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로켓배송, 쿠팡맨을 갈아서 연료로 쓰는 로켓은 출발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쿠팡맨 30여명이 25일 배송물품이 아닌 피켓을 들고 쿠팡 본사 앞에 모였다. 지난 4년 간 오르지 않은 임금 개선과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쿠팡맨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쿠팡노조에 따르면 쿠팡맨의 임금은 쿠팡맨 체제가 도입된 뒤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노조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잡 레벨’에 따라 임금수준을 책정하는 임금체계를 꼽는다. 해당 분기에 실적 평가에 따라 ‘레벨 업’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을 뿐더러 각 레벨 당 급여도 4년 간 동결이라는 것이다. 쿠팡맨노조는 “사고가 나면 최대 20만원씩 급여에서 차감하는데 하한이 없어 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고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25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쿠팡지부 조합원이 “우리는 인간이다. 기계가 아니다”라며 회사를 향한 요구사항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25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쿠팡지부 조합원이 “우리는 인간이다. 기계가 아니다”라며 회사를 향한 요구사항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25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25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반면 쿠팡맨 한 명이 배송해야 하는 물량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노조에 따르면 쿠팡맨이 처음 도입된 2014년 쿠팡맨들의 배송 물량은 하루 80~90가구였다. 그러나 올해는 140~150가구에 이른다. 박세욱 사무장은 “현장에서 쿠팡맨들이 처리해야 할 물량은 미친듯이 올라가는데, 우리들의 임금은 동결이다. 쿠팡은 동종업계 최고라는 말만 반복한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 연대 참가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많은 언론이 쿠팡맨 출범 당시 정규직 근로자 신분이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정작 근로시간은 지켜지지 않고, 하루 물량을 완수하지 못하면 새벽까지 초인종을 누르며 일한다”며 “이게 우리가 원했던 정규직은 아닐 것”이라고 외는다.

쿠팡맨노조는 쿠팡 측이 노조와 20차례의 교섭자리를 가지고도 노조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쿠팡맨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열 달,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교섭을 시작한 지 여덟 달”이라며 “그간 사측은 어떤 요구도 듣지 않고 있다. 아예 할 수 없다는 답변조차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한 쿠팡맨이 쿠팡 측을 향해 작성한 메시지. 사진=김예리 기자
▲한 쿠팡맨이 쿠팡 측을 향해 “너도 살고 나도 살자, 임금동결 해결해라. 얼굴 보고 얘기하자”고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하웅 쿠팡지부장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쿠팡 측에 김범석 대표이사에게 보내는 서한과 쿠팡맨이 적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하웅 쿠팡지부장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쿠팡 측에 김범석 대표이사에게 보내는 서한과 쿠팡맨이 적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들은 이날 “적정물량 설정해서 휴게시간 보장하라” “4년간의 임금동결 올여름에 올려보자” “노조를 인정하라, 교섭을 존중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결의대회를 마친 뒤 쿠팡지부 조합원들이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에게 보내는 서한과 쿠팡맨들의 메시지를 쿠팡 측에 전달했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이날 “쿠팡의 원칙은 쿠팡맨들을 외주 주지 않고 직고용해 4대보험 등 일반 회사원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업무시간을 쿠팡맨 도입 당시보다 줄이도록 했으며, 물량 숫자가 늘었지만 그렇다고 노동 강도가 이에 비례해 높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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