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가들이 내달 1일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농성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조달청 입구를 막아선 경찰과 대치 중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하 전장연) 활동가 50여명은 27일 오전 7시께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앞 기습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지방조달청 건물에는 기재부 서울사무소가 있다. 이들은 조달청 앞에서 밤을 지샌 뒤 40여명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150여명이 투입됐다.

정부는 오는 7월1일부터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에 들어간다. 새 종합조사표를 도입해 이에 따라 △활동지원 급여 △장애인 보조기기 △장애인 거주시설 △응급안전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장애인 활동가들은 종합조사표가 기재부가 정한 예산 범위에 맞춰 설계됐다며 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종합조사표는 또다른 ‘점수제’에 그칠뿐더러, 활동지원 서비스 규모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해당 조사표를 2500명에게 모의 적용한 결과 10명 중 3명 꼴로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었다. 100명 가운데 7명 꼴로 수급에서 탈락했다. 27일부터 조달청 앞을 지킨 배재현 노원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현재 월 238시간에 해당하는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는다. 새 조사표에 따르면 60시간으로 줄어들어 75%가 잘려나간다”며 “중증장애인은 더구나 활동보조시간이 일상생활에 필수인데, 새 조사표는 단 1시간이라도 늘리지 못할망정 더 집에만 박혀 있게 만든다”고 했다.

앞서 27일 6시께엔 경찰이 활동가들의 조달청 퇴근 저지 투쟁을 해산시키며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 20여명이 조달청 입구를 막은 활동가 4명을 사지 또는 휠체어를 잡고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1명의 활동가가 연행돼 조사를 받고 밤 12시께 석방됐다.

▲경찰이 27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퇴근 저지 투쟁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경찰이 27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퇴근 저지 투쟁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28일 오전 전장연 활동가들이 경찰이 서울지방조달청 입구를 막아선 가운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8일 오전 전장연 활동가들이 경찰이 서울지방조달청 입구를 막아선 가운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장연 측은 “문재인 정부 들어 이렇게 강경한 진압은 처음이라 놀랐다”고 했다. 이들은 “경찰이 그간 방패로 집회 참가자들의 진입을 막긴 했지만, 어제처럼 직접 방패를 치우고 사람을 들어내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틀째 농성 자리를 지킨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의경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경찰이 활동가들과 대치 중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춘 뒤 혀를 내밀어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계속 기재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나지 못한 채 7월1일을 맞게 됐다”며 “홍남기 장관이 아니라면 차관이나 관계자를 만나 의미 있는 예산 반영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도록 면담을 촉구한다”고 했다. 현재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 출장 중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2시에 행진한 뒤 4시께 농성을 마무리한다. 다음달 1일에는 오후 1시 조달청에서 서울 용산구 서울역까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전동 행진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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