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일본의 수출 보복에도 기술개발을 해야할 연구기관이 주 52시간 근로제 탓에 6시면 불을 꺼 일도 못하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은 연구노동이라는 특성과 현실을 모르는 논리비약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 ‘세계는 기술 전쟁, 日은 기술 보복, 한국은 ‘불 꺼진 연구소’’에서 “지난 1일부터 국책 연구기관이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업종에서 제외되면서 과거 같으면 밤늦게까지 일하던 연구자들이 오후 6시에 다 퇴근하기 시작했다”며 “국책 연구소가 밀집한 대덕연구단지에선 오후 6시에 컴퓨터를 강제 종료시키고 더 일하려면 별도 결재를 받도록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IT· 통신·우주항공 등 국가 차원의 전략 기술이나 군사·안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들이 6시만 되면 강제로 문을 닫는 상황이 됐다”며 “일본이 우리의 기술 약점을 겨냥해 보복을 가하고 전 세계가 과학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연구·개발자들이 일하고 싶어도 못 하게 막는 기막힌 나라가 됐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일본 무역 보복을 두고 “핵심 기술의 대일(對日) 의존도를 줄이려면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며 “그런데 이를 지원해야 할 정부가 도리어 기술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 때문에 불이 꺼진 것은 민간 기업의 연구소나 개발 부서도 밤만 되면 텅 빈 사무실로 변해버렸다고도 했다. 이 신문은 “과제가 몰릴 때는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연구개발 직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52시간 근무를 강제했기 때문”이라며 “‘저녁을 즐기다 저녁 끼니를 굶게 될 것’이란 경고를 흘려들어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연구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주장이 연구소 현실과는 전혀 안맞는 주장이자 논리의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연구소 현실과 안맞는 주장”이라며 “연구원들의 연구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어 6시에 퇴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실정법 위반을 하지 않으면서 일은 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고민을 한다”며 “규정상으로는 52시간이지만, 실제로는 자율적(임의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한다”고 말했다.

6시면 강제로 불이 꺼지고 퇴근한다는 주장을 두고 이 위원장은 “불이 꺼지게 할 수 없다”며 “오히려 겨울되면 오후 5시만 되면 불이 켜진다. 10시 넘어서까지 불을 켜놓은 연구자도 있고, 24시간 가동하는 연구장비가 많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 때문에 기술개발도 못한다는 주장에 그는 “논리적 비약”이라며 “재료연구소나 기계연구원 등 관련 연구분야나 과제가 있는 곳은 주52시간과 무관하게 더 바빠진다. 국가적 연구개발 의제가 생기면 풀가동을 하지 주 52시간제 때문에 일하다 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제조업 현장이라면 8시간 근무에 초과할 경우 연장근로 수당을 청구하겠지만 연구자들의 근무시간은 8시간 일해도 16시간 일한 효과가 나오거나 반대로 16시간 일해도 8시간 밖에 안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이를 감안해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샵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관람객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샵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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