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각각 망국의 국왕 고종과 일본 근대화를 이끈 이토 히로부미로 비유한 조선일보 칼럼에 청와대가 28일 토착왜구적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이 28일자로 쓴 ‘문 대통령은 고종의 길을 가려하는가’라는 칼럼에 청와대는 귀기울일만한 내용이 아니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낮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 실장의 칼럼 주장에 “글을 쓴 사람이 역사학자도 아니고 역사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귀를 기울여서 들을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러한 토착왜구적인 시각이 언론계에도 퍼져있는 것이 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실장은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에서 대한민국이 구한말처럼 망국으로 간다면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구한말 조선의 고종과 침략국 일본의 이토히로부미에 비교했다.

박 실장은 아베의 행보를 “이토 히로부미에 비유된다”며 “우리에겐 흉적이지만 일본에 이토는 근대화의 원훈(元勳)으로 추앙받는”다고 했다. 이와 달리 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을 노동 중시의 분배론자라면서 아베는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문 대통령은 국내적 공정·평등을 우선시하며, 아베가 밖을 본다면, 문 대통령의 시선은 안을 향해 있다고 썼다.

특히 외교노선을 두고 박 실장은 아베가 ‘트럼프의 푸들’을 자처한 반면 문 대통령은 미·중 간 ‘중재자론’을 내걸었다며 “미·일이 유례없는 밀월인데 한·미 동맹이 서먹해진 것이 두 사람의 리더십과 무관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의 아관파천을 본 영국이 6년 뒤 영일동맹을 맺어 조선을 일본에 넘겨주었다고 단정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패권을 쥔 미국과 동맹을 약화시키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겠다고 한다며 패권국에 등 돌린 나라가 국제 질서의 주류 진영에 설 수는 없다는 주장했다.

▲지난 2월2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가면을 쓴 한 참가자가 '할머니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2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가면을 쓴 한 참가자가 '할머니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7년 7월7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의 핵 관련 3국 정상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노컷뉴스
▲지난 2017년 7월7일 G20 정상회의가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의 핵 관련 3국 정상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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