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창 태양광 편이 사실무근이라는 청와대 반발에 이번엔 제작진이 내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벌어져 주목된다.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전언과 노영민 비서실장의 사무실 등 핵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청와대 지적에 KBS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이 공식입장을 내겠다고 했으나 KBS 측에서 내지 않았고, 재방송도 결방시켰다. 이에 제작진이 제작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성명을 내는등 문제의 본질이 외압 논란으로 튀었다. KBS는 25일 이 사건을 두고 보도위원회를 열어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KBS는 지난 18일 밤 방송한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에서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를 통해 태양광 패널로 저수지 60%를 덮은 모습을 본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전언을 방송했다. KBS는 최 전 사장이 방송에서 “60% 한 데를 보고 박수를 쳤거든. 그러니까 차관이 사장님 30% 그것도 없애버립시다 그래요”라고 말한 부분을 방송했다. 또한 KBS는 최 전 사장의 사무실로 찾아가는 장면을 방송하면서 “우편함엔 국민정치연구소 민주연대라고 붙어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사무실”이라고 방송했다.

이를 두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일방적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대통령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KBS가 청와대측에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문의해온 적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 방송에도 청와대측의 입장이 반영돼 있지 않다. 윤 수석은 “대통령이 60%까지 덮은 것 박수쳤고, 정부 차관이 제한 풀어버리자고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영민 비서실장이 쓰는 사무실이라고 방송한 것을 두고 윤 수석은 “KBS가 노영민 비서실장 사무실이라고 한 곳은 노영민 실장과 무관하며, 노 실장은 그 사무실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 역시 사용 여부에 대한 확인절차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사과와 정정방송을 요구했다.

이에 KBS는 아직 대외적으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제작진이 내부에 문제제기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KBS 시사기획창 제작진은 24일 밤 보도국 내부 게시판에 올린 성명을 통해 “청와대 측이 보도 내용에 수긍할 수 없다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등에 정정 보도 등을 신청하면 된다”며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창’ 제작진은 방송 전에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음을 분명히 밝힌다. 심지어 청와대에도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지난 18일 방송된 ‘복마전...태양광 사업’이 허위 보도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태양광 편을 직접 취재 제작한 이석재 KBS 기자는 지난 21일 미디어오늘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희 방송 내용은 모두 팩트를 근거로 제작됐다”면서도 청와대에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았는지를 물었을 땐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의 '복마전 태양광 사업' 편. 사진=KBS방송캡처
▲지난 1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의 '복마전 태양광 사업' 편. 사진=KBS방송캡처

제작진은 KBS가 22일 예정된 재방송을 결방시켰다며 제작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재방송 방송 예정일 하루 전인 21일 편성본부에서 재방송 여부에 대한 문의가 있었고 ‘창’ 제작진은 아무 문제없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대체 편성이 이뤄졌다”며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반발하기만 하면 재방송도 결방시키는 것이 KBS가 추구하는 언론관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편성본부장은 재방송 불방을 결정한 경위를 밝히고, 그 과정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KBS의 한 중견기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송되기 전 사전심의에서도 대통령 발언 부분과 노영민 실장 부분 등의 추가확인취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반영하지 않은채 방송했다”며 “내부에서도 제대로 된 방송인지 논란이 있었는데도 외압 또는 자율성 침해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실제 사전심의내용을 보면, KBS 심의위원은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의 태양광 업체 위치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사무실입니다’라고 언급해 노 실장과의 연관성을 시사하고 있는 데 양측 관련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전언에 어이없는 결정이 내려진다’라고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점도 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이번 방송과 재방송 결방등의 중심에 있는 홍사훈 시사제작국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부에서 논의중이며 오해가 있는 부분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청와대의 공개반론이 있던 21일 왜 입장을 내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말할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다”며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며, 현재 보도본부 내부에서 논의중이다. 오해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재방송을 결방한 이유, 제작자율성을 침해했다는 제작진의 주장을 두고도 홍 국장은 “내부 논의가 진행중”이라고만 답했다.

사전 심의에서도 대통령 발언과 노영민 실장 사무실 부분의 추가취재가 필요하다고 나온 것이 왜 반영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홍 국장은 “오랫동안 시사기획국장 해왔고, 관리자 입장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지금이야 (외압, 제작자율성 침해등) 말초적인 부분에 혹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홍 국장은 이날 기자협회 주관으로 보도위원회를 열어 제작진과 수뇌부가 2시간 가까이 토의를 했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사전심의 때 지적사항을 두고 양쪽의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며 회의 내용이 공유가 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작진이 사전에 청와대 확인요청을 했다고 하지만 방송에는 청와대에 확인요청을 했다는 대목조차 반영하지 않은 이유는 뭐냐고 묻자 홍 국장은 “충분히 보도본부 내에서 그 부분을 두고도 입장 차이가 있다”며 “소통하려고 노력, 오늘 다 끝난 것은 아니고, 이 부분에 대해 추후에 이번 주 내에 다음주에 보도위원회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사진=KBS방송영상 갈무리
▲지난 1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 사진=KBS방송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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