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우리 정부를 비난한 북측을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 북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이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한국을 향해 “참견하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문 특보는 이날 한겨레 유튜브 콘텐츠 ‘한겨레 라이브’ 인터뷰에서 “권 국장 발언은 지극히 무례하기 짝이 없다”며 북에 쓴 소리를 던졌다. 

문 특보는 “우리 대통령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일개 국장이 이런 식으로 발언할 수 없다”며 “북은 알아야 한다. 북이 북미협상을 직접 할 수 있지만 우리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남측과 좋은 관계를 맺고 충분히 대화해야 북미 관계 역시 잘 풀릴 수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 특보는 “미국 의회와 워싱턴 싱크탱크에는 (북미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고, 여론과 언론도 부정적”이라며 “북 혼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트럼프 대통령도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와의 협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북도 주어진 현실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파악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 일방적으로만 하면 북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방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문 특보는 “한반도 분단 현실 그리고 DMZ 중심의 군사적 긴장 관계 상황을 현장에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지향적 발언이 나올 거라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같은 곳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향후 대화와 협상을 위한 좋은 발언을 한다면 긍정적 기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한겨레TV에 출연해 우리 정부를 비난한 북측을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 북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한겨레TV 화면 갈무리
▲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27일 한겨레TV에 출연해 우리 정부를 비난한 북측을 강하게 비판하며 “우리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 북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사진=한겨레TV 화면 갈무리

하지만 문 특보는 당장의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미 간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3차 정상회담 개최를 기대했지만 문 특보 전망은 조금 달랐다. 

문 특보는 “권정근 북한 외무성 국장 담화를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북한 입장은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가 전면에 나와야 한다는 건데 미국 입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북에 대한 제재 완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에 와서 어떤 발언을 할지 모르지만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 3차 북미 회담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지난주 워싱턴 갔었는데 그쪽에서는 기본적으로 북에 대한 제재 완화는 불가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제재 완화가 어려우면 (북에) 다른 거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고 내 생각을 전했다. 북에 대한 안전 보장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수교 정상화, 북미 간 불가침 조약 체결 등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출구’가 아닌 ‘입구’에 놓고 북미가 협상하면 교착 국면이 풀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문 특보는 경색된 남북관계에 “북이 주장하는 ‘민족 이익’과 미국이 주장하는 ‘동맹 이익’ 사이에서 우리는 샌드위치된 상태”라며 “결국 대통령이 설정한 원칙과 전략에 따라 전체 국민,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북 모두에게 쓴 소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대북 인도 지원, 금강산 관광 등에서 독자적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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