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각각 망국의 국왕 고종과 일본 근대화를 이끈 이토 히로부미로 비유해 대한민국이 구한말처럼 망국으로 간다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은 우리가 패권국에 등을 돌리면 주류국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아베는 트럼프의 푸들을 자처하는데 우리는 중재자를 자처한 것을 들었다. 조선일보 논설실장 칼럼이다.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28일자 ‘박정훈 칼럼’ ‘문 대통령은 ‘고종의 길’을 가려 하는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비교하면서 현 정세를 구한말 같다고 했다. 박 실장은 “아베가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을 롤모델로 삼았다”고 했다. 박 실장은 아베의 행보를 “이토 히로부미에 비유된다”며 “우리에겐 흉적이지만 일본에 이토는 근대화의 원훈(元勳)으로 추앙받는”다고 했다.

이와 달리 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을 노동 중시의 분배론자라고 했다. ‘강한 일본’(아베)과 ‘포용국가’(문)의 슬로건만큼이나 차이가 크다면서 아베는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문 대통령은 국내적 공정·평등을 우선시하며, 아베가 밖을 본다면, 문 대통령의 시선은 안을 향해 있다고 썼다. 특히 외교노선을 두고 박 실장은 아베가 ‘트럼프의 푸들’을 자처한 반면 문 대통령은 미·중 간 ‘중재자론’을 내걸었다며 “미·일이 유례없는 밀월인데 한·미 동맹이 서먹해진 것이 두 사람의 리더십과 무관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나라를 빼앗고 민족과 강토를 유린한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제3자처럼 관찰할 일인지 의문이다. 우리가 바로 그 피해 당사국이다.

▲지난 2017년 11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이타마(埼玉) 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CC에서 오찬을 하기에 앞서 함께 서명한 모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실장이 거론하지 않은 것은 아베의 뿌리다. 아베의 외조부는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아베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담은 담화문을 모두 수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상이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지 않고 다시금 그런 망령을 꿈꾸는 인물을 우리 대통령이 본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박 실장은 구한말 패권국 영국 대신 비주류 러시아와 손을 잡고자 아관파천을 했던 고종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조선의 아관파천을 본 영국이 6년 뒤 영일동맹을 맺어 조선을 일본에 넘겨주었다며 문 정부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패권을 쥔 미국과 동맹을 약화시키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겠다고 한다며 패권국에 등 돌린 나라가 국제 질서의 주류 진영에 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패권국 미국과 동맹을 강화시키고 중국을 외면하라는 주장은 아직도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서로 협력하고 공존할 생각보다는 강대국에 붙어 손쉽게 힘을 얻겠다는 편의적 외교술일 뿐이다. 더구나 아관파천 탓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역사적 사건을 한두 가지 원인으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박 실장은 고종이 개화파를 살해 축출한 것이 부국강병 세력의 씨를 말렸다며 돌연 “지금 벌어지는 ‘적폐 청산’도 국가의 인재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자충수”라고 했다. 적폐 청산과 구한말 개화파 축출의 연결도 어색하다. 뇌물과 각종 불법으로 국정을 농단한 일을 바로 잡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적폐란 특혜와 편법이 횡행한 비정상 사회로, 그 청산은 너무도 당연하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지난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 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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