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KPS컨소시엄 등과 UAE 바라카 원전의 정비사업계약과 관련해 계약기간과 형태를 두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이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일부 원전 교수들의 주장을 인용해 ‘예상했던 것에 비해 쪼그라들었다’ ‘동반자서 머슴이 됐다’ ‘탈원전에 변심불렀다’ 등 모든 것을 탈원전 탓으로 돌리며 마녀사냥 수준의 공격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성윤모 장관이 직접 전날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5년이며, 계약방식이 정비계약이 아닌 정비서비스계약으로 바뀌었다. 성윤모 장관은 UAE가 자국의 원전규제에 따라 원전운영 전체를 ‘나와’가 책임지고 정비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의미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주류언론은 애초 통째 수주에 15년계약, 2~3조원을 기대했는데 ‘하도급’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며 이 모든게 탈원전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4면 머리기사 ‘5~10년뒤 전문인력 사라질 탈원전 한국… UAE 변심 불렀다’에서 “한국 업체에 최소 15년의 장기정비계약을 몰아줄 것으로 기대되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原電) 운영 업체 ‘나와’가 계약 조건을 사실상 ‘단순 하도급’ 수준으로 축소한 데에는 우리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라고 썼다. 특히 조선은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한국 원전 생태계 붕괴를 지켜본 UAE가 한국을 원전 산업의 동반자에서 ‘머슴’으로 강등시킨 게 이번 계약”이라고 한 말을 보도해 이번 계약으로 우리가 머슴이 됐다고 조롱하는 표현을 그대로 냈다.

중앙일보도 3면 머리기사 ‘탈원전에 신뢰도 하락 … UAE 원전사업 한국 몫 줄어든다’에서 “계약 기간과 규모도 애초 기대했던 15년에서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이 해외 원전 사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라고 썼다.

한국경제는 1면 머리기사 ‘3兆 ‘UAE원전 정비’ 결국 놓쳤다’에서 “문재인 정부가 2017년 ‘탈(脫)원전’을 선언한 뒤 국내 원전 부품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하고 있는 데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했다는 게 원자력계의 진단”이라며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한국의 원전 공급망과 인력 체계 부실화를 우려한 UAE가 정비서비스 공급자를 다변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도 3면 머리기사 ‘장기·단독 수주 자신했는데…5년 하도급계약 받아든 한수원’에서 “이번 정비계약 입찰 결과는 장기적으로 원전 운영에 있어 자신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UAE의 장삿속에 끌려다닌 결과지만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빌미가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 2014년 UAE(아랍에미리트)에 건설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지난 2014년 UAE(아랍에미리트)에 건설중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당초 15년간 2~3조의 정비계약규모 언급을 두고 산업부는 장문의 해명자료를 내어 “이런 규모는 이번 UAE원전 정비계약 당사자간 단 한 번도 합의된 적이 없다”며 “일부 언론 등의 추정치를 재인용한 것일 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확인된 근거도 없이 받아썼다는 주장이다. 또한 단가계약이기 때문에 총 계약금액을 특정할 수도 없는데, 총액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부족하다고 했다.

산업부는 하청신세, 하도급 계약이라는 언론의 표현을 두고 “정비계약 형태는 바라카 원전 건설계약(2009년 12월), 운영지원계약(2016년 10월), 장기설계지원계약(2018년 3월)과 동일하며, 하청‧하도급 계약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한수원‧KPS가 수행할 업무범위가 기존에 논의되던 LTMA 계약과 사실상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쪼그라든’ 수주로 ‘반토막’, ‘3분의 1토막’이라는 보도는 사실에 근거하지 못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탈원전 탓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산업부가 공개한 나와 측의 공식 답변을 보면, 나와의 파트너 선정과정은 한국의 핵 정책과 관계가 없다고 나와있다. 산업부는 “지난 정부 사실상 수주가 어려웠던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한-UAE간 최고위급 외교채널을 가동하여 전방위적 노력을 들인 결과, 금번 정비사업계약 2건이 체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의 UAE 방문, 지난 2월 UAE 왕세제 방한 등을 들었다.

특히 일부 원전학자들(주한규, 정범진, 정용훈 등)을 나란히 인용한 보도를 두고 산업부는 “정비협상에도 관여하지 않은 일부 원전 관계자들의 원론적인 의견표명에만 근거하여 ‘탈원전 때문에 정비계약이 줄었다’라고 보도하는 것은 인과관계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며 “이 같은 보도행태의 반복으로 한-UAE간 관계 훼손, 국내 원전산업계의 국제적 평판 저하 등도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이번 계약축소가 탈원전탓이라는 언론보도를 두고 “계약 방식이 분할 발주식으로 바뀐 것은 UAE측의 국내 사정에 의한 것이고, 정비 책임을 UAE 측에서 직접 지면서 해당 업체와 직접 계약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책과 무관하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우리가 건설했는데 정비는 왜 다른 나라에 주느냐는 의문을 두고 성윤모 장관은 “자체 원전을 보유하지 않아 외국이 건설한 나라의 경우 자국이 (정비를) 일정부분 수행하고, 타국에게도 다른 부분을 맡겨서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2019년 6월25일자 4면
▲조선일보 2019년 6월25일자 4면
▲중앙일보 2019년 6월25일자 3면
▲중앙일보 2019년 6월25일자 3면
▲한국경제 2019년 6월25일자 1면
▲한국경제 2019년 6월25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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