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일 오후 법정에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사장 연임을 청탁한 적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송 전 주필은 고재호 전 사장 연임을 청와대에 청탁하는 대가로 자신의 처조카를 대우조선에 부정하게 취업시킨 혐의 등이 인정돼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7만원을 선고받았다. 

고 전 사장은 송 전 주필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3형사부가 2일 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피고인인 송 전 주필도 변호인과 함께 출석했다. 송 전 주필은 이날 침묵했다. 고 전 사장이 “송희영은 나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매우 가깝다. 

고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대우조선 사장을 지냈다. 그는 대우조선 사장 재임 시기의 5조원대 회계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이 확정됐다. 그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번 항소심 재판에서 쟁점이 된 시기는 2014년 말~2015년 초다. 검찰은 이때 고 전 사장이 송 전 주필에게 연임 청탁을 했다고 본다. 

이에 반해 고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내게는 ‘MB가 임명한 사장’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그런 음해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시기 연임에 기대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테면 2015년 신년하례 차원에서 대주주인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장을 찾아 회사 경영 상황을 보고하려 했으나 예년과 달리 홍 전 행장이 만나주지 않았다는 것. 

▲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송 전 주필이 법정을 떠나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2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송 전 주필이 법정을 떠나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다만 고 전 사장이 2014년 12월 송 전 주필에게 “연임은 어려운 것 같다”, “다른 경쟁자(사장 후보)들은 여러 군데 줄을 대고 뛰고 있다던데 나는 특별히 라인이나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말하고 이에 송 전 주필이 “내 나름대로 챙겨보겠다”고 답하는 식의 대화가 있었다. 그러나 고 전 사장은 이 역시 ‘편한 사이’인 송 전 주필에게 속내를 털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1심 판단은 이 같은 고 전 사장 주장과 180도 다르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고 전 사장은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 사이 송 전 주필에게 연임을 도와달라고 청탁했고 이에 송 전 주필은 조선일보 본사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 “고재호 사장이 연임되도록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2015년 2월 말 송 전 주필에게 전화해 “대우조선의 경영 상태가 워낙 좋지 않으니 다른 경영인을 찾기로 했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고 전 사장과 송 전 주필 간 유착 의혹은 또 있다. 송 전 주필 형인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가 위원장이었던 대우조선 사장추천위원회는 2012년 당시 고재호 대우조선 부사장을 사장으로 천거했다. 고 전 사장은 2일 법정에서 “(사추위가) 나를 만장일치로 추천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사장 선임에 권력 입김이 작용했지만 2012년 사추위 구성은 공정한 절차였다는 것. 

1심 판결문을 보면 송 전 주필 처조카 임아무개씨는 2014년 하반기 대우조선 신입사원 공채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없는 자격이었는데도 송 전 주필 청탁을 받은 고 전 사장에 의해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이런 부당 특혜를 입고 2015년 1월 입사했다.
 
하지만 고 전 사장은 법정에서 “임씨 채용을 지시한 적 없다. 재임 기간 채용에 절대 부정은 안 된다고 직원들에게 공언해왔다”고 반박했다. 자신과 송 전 주필을 둘러싼 청탁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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