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구 스포츠서울)가 지정 회계감사 결과로 ‘의견 거절’을 공시하자 내부에서 우려가 나왔다.

의결 거절은 회계사가 감사 진행을 위한 적절한 자료 제공을 받지 못해 정상적으로 감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업 경영이 정상이 아니라는 신호다. 상장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 거래중지된 한류타임즈.
▲ 거래중지된 한류타임즈.

1985년 창간한 스포츠서울은 1999년 서울신문에서 분사됐다. 2004년 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스포츠서울은 2019년 1월 회사 이름을 경제전문매체 한류타임즈로 변경했다.

한류타임즈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34주년 및 한류타임즈 출범 행사를 열었다. 당일 행사에는 국회의원을 포함해 재계, 스포츠계, 연예계 등 각계 유명 인사와 노벨상 후보 카파토스 박사까지 참석했다.

▲ 한류타임즈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34주년 및 한류타임즈 출범 행사를 열었다. 사진=스포츠서울
▲ 한류타임즈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스포츠서울 창간 34주년 및 한류타임즈 출범 행사를 열었다. 사진=스포츠서울

그런데 다음날인 20일 회계감사 비적정설이 돌면서 조회 공시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21일 감사의견 공시 결과 상장 폐지 사유인 ‘의견 거절’이 공시됐다.

전국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지부장 황철훈)는 26일 성명서를 통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며 “지정 회계감사 결과인 ‘의견 거절’은 정상적 상장사에선 상상하기 힘든 참담한 결과”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의견 거절 사유는 쉽게 말해 투자금이 적법하게 쓰였는지 엉뚱한 곳으로 빼돌려졌는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혼돈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공시된 한류타임즈 감사보고서를 보면, 회계법인 안진은 “회사가 특수관계자 등에게 지급한 지분 투자, 자금 대여 및 선급금 등과 관련해 투자 및 자금 거래의 내부 통제 절차미비로 거래 타당성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의견 거절 근거를 밝혔다.

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코스닥시장상장규정에 의한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된다”며 “한류타임즈의 이의 신청이 없는 경우 상장 폐지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온라인 게시판에 성난 주주들을 중심으로 연일 스포츠서울(한류타임즈)을 성토하는 글이 빗발친다. 구성원들과 행사에 참석한 유명 인사들도 부역자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류타임즈 피해 주주들은 상장 폐기 소식에 ‘주식 사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 소액주주들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스포츠서울 본사를 찾아 항의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소액주주들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스포츠서울 본사를 찾아 항의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4000만원을 투자한 30대 오아무개씨는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3만주를 샀다. 34년이나 된 미디어 회사가 주주들 신뢰를 이렇게 저버렸다. 주가 부양으로 자신들은 이득을 취하고, 우리는 제대로 대응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40대의 김아무개씨는 “1억 이상 투자했다. 10만주 이상 샀다. 30살 때부터 요리사하면서 힘들게 모은 돈을 다 날리게 생겼다. 아내랑 잘살아 보려고 투자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투명하지 못한 기업 경영이 가져온 최악의 결과다. 수년간 받아야 할 임금과 상여금을 반납하면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쏟은 조직원들의 쇄신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며 사측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황철훈 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2~3년 주기로 바뀌는 대주주들은 코스닥 상장사인 스포츠서울을 본업인 미디어보다는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 이승호 한류타임즈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스포츠서울 인근 대강당에서 제21기 정기주주총회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이승호 한류타임즈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스포츠서울 인근 대강당에서 21기 정기주주총회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한류타임즈는 28일 오전 9시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대신 주주 간담회를 열었다. 사측은 주주들에게 대주주가 내달 12일로 연기하자고 제안했다며 주총 시기를 미뤘다.

이승호 한류타임즈 대표는 주주 간담회에서 “전문 경영인인 저도 참담하다. 밤잠을 못 잤다. 주주 분들에게 보답하지 못해 참담할 따름이다. 제가 감사 의견 거절을 받고 회계 법인을 찾아가 3시간 이야기했다.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표이사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분에게 묻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한류타임즈는 회사와 주주들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했다. 이에 주주들은 “우리는 밤잠만 못 잤겠느냐. 자꾸 말 돌리지 말라. 감사 의견 거절당한 거 미리 알고 있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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