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입기자죠? 다 민주당 출입기자야 보니까. 기사가 좋게 나올 수가 없어. 이게 참 문제야.”

27일 활동종료가 임박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정회했을 때, 주위를 둘러보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자들에게 출입 정당을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에 불만을 털어놓던 장제원 의원은 본인 주변의 몇몇 기자들을 보고는 “다 민주당 출입기자”라며 “한국당 출입기자들이 와야 그래도 좀 합리적인 기사가 나가지 않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활동기한 마지막 평일이자 본회의 예정일(28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이날 소위는 약 1시간 만에 기약 없는 정회를 했다. 소위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에 오른 선거제 개혁법안 등을 심의한 뒤 표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소위 위원 다수가 특위 기한이 연장된다면 여유를 갖고 법안 심사를 하되, 연장이 안 되면 법안을 심사·표결한 다음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자는 공감대를 갖고 연 회의였다. 여러 법안을 함께 검토하자는 한국당 등 의견에 따라 여야 4당 합의안인 ‘심상정안’에 자유한국당 ‘정유섭안’, 바른미래당 ‘정운천안’, 민주평화당 ‘박주현안’을 병합심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위원이 법안별 검토의견 발표를 끝내자마자 설전이 시작됐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여야 4당 합의안 골자인 준연동형 비례제 자체를 반대했고, 장제원 의원은 쟁점별 조항을 하나하나 논의하는 ‘축조심의’를 요구했다. 김종민 제1소위원장이 “이걸 처음 논의하는 게 아니라 형식적으로 1년 그안에서 6개월의 심층적 논의가 반복돼왔다. 우리가 의결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 동안 충분한 수정 기간이 있다. 이미 논의된 것은 기존 수준으로 정리하고, 기존 논의에서 빠진 걸 중심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했으나, 한국당 반발을 막지 못했다.

▲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장 의원은 “밤새워서라도 논의하자”, “근본적으로 어떻게 연동할 건지 합의가 도출돼야 표결할 수 있다”, “하나하나 심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를 듣던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맨날 ‘필리버스터’해서 사실상 특위 무산시키려는 거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고 하자, 장 의원이 “자기들이 하면 법안심사고 우리가 하면 필리버스터냐. 어디서 그런 오만방자한 얘기를 하느냐”고 맞받으면서 두 의원 간 고성이 오갔다. 김 의원은 “오만방자라니 적반하장에 도가 넘었다.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날짜 얼마 안 남겨놓고 이러는 건 회의가 아니라 회의 방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동안 장 의원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 자기네가 하면 정의롭고 말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여야 4당안을 그대로 표결해 가동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거라 생각한다. 합의안에 대해서도 수정 요구한다. 정개특위 위원으로서 충분히 가능한 요구”라고 말한 뒤 “쭉 얘기해보라”는 김 소위원장 말에 “20가지나 되는데 (지금 말하느냐)”라고 답했다. 회의장에서 이를 받아적던 한 기자가 웃음을 터트리자 장 의원은 정색한 채 “누구냐. 아무리 언론이지만 회의하는 데 방해되면 안 된다. 어느 언론사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심상정 위원은 “오늘 모든 언론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정개특위가 어떻게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고 품격있게 처리해나가는지 지켜보고 있다. 여야 4당과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에 대해 인식도 다르고 제시안도 다르다. 4당안은 그냥 논의안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최종안으로 제시됐다”며 “정개특위 결정 이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양당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 타협점을 만들 수 있다. 정개특위는 자기 소임을 다 하자는 게 이 회의의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들 격앙돼있으니 잠시 정회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10분께 시작된 소위는 3시10분 정회했고, 3시35분쯤 회의장으로 돌아온 김 소위원장이 “원내대표들이 지금 기한 연장을 협상하고 있다. 그 결과를 갖고 결론과 의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소위는 잠정 중단됐다. 김 소위원장은 한국당 축조심의 요구에 “축조심의는 그동안 했다. 회의 참석 안 한 분들이 이제와 다시 하자는 건 사리에 맞진 않는다. 필요한 부분이 꼭 있다면 할 수는 있는데 시간을 끌고 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다른 위원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 일축했다.

27일 현재 늦은 오후까지 3당 원내대표단 협상 성과가 전해지지 않은 가운데, 각 당 원내대표들은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나름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합리적,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예민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을 1당과 2당이 하나씩 위원장을 맡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위원장 자리를 1, 2당이 하나씩 맡는 조건이라면 당연히 연장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악을 막기 위해 정개특위 연장 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 본다. 한국당이 같이 참여해 합의에 의해 연장하는 게 가장 좋지만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회법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절차를 밟아서 특위를 연장하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난 뒤 “의장께서 밤을 새서라도 최종적으로 합의를 시도하라고 했으니 방안을 더 찾아봐야 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합의하라고 의장이 말했으니 중하게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개특위 연장이 결의된다면 무리하게 의결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만일 연장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소임을 다 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정개특위에서 이틀 내에 선거제도 개혁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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