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활동기간이 끝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특위 기한 연장이 안되면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제 개혁법안을 의결키로 했다. 그간 회의 개최에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민 1소위원장이 사퇴해야 특위 연장에 합의할 수 있다며 요구했다.

26일 오후 정치개혁특위 1소위원회는 다수 의견에 따라 정개특위 기한 연장이 성사되면 주어진 시간 동안 충분히 심의를 이어가되, 불발되면 27일 1소위에서 심의·의결한 선거제 개혁법안을 28일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키로 했다. 1소위가 심사할 법안은 한국당 요구를 받아들여 패스트트랙에 올린 ‘심상정안’(여야 4당 합의안) 뿐 아니라 비례대표제 폐지안이 담긴 ‘정유섭안’(한국당), 석패율제를 골자로 한 ‘정운천안’(바른미래당)을 함께 심사키로 했다.

이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의원들은 모두 정개특위 연장 불발 시 의결에 의견을 모았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특위가 활동할 시한이 수, 목, 금 3일 남았다. 정개특위가 주어진 소임을 다해야 한다. 28일 본회의에서 정개특위 연장결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개특위가 선거제개혁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도 “28일 안에는 가부간에 결론내는 게 맞다”며 “정개특위 위원들은 법안 내용을 소상히 숙지하고 방향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정리되지 않고 행정안전위원회로 넘어가면 각 당이 다시 입장을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선거제도 논의에 정치공학이 들어가 순수성이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이렇게 몰아붙여서 28일까지 안 되면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니 이 무슨 의회독재적 발상인가”라고 반발했다. 같은 당 정유섭 의원도 “내일 제대로 심사 안 하고 의결하겠다는 게 또 하나의 패스트트랙 하겠다는 거 아닌가. 폭거다,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제1야당이 드러누우면 다른 당이 아무것도 못하고 같이 드러누워야 한다는 발상이 오히려 의회독재다. 그동안 좋게 말해서 장제원 의원이 ‘원맨쇼’하면서 막아낸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그럴 날짜도 내일, 모레 밖에 없다”고 했다. 법안 심사를 제대로 안 했다고 주장한 정유섭 의원을 향해서는 “회의 좀 합시다. 회의를 좀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참동안 여러 논의 한 것들은 다 씹어먹고 이제와서 안한 것처럼 말하면 어떻게 하느냐. 속기록도 좀 읽어보고, 활동 기한 연장을 하든지. 왜 여야 3당 합의문을 한국당이 엎어서 정개특위 연장 가능성마저 없애는 거냐”고 비판했다.

심사 대상 법안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마찰이 빚어졌다. 장제원 의원은 “지금 일방적으로 의사일정 진행하는 게 한국당 의총에서 부결된 3당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 따른 걸로 안다. 그렇다면 합의안 2항에 ‘3당 교섭단체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각 당 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돼 있다. 그러니 한국당 안도 동시 상정해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 지도부에 정개특위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며 “조건은 민주당이 ‘선거법 합의처리’를 천명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무지막지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김종민 1소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여야 3당 합의를 ‘우리(한국당)는 못지키지만 다른 당은 지키라’는 건 무슨 경우인지 납득이 안 가는 해괴한 논리”며 “금요일(28일)까지 정개특위 의결을 마쳐야 한다. 늦어도 내일 자정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소위가 의결하고 금요일에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격론 끝에 김종민 소위원장은 “내일(27일) 전문위원들의 검토의견이 준비되는 대로 1소위를 속개해 3개 법안을 심의하고, 결론을 어떻게 낼지는 소위 위원들이 모여 의견을 취합해 결론 짓겠다”고 밝혔다. 회의 일정은 오전 10시로 공지했으나, 참여가 어렵다는 한국당 의원들 항의가 잇따르자 추후 간사 간 협의로 결정키로 했다.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김종민 소위원장은 “법률적·행정적으로는 표결로 진행할 수 있다. 결정은 의원들이 모여 하기에 예단할 수 없다”며 “특위 연장 여부는 원내대표 간 협의로 결정하는 것이니 그것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본회의 전 결론이 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적어도 내일까지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대답으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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