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달 27일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농성한 끝에 노사 합의를 끌어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요금 수납원 600여명은 지난달 말일 한국도로공사의 대량해고 사태에 서울톨게이트와 청와대 부근에서 고공·노숙농성을 시작했다.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에 맞춰 자주 눈에 띄는 노조가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가맹조직인 ‘민주일반연맹’ 소속 노동자들이다.

금속노조나 건설노조는 이름만 들으면 뭐하는 곳인지 금세 알 수 있지만 ‘민주일반연맹’은 이름만 듣고선 어떤 노동자가 모였는지 모른다. 민주일반연맹은 중소영세 비정규직들이 모여 만든 산별연맹이다. 산하에 전국단위 조직인 민주연합노조와 공공연대노조, 서울일반노조·세종충남지역노조 등 각 지역별 일반노조를 포함해 16개 노조가 있다. 이들은 업종을 초월해 지역을 기반으로 뭉쳤다.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70%는 지방자지단체와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다. 하는 일은 환경미화와 청소, 경비, 시설관리, 도로보수, 콜센터, 아이돌봄, 직업상담사 등 다양하다.

권용희 민주일반연맹 정책실장은 “기존 산별노조는 정규직이자 대기업 노조원들이 다수인 반면, 지역을 중심으로 뭉친 우리는 영세중소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대부분이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이라며 “민주일반연맹만 들여다봐도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는 허상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민주일반연맹은 1999년 경기지역 환경미화원들이 싹틔웠다. 의정부시가 직영하던 환경미화 업무를 위탁하면서 의정부시설관리일반노조를 만들었다. 그뒤 경기권 전역에 확산하며 ‘경기도노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역을 중심으로 어느 직종에나 열려 있는 경기도노조 활동이 퍼지자 서울과 강원 등 경기권 밖에서 상담이 들어왔다. 이에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민주연합노조)으로 탈바꿈하고 반경을 넓혔다. 한편 2000년 부산일반노조를 시작으로 경남·서울·대구 등에서 업종을 초월한 지역일반노조가 속속 들어섰다.

이들은 지역 기반 단일노조로 통합해 목소리를 키우자고 고민했다. 민주연합노조와 지역일반노조들이 2015년 뭉쳤다. 2017년엔 공공연대노조도 함께 했다. 

2017년 1만5000여명이던 조합원 규모는 현재 3만5000여명에 이른다(조합비 기준). 연맹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1만명 가까이 조합원이 늘었다. 조합원 수로 민주노총 산하 16개 가맹조직 가운데 9번째다. 소속 사업장은 700개를 넘어섰다. 민주일반연맹은 노조 확장이 문재인 정부 때문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결과라고 본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소속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00여명은 1일 도로공사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일어난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며 서울 효자치안센터 앞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민주일반연맹 소속인 이들 가운데 민주연합노조 소속은 초록색, 공공연대노조 소속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소속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00여명은 1일 도로공사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일어난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며 서울 효자치안센터 앞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민주일반연맹 소속인 이들 가운데 민주연합노조 소속은 초록색, 공공연대노조 소속은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일반연맹 농성이 주의를 끄는 배경은 뭘까. 권 실장은 “정부가 말하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많이 벌어졌다”고 했다. “국립생태원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오히려 임금이 깎이고 노동시간은 길어졌어요.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직고용하라는 2심 판결에도 대량해고 사태를 낳았어요. 공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은 김앤장이고요. 대개 공공기관은 1심이 노동자 손을 들어주면 정리하거든요. 인천 남동구 다문화 방문지도사는 1단계 정규직 전환대상이었어요. 올초 무기계약직이 됐다가 도로 위탁업체 소속이 됐어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민주일반연맹이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과 함께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배경이다.

민주일반연맹의 목표는 ‘화학적 결합’이다. 노조들의 우산에서 나아가 지역기반 단일노조로 거듭나는 것이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연맹 산하 16개 노조를 통합해 단일노조로 새로 태어난다는 계획이다.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육선전실장은 “이번 총파업으로 다른 색깔 조끼를 입었지만 하나가 돼가는 조직”이라며 “밑에서부터 조직을 합쳐나가기 위해 지난해부터 회의와 수련회,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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