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 법제화 논의 새 국면 맞았다
인터넷방송 법제화 논의 새 국면 맞았다
‘인터넷방송’ 통합방송법 규정 논란에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개정안 내놔
콘텐츠사업자 규제 대상 제외·플랫폼 규제 수준 낮췄지만 심의 가능성 여전 

 

올해 초 ‘인터넷방송’을 ‘방송’으로 규정해 논란이 불거졌던 통합방송법안(방송법 전부 개정안) ‘2차 개정안’이 나와 새 국면을 맞았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고 인터넷방송사업자의 법적 지위 부여 방안을 공개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발표한 1차 안은 (인터넷방송 사업자를) 다 방송으로 정의했지만 오늘 낸 안은 제3의 서비스로 규정하고 필요한 부분만 규제하자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플랫폼 사업자만 규제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아무런 제약조건을 두지 않아 표현의 자유 문제를 벗어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성수 의원은 지난 1월 인터넷방송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를 방송사업자로 규정하는 방송법 전부 개정안(통합방송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변화한 매체 환경에 맞춰 방송을 다시 정의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었으나 여러 논란을 낳았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1차 개정안은 푹·티빙·넷플릭스 등 가입자 기반 유료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방송 서비스)를 IPTV와 유사한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규정했다. ‘부가유료방송사업자’ 등에 공급·판매하는 콘텐츠사업자는 ‘인터넷방송 콘텐츠제공사업자’로 규정했다. 이들 사업자는 기존 방송보단 덜 하지만 내용 규제 등 방송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유튜버가 유료OTT와 협업하는 순간 규제 ‘수준’이 달라지는 셈이었다. 

새로 방송에 편입되는 두 사업자 규정이 모호해 오남용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성실현모임은 유튜브·아프리카TV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했으나, 인터넷 미디어 사업자 자체가 모호하고 서비스 성격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법안 규정이 과도했다. 아프리카TV 해석을 놓고 공정성실현모임이 해석을 번복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유튜버들은 이 법안을 ‘보수 유튜버 탄압’ 프레임으로 쟁점화했다.

▲ 지난 1월 토론자 및 유관단체에 배포된 통합방송법 발표 세미나 최종안(위)과 현장에서 발표한 버전(아래). 법은 그대로인데 아프리카TV의 사업자 지위가 바뀌었다.
▲ 지난 1월 토론자 및 유관단체에 배포된 통합방송법 발표 세미나 최종안(위)과 현장에서 발표한 버전(아래). 법은 그대로인데 아프리카TV의 사업자 지위가 바뀌었다.

 

이날 발표한 2차 개정안은 유튜버 규제 논란이 제기된 ‘인터넷방송 콘텐츠제공사업자’를 규제 대상에서 뺐다. 플랫폼의 경우 OTT 정의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가 아닌 ‘온라인동영상 제공사업자’로 바꿔 ‘방송’이 아닌 제3의 개념으로 만들었고 규제 수준도 낮췄다.

1차 개정안에 따르면 관련 사업자들은 ‘방송심의규정’을 적용받지만 2차 개정안은 “방송 공정성 차원의 내용심의는 하지 않지만 이용자 권익증진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방통심의위가 심의할 근거를 마련한다”고 했다. 방송보다는 수위가 낮은 제3의 심의를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곽동균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제화’와 ‘규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OTT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규제는 신중할수록 좋다. 미국도 4년 동안 답을 못 낸 사안”이라며 “방송법에 작은 방을 만드는 게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인터넷 사업자는 성격이 수시로 변해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하기 힘들다. 다른 길을 찾는 게 좋다”고 했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지난 1월 제기된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했으나 온라인동영상 제공사업이 광범위하다. 방송법 틀에서 논의하는 게 규제를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는 “용어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방송이 아닌 융합서비스라 했을 때 네트워크 중심인지 콘텐츠 중심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방송통신심의가 강력한 상황에서 심의 가능성을 열어둔 데 우려도 나왔다. 지난 1월 1차 세미나에서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전히 내용심의 근거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고 했다. 

▲ 그래픽= 이우림 기자.
▲ 그래픽= 이우림 기자.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모법에 ‘심의’할 수 있다고 써 놓고 시행령이 위임하는 방식인데, 심의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왜 별도 심의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한국의 방송규제와 통신 심의 규정이 막강한 상황에서 OTT를 이 기준에 맞추려고 하니 논란이 커진다”며 “역으로 국내 방송규제를 OTT 환경에 맞게 바꾸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되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대응할 별도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국내법 특성상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에 적용이 어려워 국내 사업자 ‘역차별’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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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6-26 16:40:02
개인적으로 국민을 선동할 수 있는, 언론/방송/포털의 독점을 반대한다. 거대 자본에 국민 의견을 묻힐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OTT를 심하게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