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5도위원회(위원장 박성재)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해야 할 일을 잘했거나 혹은 안 했다면 언론에 오르내려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해당 위원회에 일이 거의 없거나 일을 했는데도 알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이북5도’란 1945년 8월15일 해방 당시 대한민국 행정구역상의 도(道)인 평안남도·평안북도·함경남도·함경북도·황해도를 말한다. 이는 현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정한 북한지역 행정구역과는 차이가 있다. ‘이북5도위원회’는 이북5도를 포함해 강원도와 경기도 중 현재 북한영토(미수복) 지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기관이다.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을 토대로 한 ‘이북5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북5도법)’을 설치근거로 두고 있다. 이북5도위원회에는 각 도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북5도 도지사가 있고 임기가 3년인 명예시장·군수 뿐 아니라 명예읍·면·동장까지 있다.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면 이들이 북한 해당 지역에 가서 행정업무를 보게 된다고 한다.   

▲ 이북5도위원회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 이북5도위원회 홈페이지 첫 화면 갈무리
▲ 이북5도위원회 조직도. 사진=이북5도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 이북5도위원회 조직도. 사진=이북5도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당연히 북한 현실을 파악해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북한 지역을 통치할만한 실질적인 준비를 하진 못하고 있다. 이북5도위원회가 밝힌 주요업무는 남북평화시대 이북도민 역할강화(실향민 고향방문과 같이 숙원사업 추진 등), 북한이탈주민 포용 확대(취업지원 강화 등), 소통과 화합의 도민사회 구현(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 등) 등이다. 

이북5도위원회 존재 자체를 다수 국민이 모르니, 실제로 통일이 됐을 때 이북5도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국민적 평가가 이뤄진 적도 없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이북5도위원회가 지난 5년간 언론사에 각종 홍보 명목으로 어떤 내용의 정책을 알렸고 예산은 얼마나 썼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북5도위원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이북5도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홍보예산은 없다”며 “특별히 (홍보가) 필요할 때는 본부(행안부) 대변인실을 통해 보도자료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보도자료를 토대로 행안부 출입기자들이 종종 이북5도위원회 체육대회와 같은 행사 소식을 기사로 작성했다. 사실상 숨어있는 정부조직이다. 

물론 이북5도 관련 소식을 전문으로 전하는 신문들이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미디어오늘은 ‘이북5도위원회가 최근 5년 어떤 신문을 구독했고 총 예산을 얼마나 썼는지’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위원회가 미디어오늘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문화일보·조선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중앙일보·한겨레 등을 구독해 163만5000원을 썼고, 지난 2015년부터 종합일간지를 구독하는데 매년 342만~398만원 정도를 썼다. 

이북5도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북5도 소식을 전하는 신문에는 이북도민연합신문, 오도민신문, 이북5道신문, 황해민보, 평남민보, 평북민보, 함남민보, 함북민보 등이 있다”며 “이 신문들은 다 무료라서 구독비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신문들은 월1회 나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이북5도 소식을 전하는 신문들. 위에서부터 이북5도신문, 오도민신문, 황해민보
▲ 이북5도 소식을 전하는 신문들. 위에서부터 이북5도신문, 오도민신문, 황해민보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기 힘든 곳도 있었고, 인터넷 홈페이지는 있지만 기사에 바이라인(기자이름)이 없는 곳도 있었다. 대다수는 이북5도위원회나 이북5도민 관련 소식을 단순 소개하거나 다른 매체에서도 볼 수 있는 북한 관련 기사였다. 물론 북한이탈주민·북한 전문가 인터뷰를 실은 곳도 종종 있었다. 이북5도위원회라는 정부기관을 감시·비판하는 기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사실상 언론이 숨겨준 정부조직이다.   
  
간간히 언론에 등장하는 이북5도위원회의 문제점을 보면 상당수가 예산낭비에 대한 지적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 호(6월) “북한을 관할하는 척하는 한국 관료들(The South Korean bureaucrats who pretend to run North Korea)”이란 기사에서 이북5도위원회가 목적이 불분명하고 비효율적인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정권과 관계는 통일부 소관이고 행안부 산하인 이북5도위원회가 국가정보원 등의 도움 없이 북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해당 위원회 연간 전체예산이 850만달러(약 100억원)에 해당하고 각 도지사에게 매년 12만달러(약 1억4000만원)의 급여에 차량, 비서와 운전기사, 업무추진비까지 제공된다고 지적했다. 각 도지사가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어서다. 미디어오늘 확인결과 이북5도위원회 홈페이지에 각 도지사들 매달 업무추진비는 공개했지만 다른 중앙부처 차관급 공무원과 비교하면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이 공개한 이북5도위원회 최근 10년 예산현황을 보면 총 834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법에서 명시한 조사연구업무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북5도법 4조에선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 걸친 정보 수집·분석과 이북5도를 수복할 경우 시행할 정책 조사연구 업무를 명시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북5도위원회는 전형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북5도위원회가 숨어있는 조직이어선 안 되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최근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과연 흡수통일을 전제한 기관의 존재가 적절한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상 영토가 한반도 전체인 걸 입증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 공감하더라도 현재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북5도위원회에 따르면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2월15일 이승만이 이북5도지사를 임명하고 5월23일 이북5도청을 열면서 탄생했다. 1946년 설립한 민간단체 ‘5도민회’가 뿌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당시 극우테러집단인 서북청년단과 연관이 있다. 이승만이 북한에서 내려온 기독교인들을 결집해 정권유지 수단으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이를 공공기관으로 만든 것.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1962년 지금의 ‘이북5도법’을 만들어 합법화하고 ‘명예’ 기초자치단체장 등에게 수당까지 지급하며 이들을 챙겼다. 흡수통일과 반공을 기치로 설립·유지한 탓일까. 이북5도위원회는 민주화 이후 첫 대선에서 노태우를 지지했고, 정부는 1993년 이북5도청사(서울 종로구 구기동)를 건립해주고 임대료도 받지 않는 등 각종 특혜를 줬다. 

▲ 지난 2월28일 북미정상회담의 한 장면. 김정은 위원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한 뒤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 지난 2월28일 북미정상회담의 한 장면. 김정은 위원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한 뒤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조직의 존폐를 걱정하게 된 건 1997년 대선. 김대중이 당선되면서 반공단체들은 애물단지 내지 반정부단체가 됐다. 남북주민의 왕래가 끊긴지 반세기가 넘어가면서 이북5도위원회의 존재근거도 흔들리고 있다. 해방 당시 행정구역인 이북5도와 현재 북한 행정구역(양강도·자강도 등 추가)이 맞지 않는 것은 물론, 850만으로 추산하는 이북5도민 인구 역시 명확하지 않다. 

이북5도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970년대에 이북5도민을 조사해 ‘가호적’ 등록을 받았는데 이 인원에 인구증가율을 적용해 추산한 게 850만명”이라고 설명했다. 70년대 당시 이북5도 가호적 취득자가 약 540만명이었는데 이게 정확한 통계인지도 의문이지만 이 중 사망인구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남북대화를 강조하는 3기 민주정부가 들어섰고, 북미정상도 활발하게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북5도위원회의 역사와 역할, 예산·실적 등을 국민 다수가 알게 된다면 다시 폐지나 개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북5도위원회가 홍보예산조차 잡지 않은 채 은둔하고 있는 이유일지 모른다.   

※ 참고문헌 
슬로우뉴스, 왜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도지사를 임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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