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혜 기자는 국민일보 최초의 여성 서울지방경찰청(이하 시경) 캡이다. 캡은 언론사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을 총괄 지휘한다. 경찰 기자들의 최고봉 역할이다.

12년 차인 권 기자는 지난달 27일 시경 캡에 임명됐다. 2008년 1월 공채 17기로 입사했다. 입사 후 사회부와 산업부, 정치부, 청와대, 외교부 등에서 근무했다.

▲ 권지혜 국민일보 기자.
▲ 권지혜 국민일보 기자.

여성 기자가 시경 캡을 맡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언론사 최초 여성 시경 캡은 2000년 허문명 동아일보 기자였다. 이후 몇몇 신문사 여성 시경 캡이 등장하며 성역은 허물어졌다. 방송사 최초 여성 시경 캡은 지난해에야 등장했다. 노윤정 KBS 기자다. 

올해 6월 시경에 캡을 둔 언론사는 31곳. 국민일보, 뉴스1, CBS, 한겨레, 민중의소리, 한국경제, 내일신문 등 7곳은 여성이 시경 캡이다. 다음은 권지혜 기자와 일문일답.

- 국민일보 최초 여성 시경 캡은 어떤 의미인가? 왜 국민일보에선 여성 캡이 없었나?
“시경에 와보니 31곳 출입 언론사 가운데 7곳이 여성 캡이었다. 사실 (내가 캡을 맡은 사실이) 뉴스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사내에서는 처음이다. 주변에서 ‘늦었지만 잘됐다’고 말했다. 여성 캡을 너무 늦게 배출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사 여성 캡은 꽤 있었다. 보통 캡은 연차가 10년 안팎이다. 여성 기자 수가 적어 캡을 할 만한 연차 기자가 없었던 것 같다.”

- 국민일보 최초 여성 캡이 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걱정이 많이 앞섰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스러웠다. 맡지 않으면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캡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무서운 선배, 장악해가면서 팀을 이끄는 사람이 떠오른다. 여러 생각 끝에 도전하기로 했다. 과거 캡의 장점은 취하고 요즘 세대인 저연차 기자들과 소통하면서 이끌고 싶다. 사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니 저라는 전례가 추후 캡 인사 때 기준 또는 참고가 될 것이다. 누가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 국민일보 시경 캡 일상이 궁금하다.
“초등학생 쌍둥이 딸 두 명이 있다. 아침만 차려놓고 나와 역에 도착하면 오전 8시20분이다. 시경으로 출근한 뒤 전날 방송, 아침신문을 쭉 훑어본다. 오전 10시쯤 각 출입처에서 후배들 보고가 올라오면 취합해 부장에게 보고한다. 이후 기사 계획을 짜고 지시한다. 평기자 생활보다 100배는 힘들다. 아직 초반이다. 몸이 힘든 것보다 후배들이 제대로 보도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 후배 여성 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 어느 회사, 어느 출입처에 가든 여성 기자가 많다. 하지만 고연차 여성 기자가 없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스스로 여기자란 틀에 가두지 말고, 덕을 보겠다는 생각도 말고, 기자 한 사람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어느 정도 맞다. 조금 부족한 사람도 보직 맡고 일하면 책임감이 생긴다. 본인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힘듦의 정도를 따지지 않고 여성 후배들이 앞으로 멋지게 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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