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정부나 민간기관으로부터 국내 호텔 숙박과 항공비까지 지원받았다면 ‘사회통념상 적정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박은정 위원장)가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 점검 후 부적절한 해외출장 지원 근절을 위해 해석기준은 강화됐지만, 국내 출장 지원 시 허용되는 금품의 가액 범위는 여전히 모호하다.

따라서 민간기업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마저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의 국내 출장 지원실태는 법 시행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한탁구협회는 2~7일까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2019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취재 기자들에게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탁구협회 관계자와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대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과 제주에서 열린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때도 기자들에게 출장비 일체를 지원했다.

▲ 7월2일부터 7일까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2019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포스터. 사진=대한탁구협회
▲ 7월2일부터 7일까지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리는 ‘2019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포스터. 사진=대한탁구협회

문제는 지원 금액과 범위의 적정성이다. 해당 대회들은 국외가 아닌 국내 출장임에도 협회가 항공·KTX 등 교통비를 지원하고, 개인차량으로 이동하는 기자들에게 유류비까지 일괄 지원할 예정이다. 게다가 대회 기간 기자들 숙소도 협회가 대신 잡아주기로 했다. 

다른 국내 출장 지원 사례와 비춰봐서도 탁구협회의 지원 금액과 편의 제공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공식 행사에 출입 기자단을 초청하면 교통비와 숙박비 등은 일괄로 자체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구협회는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결제한 영수증을 추후에 보상해주는 방식이어서, 이를 악용할 경우 기자들이 회사에서 출장비를 받고 협회 측으로부터 출장비를 중복 수령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탁구협회는 지난 1일 출입기자단 단체 카톡방에 안내문을 올리고 이번 코리아오픈 대회에서 지원하는 기자단 숙식비와 교통비를 협회에 이중 청구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탁구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숙식비 및 교통비 지원 시 기자들 소속사에서 지원하는 사항과 중복되는 경우, 이중으로 비용 청구 및 지원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와 관련 이중 청구 부분이 확인됐을 경우 기자들 소속사, 그리고 협회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널리 이해와 양해를 구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 출장비 지원은 기자단 간사와 상의해서 진행한 부분이나 출장비 이중 청구 문제 등은 고려 못 해 협회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을 간과했다”며 “홍보 장려 차원에서 기자단 출장비를 지원하지만 이번엔 사무국에서 논의한 결과 문제될 부분을 같이 안내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의 해외출장 지원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국내 출장 지원금 허용 범위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권범철 화백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의 해외출장 지원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국내 출장 지원금 허용 범위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권범철 화백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공공기관 해외출장 지원 실태 점검 후 해외출장 지원 관련 법령‧기준 정비 등 제도를 보완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해석 기준을 보완해 직무 관련이 있는 공직자에 대한 해외출장 지원은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며 “법령‧기준의 근거 아래 국익 등의 목적이 인정되거나 공식적 행사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해외출장 지원은 공식적인 행사여도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법 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국내 출장도 지원 기간과 범위, 참석자의 비용 부담 능력에 비춰 얼마든지 통상적 범위를 넘거나 특정 집단에만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권익위 측은 ‘공식적 행사에서 언론홍보’와 관련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으로 참석 대상을 한정함이 없이 공개적으로 참석 대상을 초청·안내하는 경우 공식적인 행사에 해당한다”며 “행사에서 참석 대상 중 합리적 이유 없이 기자에게만 교통·숙박 등 관련 비용을 제공하는 경우 일률적 제공이 아니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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