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협력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가 창간된다. 오는 5일 월간 단행본 형태로 발행될 ‘남북경협뉴스’가 주인공이다.

남북경협뉴스는 매체 이름 그대로 실질적인 남북 교류 경제협력에 도움을 주고 최근 북한 사회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전망하는 전문매체로서 자리 매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간을 준비하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마침 3차 북미회담이 판문점에서 성사되면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비무장지대 오올렛 초소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에는 한국 자본과 기술이 들어갔다”며 “남북 경제에 도움이 되고 화해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남북미 3자 정상회동을 환영하면서 “남북경협의 선도자로서 경협이 재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금강산 관광 재개 주장을 펼쳤고, 김연철 통일부장관도 금강산 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남북경협에 청신호들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다.

북한과 통일 문제를 다루는 전문 매체는 많지만 남북경협 이슈만을 다루는 매체는 없었다. 한때 기업인들이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해 신문을 내려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 대북 제재 조치인 5·24 조치 이후 물거품이 됐다.

남북경협뉴스는 좌우 입장에 흔들리지 않고 10년 전 끊겼던 남북경제협력의 복원에 초점을 맞춰 심층 기사를 내놓다는 목표를 세웠다. 합류한 인사 면면을 보더라도 심층 보도를 기대할만하다. 김주언 전 한국일보 기자(보도지침 폭로), 이규연 JTBC PD 등이 편집위원으로, 왕선택 YTN 통일외교전문 기자는 필진으로 참여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대북 전망을 다루는 인터뷰는 두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실릴 예정이다.

창간을 나흘 앞둔 1일 용산에서 월간지 말 기자출신인 이재영 남북경협뉴스 대표를 만났다.

-이름만 들어도 성격은 알 수 있는데 정부 지원을 받는가?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 기반으로 한다. 정부 지원은 없었다. 오히려 취재를 다니다보니 정부 쪽에서 우리가 해야될 일을 하고 있다고 고마워하더라. 대북 보도를 보면 보통 ‘만주벌판’이니 ‘백지수표’라고 하는데 저희는 월간지 형식으로 긴 호흡으로 검증하고 심층 보도를 내놓을 것이다. 북한을 바르게 전달하고 과거가 아닌 오늘의 시점으로 전달하겠다는 게 목표 중 하나다. 남북경협에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데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말했던 것처럼 경제 문제가 풀리면 정치 문제 해결은 따라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비핵화의 실질 성과가 없는 가운데 남북경협이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도 많다. 보수 언론은 특히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도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언론이 있다. 기승전 비핵화이고 남북경협은 안된다고 주장한다. 저희는 이런 주장에 싸울 게 아니라 남북경협이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창출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남북관계를 비핵화와 연관시켜 선비핵화 후남북경협이라는 건 볼턴식 보수주의 사고방식이다. 실제 이런 주장이 맞지 않은 것은 과거 남북관계 경험에서 알 수 있다. 경제가 평화를 만든다. 언제까지 기승전 비핵화라고 해서 앉아있을 수 있나.

-그럼에도 남북경협 문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가 섣불리 경협에 나서겠느냐라는 물음도 있다.

모든 게 5·24 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시작됐다. 우리가 폐쇄한 조치를 우리가 못 풀고 미국에 의지하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 방법론에서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 우리 문제를 풀어야지 래버리지가 돼서 미국을 설득하는데 유리하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있는데 왜 우린 뒷바퀴만 하고 따라가야만 하느냐. 트럼프가 제재와 압박을 내걸면서 모든 걸 못하게 만드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트럼프에게 설명한 건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것이라고 본다. 개성공단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게 했다.

-때마침 남북미 정상이 만났고, 북미 회담이 이뤄졌다. 창간호 1면은 어떻게 되나?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과 관련해 하노이 회담 이후 비난도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인내를 갖고 끌고 와서 만들었다. 이에 대한 평가를 1면 보도로 다루려고 한다.

-경협에서 기업 비중이 높다. 경협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어떤 내용을 다룰 건지도 궁금하다.

기업은 대북 사업에서 법률 준수 목적이 있어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는 정보가 있지만 쓰기엔 이르다. 한 대기업이 추진은 하는데 밖에 알려지는 걸 기피한다. 내용이 공개되면 제재 문제로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 취재엔 이런 애로 사항이 있다. 노무현 정부 수준의 경제협력만 복원해도 교류 협력이 될 수 있다. 해외 사례로 보면 싱가폴은 북한에 벤처 지원 교류 사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다. 싱가폴 젊은이들이 모험심을 가지고 북한에 조언하고 평양 시내에 가게를 오픈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북한은 손익 개념이 없고 마케팅 및 경영개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폴 벤처 지원 자원봉사자들이 평양에 가서 교육을 시켰다. 평양에 커피숍을 만들었는데 휴대폰 충전기 배치부터 마일리지 사용까지 현대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가 묶여있는 동안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면 독자들이 되물을 것이다.

▲ 이재영 남북경협뉴스 대표.
▲ 이재영 남북경협뉴스 대표.

-보수언론이 반북 프레임을 짜서 보도하는데 경협 문제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지레 겁먹는 것이다. 98년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할 때 조중동이 사설에서 민족공동체 얘기를 했다. 박근혜 정부 통일 대박 때도 보수 언론은 한달 가까이 두세 면에 걸쳐 기획기사를 썼다. 자기가 하면 좋은 것이라는 건데 주도권 싸움에서 남북경협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히려 진보적인 분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남북경협은 한민족 전체에 좋다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반북프레임이라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 10년 전 하루아침에 경협이 끊겨서 위축돼 있고 필요하다고 하면 극단적 반응을 보이지만 우리 국민 70%가 경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경협이 되돌릴 수 없는 대세라고 보는 시점이나 조건이 있나

정치적으로 보면 정전 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이 있을 수 있는데 경제적으로 보면 우리 기업이 북한에 가서 내수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고 북한 기업과 합작 회사를 이뤄 시장에 진출할 때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그때는 북한이 핵보유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고 미국도 적국이 아닌 다른 시점으로 볼 것이다. 경협이 다앙한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 외국 기업이 진출하고 북한 인력이 참여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불가역적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 사회와 경협 대상을 든다면

원산에 어떻게 기업이 들어갈까 라는 문제가 있다. 단순히 호텔 운영이 아니라 에너지, 항로 등 다양한 형태로 원산 투자가 올 수 있다. 북한은 내년 태양절에 맞춰 원산을 개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저희 매체는 나진 선봉 지구에 대한 스페셜 리포트도 준비 중이다. 해당 지역은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 등 4국의 각축장이다.

▲ 1998년 정주영 회장이 소 500마리를 전달했던 2차 방북 행렬. 사진=민중의소리
▲ 1998년 정주영 회장이 소 500마리를 전달했던 2차 방북 행렬. 사진=민중의소리

-고정 꼭지는 어떤 게 있나?

남북 역사학자 협의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민족21를 창간했던 신준영씨가 고정 필진으로 참여해 ‘북한 비지니스 에티켓’을 연재한다. 북한과의 경협에 실질적인 팁을 주는 것이다. 경협을 하려면 북한을 알아야 한다. 북한을 악마화하면서 오해들이 늘었다. 문화를 알면 경제협력이 용이하다. 그런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대북 보도 때문에 경협에 영향을 끼칠 위험도 있다.

비단 이번 처형설 오보 뿐 아니라 많은 보도들이 소설에 기반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이 있더라도 그 가운데 한두개 오보를 섞어서 북한 사회를 매도한다. 저희는 사실 그대로 오늘의 북한을 보도할 것이다.

-북한도 변할 준비가 돼 있을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극단적인 예로 북미 회담 이후 동남아시아, 중국, 유럽 여행객이 고려항공이 미어터질 정도로 간다. 여행에 별 제한이 없고 사회 자체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내재적 발전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북한과 경협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모두 안다. 북한 사회 변화도 적극 알리겠다.

-북한과 거래가 마냥 성공을 거두긴 어려운데?

북한은 공개된 시장이 아니다. 네트워크 사회가 아니다. 개별 접촉 선이 모두 다르다. 정부에서 교류 협력을 총괄하는 공단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안다. 그럴 필요가 있다. 경협 과정에서 과도기적 현상이 있을 수 있다. 투자에 실패한 사례나 북한 투자 리스크 연구 등도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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