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1시간 가까이 회담을 한 결과 2~3주 내에 북미간 실무협상팀을 구성해 포괄적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미 정상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3차 정상회담을 통해 교착상태의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이다. 형식은 정상회담이었지만 내용은 준비회담 성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회담 대신 북미회담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와 함께 이날 성사된 역사적인 판문점 북미회담은 사전에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지 대체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깜짝 성사의 배경과 경위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3시50분부터 약 53분간 북미정상회담을 벌인 뒤 회담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을 북측으로 환송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이후 자유의집으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오늘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사적 순간이고,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렇게 빨리 응답을 받을지 몰랐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이 각각 협상대표를 지정해서 포괄적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내에 북미가 각각 협상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며 미국의 경우 스티븐 비건 미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대표로 하는 협상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까도 문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2~3년 전만해도 이곳이 상당히 위험하고 위협이 있는 지대였지만 지금은 굉장히 평화로운 지역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북미정상회담, 남북미정상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위를 두고 문 대통령도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 기자회견에서 이날 회동을 두고 “원래는 올렛 GP만 함께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며 “(트럼프의)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이제 한 고개를 넘었다”며 “전세계와 8000만 겨레에게 큰 희망 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이 실무 이상의 대표를 선정해 실무협상에 돌입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좋은 결과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며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의 말 드리고자 한다며 “제가 급작스럽게 통지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만약 오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체면 서지 않았을 것이고 가슴아팠을 것”이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급박하게 24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에 통보했음에도 응답해줬다고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좋은 의지와 선의를 보였다며 오늘 이후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었을 때 소감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서 남으로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하자 영광이죠 하면서 넘어왔다”며 “이런 일 일어난 것 처음이라 생각한다. 내가 북쪽 땅 밟은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청했다고도 했다. 그는 “밖에서 내가 백악관에 와달라고 초청했다”며 “언제라도 원하면 할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날 회담을 두고 “다음단계로 나아갔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서두를 필요 없다. 항상 서두르면 재앙적 결과가 온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영광이었고, 5분할 것이라고 했는데, 1시간 가까이 환담을 했다”며 “대단히 긍정적 날이고, 의미있는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 방향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이 잘 주도하리라고 믿는다”며 “대한민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과도 얘기할 것이지만 적어도 초기엔 북미 대화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측 협상팀이 여전히 살아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담당자는 아직 생존해있다고 한다, 나머지 협상팀도 생존해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실험(테스트)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라들이 대부분 소형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고,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남북미 뿐 아니라 중국까지도 이번 판문점 회동을 준비해왔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경우 날짜 확정이 되기 전부터 회담을 한다는 것을 발표했고, 날짜를 확정 발표했을 때 비무장지대 계획도 알려졌지만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여러차례 확정되지 않았다고만 해왔다. 심지어 북미회담은 미국측에서 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전에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낫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제안해왔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먼저 성사됐다. 오히려 교착된 비핵화 협상의 재개 필요성을 북미 당국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 한 요인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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