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판문점 회담이 불발될 것이라 예측했다가 구설에 오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고교 후배 외교관을 통해 한·미 정상 대화록을 무단으로 유출한 전력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강 의원이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이라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강 의원은 지난달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 시간 전 페이스북에 “외교 채널을 동원해 알아보니 오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판문점 회동은 어렵고, 전화통화 할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가 회동이 성사되자 “기분 좋게 예측이 빗나갔다”, “이번엔 빗나간 것이 다행”이라고 변명해 빈축을 샀다.

▲ 한겨레 2일자 사설에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판했다.
▲ 한겨레 2일자 사설에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판했다.

신문 평가가 혹독했다. 한겨레는 2일자 사설 제목을 “또 ‘외교채널’ 들먹이며 헛발질 강효상, 제정신인가”라고 뽑고 강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강 의원이 (지난 5월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 공개) 당시 외교기밀 공개로 국익을 크게 해쳤다는 질타를 당 안팎으로부터 받았고 현행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당해놓고서도 또다시 ‘외교 채널’을 들먹이며 설익은 정보를 공개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구제불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상적인 국회의원의 모습이라 하기 어렵다. 반성하고 자숙해도 시원찮을 판에 불과 몇 시간 뒤면 판가름날 국가적 대사의 향방을 몇 마디 주워들은 것으로 떠들어대는 행태는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강 의원의 이런 행태는 국익에도, 야당에도, 강 의원 자신에게도 백해무익할 뿐”이라며 “강 의원은 ‘외교 소식통’ 운운하는 국익 훼손 행각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강 의원의 수준 이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국회의원 소환제를 하루빨리 도입해 자격 미달 정치인들을 퇴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강 의원 스스로 반성과 자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도연 기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도연 기자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2일자 칼럼(“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에서 “기자 출신이라 속보가 중요했던 걸까. 그는 왜 살아 움직이는 팩트(사실) 앞에 겸손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최근 막말이나 기행으로 이름을 알린 정치인 중에 유난히 전직 언론인이 많다. 그런 언어감각과 감수성, 판단력으로 어떻게 소통하고 기사 쓴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강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대구의 지역신문도 강 의원을 비판했다. 매일신문은 지난 1일 “‘회동은 어렵고 통화만…’ 강효상의 엉터리 예측”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남북미 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 성사되기 전부터 정치권 인사들이 여러 관측을 내놓은 가운데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엉터리 예측을 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초선 비례의원을 거물로 만들어주려는 심산인지 연이틀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며 “여권에 눈엣가시 같을 제가 결과적으로 틀린 예측을 내놓게 됐으니 물어뜯기 딱 좋은 소재일 것이다. 제 오판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이어 “매사를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사람들이 제가 회담에 재를 뿌리려 했다는 것처럼 왜곡하는 부분은 참 어이가 없다. 비판은 달게 받겠으나 팩트 없는 왜곡과 조롱은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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