접수받고 이를 편집국장이나 다른 데스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데스크 결정을 구성원에게 전달하고 재발 방지책 등을 내놓기도 한다. 젠더 데스크는 편집국장 직속기구다. 편집국의 다양한 의견을 국장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임지선 기자가 젠더 데스크라는 다소 생소한 직책을 맡았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임지선 기자를 만났다.  

임 기자는 자기 역할에 “한겨레 콘텐츠에 대한 젠더 차원의 지적, 성폭력 문제를 포함해 내부에서 제기된 젠더 이슈를 논의하는 창구”라며 “대내외적 젠더 이슈 대응 업무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에는 젠더 데스크 이전 ‘참여소통데스크’라는 상근직이 있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편집국 소통을 전담하는 직책이다. 그러나 참여소통데스크에 젠더 관련 의견 접수가 많아져 젠더데스크도 따로 두기로 했다. 다만 현재는 임 기자가 젠더 데스크와 참여소통데스크를 함께 맡아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다. 기사 작성 업무는 하지 않는다.

▲한겨레TV '독한 소통'에서 임지선 젠더데스크이자 참여소통데스크(오른쪽)가 독자들의 의견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캡처.
▲독자와 한겨레와의 소통을 다루는 한겨레TV '독한 소통'에서 임지선 젠더데스크이자 참여소통데스크(오른쪽)가 독자들의 의견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캡처.

임 기자는 젠더 데스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한겨레 내부의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임 기자는 “한겨레 내부에서 젠더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젠더 담당 기자가 있고 한겨레 안에 ‘페미라이터’라는 연구 모임도 있다. 편집국 밖에서도 젠더 전문 매체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자들도 기사 제목에 대한 지적, 불필요한 묘사, 일러스트에 대한 지적 등 의견 개진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임 기자는 “나라는 사람이 뛰어나기 때문에 데스크를 맡은 것이 아니다. 어떤 의견이 있을 때 취합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여러 의견이 모이고 속도감 있게 전달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젠더 데스크 설치 이전에는 누군가 다른 기자 기사를 지적하면 개인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데스크 존재로 기자 개인끼리 1:1로 싸우는 구도가 펼쳐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편집국 내에서 젠더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보면 기자 개인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는데, 젠더 데스크는 통상 업무가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이기에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든다는 것.   

한겨레 내부에서 젠더와 관련된 최근 이슈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별세와 관련해 ‘민주화의 큰 누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내부 지적을 받아들여 해당 표현을 삭제했다. 이 외에도 내부 의견을 수렴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인 이상화씨를 ‘빙상 여제’라고 표현한 기사의 제목을 수정했다. 이런 관점에서 ‘한겨레는 진보 맏형’이라는 관용어도 문제 사례로 봤다. 

임 기자는 축적된 사례를 토대로 보도 시스템이 개선,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제목을 바꾸고 기사 하나를 내리고 끝내는 식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 국장단과 내부 구성원이 긴밀하게 소통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논의가 쌓여 지난달 19일 한겨레 편집국장이 편집국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맏형, 큰누이 등 남성 중심 호칭을 사용하지 않을 것 △자매가 아닌 여성들을 자매라고 쓰는 등 여성에게만 과도하게 쓰이는 가족 호칭, 사적 호칭을 배제할 것 △여경, 여신, 여검사 등 여성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심리 경계 등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공유했다. 

임 기자는 “젠더데스크가 현장 기자들의 기사를 심의하는 식으로 진행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직책을 만든 이유는 조직 차원에서 젠더 이슈 고민을 같이 하자는 데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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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7-04 14:07:25
젠더디스크 괜찮네. 기사를 검열하는 게 아닌, 기자들끼리 1:1로 다투는 걸 방지한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동자끼리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고 가장 좋은 방법과 단어를 선택하는 것. 역시 한겨레는 이런 면에서 한발 빠르네.

ㅇㅇㅇㅇ 2019-07-04 10:59:08
한걸레는 그냥 돈없는 조중동이지.
쳐웃지마. 미디어 오늘도 마찬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