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난무 대만 언론에 한국을 떠올리다
‘가짜뉴스’ 난무 대만 언론에 한국을 떠올리다
[인터뷰] 린리윈 국립대만대 교수 “언론 난립과 무규제에 언론자유 위축”… 통신·라디오·방송을 공영방송 그룹으로 ‘규모의 경제’

대만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올 4월 발표한 언론자유 지수 순위에서 ‘아시아 국가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줬다. 대만은 지난해까지 아시아에서 5년 연속 1위 지위를 누린 국가다. 2019년 발표를 보면 대만(42위)은 한국(41위)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전체 50위권에 들었다.

방송을 장악했던 보수정권이 새 정부로 교체되며 한국의 언론자유가 신장한 요인이 크지만 대만 언론계도 위축되는 언론자유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린리윈(林麗雲) 국립대만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언론의 적’으로 규정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 영향 하에서 대만은 언론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특히 케이블 방송 난립은 시청률 경쟁을 부추겼고 방송은 공공성이 아닌 선정성에 골몰하며 자극적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린 교수는 지난해 일본 오사카 지방을 강타한 태풍 ‘제비’ 관련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대만 언론은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이 대만 관광객들을 구조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대만일본관계협회(편집자주 : 대만인들은 ‘대만 대사관’이라 부르지만 일본과 대만은 수교하지 않기에 정확한 표현은 일본 주재의 ‘대만일본관계협회’다. 대만의 일본 교류 창구 역할이다)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만 대처는 너무 느리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비난 여론에 직면한 대만 외교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대만 민간기구 ‘팩트체크 센터’에서 간사이 공항에 직접한 확인한 결과 중국대사관 조치는 사실무근이었다. 린 교수는 “시청률 경쟁이 극심하고, 방임에 가까운 언론 난립이 ‘악성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지난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린리윈(林麗雲) 국립대만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언론의 적’으로 규정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린리윈(林麗雲) 국립대만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언론의 적’으로 규정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린 교수에 따르면 대만 언론사들은 네티즌 글들을 무분별하게 인용 보도한다. 네티즌 국적을 전혀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의 중국’을 신념화하고 있는 중국 네티즌들이 퍼뜨리는 왜곡된 팩트를 대만 언론이 그대로 받아 적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출석하는 중장년층들이 가짜뉴스로 극단의 이념을 공유하듯 대만의 중장년층도 SNS에서 양안 관계, 동성혼, 탈원전 등 이슈에 관한 가짜뉴스를 공유한다. 엔지니어들이 SNS 상에서 가짜뉴스가 공유되면 경고 메시지를 공지하는 어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 ‘메이위이’(美玉姨·한국말로는 “미옥이 이모”라는 뜻으로 중장년층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한 네이밍)를 개발했을 정도다.

린 교수는 “정치 보도 편향성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1993년 11월 설립된 CTi(Chung T’ien Television·中天電視)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 후보에 편향적 보도를 쏟았다. 대만 식당가에서는 ‘CTi로 채널을 고정하면 월 2만원의 방송 시청비를 지급한다’는 풍문이 돌았고 이는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이는 한궈위 후보가 민진당 표밭인 가오슝시에서 시장에 당선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도 분석됐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대만의 국가통신전파위원회(NCC)는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고 벌금 소액만 부과했다. 대만 대학생들이 CTi 거부 운동을 한 이유였다.

‘친중 자본’의 방송 시장 장악은 오래된 문제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거상들은 꾸준히 대만 방송사를 인수하고 있다. 쌀 과자업체로 유명한 왕왕(旺旺)그룹의 차이옌밍(蔡衍明)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국민당 당영방송인 CTV(중국방송·中國電視)와 앞서 말한 CTi, 4대 조간 중국시보(中國時報) 등을 사들였다. 왕왕그룹은 나아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Multiple System Operator, 한국의 경우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이 이에 해당)에 손을 뻗치려 했고 대만 언론 시민사회는 거세게 저항했다. 2012년 왕왕그룹의 MSO 인수는 무산됐지만 ‘규제 없는 방송시장’에 우려는 여전하다. 린 교수는 “NCC가 방송을 재승인해주지 않으면 ‘정부가 언론을 탄압한다’는 여론을 부추기는데, 이는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재승인 심사에서 종편 채널이 탈락해도 승인 취소를 하지 못하는 국내 상황과도 닮았다.

린 교수는 결국 ‘공영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만 공영방송(PTS·Public Television Service)에 대한 뉴스 신뢰는 높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영방송 영향력과 온라인 뉴스 점유율을 높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달 공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를 보면 대만 최대 케이블 방송 TVBS 뉴스에 비하면 PTS 뉴스 영향력은 그 절반도 못 미친다.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의 대만 파트는 린 교수가 작성했다.

린 교수는 “대만의 중앙통신사(CNA·Central News Agency)와 대만중앙라디오방송(RTI·Radio Taiwan International), 대만공영방송그룹(TBS·Taiwan Broadcasting System, PTS도 여기에 속함)을 하나의 공영방송 집단으로 합치는 법률이 국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공영 언론을 하나로 모아 언론시장에서의 지위를 높이는 방안이다.

그는 “2008~2016년 대만 언론 환경은 한국 상황과 매우 유사했다”며 “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했고 언론 시민단체들은 제대로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시민사회는 정권 교체 이후 상황을 준비했고 민진당이 집권한 뒤 대만 문화부장관이 언론 시민단체 제안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 린리윈(林麗雲) 국립대만대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린리윈(林麗雲) 국립대만대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지난 30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대만 기자들의 노동 조건은 열악하다. PTS 기자들 임금은 월 150만원에 불과하다. 신문사나 케이블 방송 기자들은 130만여원 수준. 방송 채널이 무분별하게 난립해 악성 경쟁이 극심해진 결과라는 진단이다. 린 교수는 “PTS 노조의 경우 늘어난 비정규직 기자를 정규직 전환하는 데 반대를 많이 했다. 1990년대에 언론사에 입사한 기자들은 뉴스 전문성에 신경을 많이 쓰는 데 반해 2008년 이후 입사한 언론인들은 본인의 노동 권익에 신경을 더 쓰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비정규직 처우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미디어오늘 인터뷰에 앞서 린 교수는 정권 교체 이후 한국 언론 상황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 및 현직 국내 기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는 새 경영진 취임 이후 달라진 KBS·MBC 상황,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공영방송 정책, JTBC와 중앙일보의 다른 논조 등 주제에 큰 호기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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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7-01 19:45:50
인터넷, 4g, 5g로 넘어가는 초 연결사회에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선정적이라면) 너무 믿는 게 아닐까. 특히, 댓글과 베스트 댓글을 네티즌 의견(민심)이라고 사실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얼마 전 일베에서 가짜뉴스를 퍼트린 사람이 미국 국적인 사람이 아니었는가. 결국, 최초 유포자(미국 국적이라)는 죄가 없고 한국에서 선동당한 사람만 죄가 생겼다. 선정적인 정보에 일반인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데, 조금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 이면에는 네티즌을 체류량을 늘리려는 포털의 이기적 욕심이 가장 크지만(돈도 포털이 가장 많이 번다. 네이버 연 매출이 5조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