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파리 특파원이 쓴 “고교 순위 매기는 佛 교육”이란 제목의 칼럼에 대해 교육평론가 이범씨가 “칼럼이 프랑스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일 손진석 파리특파원 칼럼에서 “프랑스에서는 학부모·학생이 참고할 수 있는 갖가지 고교 순위 발표가 쏟아진다. 상위권 고교끼리 학력 비교는 더 철저하다. 프랑스 주요 명문고에는 프레파라는 그랑제콜(엘리트 교육을 하는 특수 대학원) 준비반이 있다. 프레파별 성과는 샅샅이 공개돼 경쟁을 자극한다”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한국의 일부 교육자는 프랑스를 평등한 공교육이 꽃피우는 나라로 소개하곤 한다.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라며 “학업 성적으로 서열을 매기는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주장은 프랑스에서 좀처럼 들어보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어 “상위권 고교들은 널리 공개되는 입시 결과와 그에 따른 서열화를 견디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프랑스가 소수의 엘리트를 길러내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요즘 한국에서는 무리수를 쓰더라도 자율형 사립고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따뜻하고 포용적인 교육 철학을 독점한 것처럼 행세한다. 그러나 경쟁 자체를 죄악시하는 그들의 주장을 좇다 보면 교육 현장이 나태한 공간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며 “사람이 자원인 나라인 만큼 경쟁의 순기능을 살리는 교육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7월1일자 조선일보 칼럼.
▲ 7월1일자 조선일보 칼럼.

 

“프랑스 고교에서는 상산고처럼 의대를 가려고 경쟁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는 그랑제콜을 ‘엘리트 교육을 하는 특수 대학’이라고 쓰고 있는데 그랑제콜은 대학(학부)과정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이므로 사실과 다르다”고 적었다. 이어 “기자는 프레파를 ‘고등학교의 그랑제콜 준비반’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프레파는 고교 과정이 아니라 대학 학부과정이다. 고등학교 졸업후 프레파를 2년 또는 3년에 걸쳐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인정해 준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프랑스에서 명문 그랑제콜에 가려는 학생들은 대체로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 프레파를 가고, 프레파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명문 그랑제콜에 가는 것”이라며 덧붙였다. 

이씨는 또한 “기자는 고등학생들이 그랑제콜을 가기 위해 열심히 경쟁하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그랑제콜에서 고교별 지원·합격 현황을 공개한다’고 했는데 왜곡이다. 그랑제콜이 대학원 과정임을 밝히고, ‘고교별’이 아니라 ‘프레파별’ 입학실적을 공개한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조선일보 칼럼이 지적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 논란과 관련해 “프랑스 고교에서는 상산고처럼 의대를 가려고 경쟁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의사, 변호사가 되려면 그랑제콜이 아니라 평준화된 일반 대학을 가야 한다”고 지적한 뒤 “가뜩이나 과잉경쟁으로 몸살을 앓는 한국에서 이런 왜곡기사를 쓰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고 비판했다. 

6월20일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가 자사고 지정이 취소돼 사상 첫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게 됐다. 이를 두고 전 사회적인 고교서열화 해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6월21일자 “이번엔 자사고 죽이기 코미디, 나라에 필요한 것 다 부순다”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친(親)전교조 교육감 한 명이 수많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들을 농락하고 있다”며 자사고 폐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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