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박근혜’가 부활했다. 대한애국당이 최근 당명을 우리공화당으로 개명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정치적 교감과 뜻에 따라 정했다”고 밝혔는데 박근혜 쪽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를 홍문종 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대한애국당으로 간 것과 엮으며 ‘보수분열’을 예견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단 다수 언론이 핵심 친박인사인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탈당한 것을 ‘황교안 체제가 친박계를 공천에서 배제할 것으로 예상해 미리 탈당했다’고 보는 시각은 섣부른 분석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학원에서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는 등 여러 송사에 휘말려 있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체제 때 당협위원장에서 쫓겨나 사실상 다음 총선 공천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친박계가 아닌 개인의 생존을 위한 선택에 가깝다.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진=노컷뉴스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진=노컷뉴스

 

조선일보는 현재 ‘보수분열’ 분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가장 최근 칼럼에서 홍문종 탈당 등 사건을 “총선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라고 보고 “총선 향배는 민주당 쪽보다 많은 변수를 가진 야권 행보에 달렸다. 그중 백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처신”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의 대안은 ‘한국당 물갈이’다. 김 고문은 “친박·반박·비박할 것 없이 현직 거의 전원이 사퇴하고 신인 200여명으로 총선에 임한다면 가히 선거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명한 건 야권이 후보를 난립하면 총선은 필패”라고 했다.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도 지난 14일 칼럼에서 “(박근혜) 탄핵됐을 때 그 위세를 업고 행세하던 의원 중 단 한 명도 책임지고 그만두지 않았다”며 “치욕적 실패를 맛봤으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없다”고 비판했다. 

▲ 지난 18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칼럼
▲ 지난 18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 칼럼

 

한국당이 여전히 박근혜를 기준으로 분열한 상태이니 이를 막기 위해 박근혜 존재 자체를 지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당 계열이 집권했을 때 야당이 반정부프레임을 내세우며 단일화한 것과 같은 원리다. 김 고문은 5월7일 칼럼에서 “모든 반문(反文) 세력을 망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무성 등 복당파와 유승민 등 바른미래당파까지 “계산하지 말고 한국당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지난 3월말 칼럼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한국당에겐 “‘박근혜’발(發) 악재를 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김 고문이 말한 ‘‘박근혜발(發) 악재’는 며칠 뒤 현실이 됐다. 지난 4·3 재보궐선거에서 한국당 경남 창원 성산 강기윤 후보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에게 약 500표 차로 아깝게 졌다. 이때 대한애국당 진순정 후보가 838표를 얻었다. 단순 계산으로 대한애국당 지지를 한국당이 흡수했다면 한국당이 승리했을 선거였다. 

조선일보는 애초 전당대회부터 황 대표가 아닌 비박계 오세훈 후보에 관심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 첫 시험대인 4·3재보선에서 황 대표는 두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친박당인 대한애국당 ‘때문에’ 진보진영에 의석을 내줘 두고두고 당안팎에 포진한 친박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황 대표 자신이 창원성산에 출마해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식의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냈다.   

일단 조선일보는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나마 한국당의 답답한 상황을 지원하고 있다. 김대중 고문은 지난 18일 칼럼에서 “정부 쪽이 박근혜 석방으로 맞장구친다면 총선 구도 면에서 한국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광일 논설위원도 이날 “(정부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묶어서 사면할 수도 있다”며 ‘성탄절사면’과 ‘연말사면’ 등을 언급하며 “문 정권은 어떤 형식이든 총선에서 보수세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흔들 수 있는 타이밍을 노릴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박근혜를 사면해 보수진영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있다. 절차상으로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하는데 박근혜 상고심은 아직 열리지도 않아 불가능하고, 만 총선 전에 형이 확정되더라도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를 사면하는 건 여권 지지층 비난에 직면할 위험이 더 커 실현가능성이 없다. 조선일보가 보수층에게 야권분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황교안 체제가 통합동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황 대표는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을 이룰 리더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말로만 한국당 중심의 보수통합을 말하고 있다. 황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 “무능한 문재인 정권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국민의 열정과 통합 에너지를 자유한국당의 그릇에 오롯이 담아낼 것”이라고 썼다. 

실제론 전혀 실천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13일 인재영입위원장에 이명수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계파색이 짙은 인물은 아니지만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친박계 인사인 한선교 의원이 당 사무총장에서 물러나자 이진복 의원 등이 차기 사무총장 하마평에 올랐지만 친박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이진복 의원은 탄핵 정국 때 탈당했던 복당파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MBN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다 지난 28일 박맹우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한 전 총장을 임명할 때 박 의원을 복수 후보로 검토했을 정도로 박 의원 역시 친박인사라는 게 조선일보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비교적 정치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 박 의원을 낙점한 것은 친박계 지지를 끌어내면서도 비박계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면서도 “결국 친박 성향 인사를 사무총장에 앉힘으로써 친박세력의 지원을 얻어 당대표에 오른 황 대표의 정치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보수진영의 생존을 위해 박근혜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은 2016년 탄핵 정국부터 이어져 온 조선일보의 기조다. 최근 황 대표의 헛발질과 이를 전하는 조선일보 등 보도를 보면 보수진영을 살릴 적임자로서의 희망이 꺼져가는 분위기다.

한국당에 대한 조선일보의 최근 입장은 지난 27일자 원성우 조선일보 정치부기자 기자수첩에 잘 드러난다. 황 대표가 취재진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건을 비판하는 칼럼인데 ‘부적절하다’ 정도의 다른 신문사 기사에 비해 조선일보는 이를 기자수첩까지 다루며 다소 거세게 비판했다. 원 기자는 황 대표를 조선일보가 시종일관 비판해 온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 빗댔다. 또한 황 대표를 “정치신인”, “고스펙 탓인지 일반 국민과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등 표현으로 비판했다. 

한국당이 국회에 복귀하면서 원외인물 황 대표의 대선준비(민생투어)도 막을 내렸다. 황 대표가 앞으로 보일 리더십과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평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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