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내 행사에서 여성 당원들의 부적절한 율동을 격려해 비판 받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우리 당이 하는 것, 가는 방향이 국민과 시민사회에 잘 안 알려진다”며 “그 원인들이 몇 가지 있겠지만, 중요한 하나는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동아일보도 옹호하지 않았던 사건에 ‘좌파언론’을 탓했다.  

황 대표는 “우리가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된다. (그러나) 실수하면 크게 보도된다”며 “그래서 우리 당이 하는 일은 다 잘못이고, 국민들에게 좋지 못하게 많이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소위 ‘엉덩이춤’ 논란에 그의 ‘답’이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지만 여기에 대한 인식을 찾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 MBN 보도화면 갈무리.
▲ MBN 보도화면 갈무리.

앞서 황교안 대표는 지난 3월19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현실인식과 과제를 다음과 같이 드러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세력은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고, 이들이 정치권, 좌파언론, 시민단체, 민노총 등에 포진되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발상과 혁신을 가로막는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를 두고 “협상을 통해 타협을 모색하는 정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며 5공 군부독재 시절의 적대적·공격적 인식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한겨레 3월20일자 사설)는 비판적 분석이 나왔으나 황 대표의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언론을 ‘운동권 카르텔’로 보는 그에게 합리적 비판은 좌파 또는 좌파에게 속은 이들의 공격에 불과하다. 

▲ 6월28일~29일 '황교안' 관련 연관어 분석. ⓒ한국언론진흥재단
▲ 6월28일~29일 '황교안' 관련 연관어 분석.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빅카인즈’에서 6월27일~28일 이틀간 ‘황교안’으로 검색된 뉴스 229건의 연관어 분석 결과 △엉덩이춤 △당원 △대표가 △원내대표 △나경원 같은 단어가 눈에 띄었다. ‘여성 원내대표까지 있던 자리에서 당원이 엉덩이춤을 췄는데 대표가 격려했다는 것에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 소위 진보·보수언론 모두가 꼽은 사건의 본질이었다. 

황 대표의 ‘좌파언론’ 탓은 결국 한국당을 비판하는 모든 언론이 좌파언론이라는 말로 들린다. ‘좌파언론’이란 단어를 검색어로 입력한 시각화분석결과에 따르면 ‘좌파언론’의 주요 발화자는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 외에는 쓰지 않는 말이란 뜻이다. 올해 1월부터 주요 종합일간지 중 ‘좌파언론’이란 표현을 한국당 인사의 발언 인용이 아닌, 스스로 지면에서 쓴 곳은 조선일보를 빼곤 없었다. 

▲ '좌파 언론' 검색어와 관련한 언론보도 시각화 분석결과.
▲ '좌파 언론' 검색어와 관련한 언론보도 시각화 분석결과. ⓒ한국언론진흥재단 

황 대표의 ‘좌파언론’ 발언에 대해 정치 컨설턴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트럼프는 마음에 안 드는 언론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하지만 한국당은 좌파 프레임로 바라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승찬 대표는 “한국당은 여전히 박탈감과 원한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좌파라는 규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유승찬 대표는 “앞뒤 따지지 않고 좌파프레임만으로 몰아가면서 정작 국민의 삶과 관련된 이슈는 한국당의 정치에서 사라졌다”고 우려한 뒤 “한국당 막말 중에는 언론이 상종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 많다”며 “언론이 정치인의 막말을 즉자적으로 과도하게 노출하는 측면이 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막말에는 반응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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