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현 제주CBS 기자는 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지금까지 관련 기사 30여 건을 작성했다. 그는 이번 보도를 하며 본질과 관련 없이 자극적이거나 유족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은 각별히 조심했다. 

지난 1일 단독 보도(“제주 펜션서 전 남편 살해 혐의 30대 여성 긴급체포”) 당시 그는 제주 압송 전부터 사건을 인지했다. 단독 기사를 더 빠르게 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긴급체포 과정에서 사건이 보도되면 범인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까 보도를 자제했다. 고 기자는 피의자가 압송된 직후 해당 기사를 보도했다. 

고 기자가 쓴 기사를 시간 순으로 보면 이번 사건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제주 펜션서 전 남편 살해 여성 압송… 범행 도구 발견”(6월1일), “제주 펜션서 전 남편 살해한 30대 여성 범행 ‘시인’”(6월2일), “제주 전 남편 살해 여성 ‘시신 해상에 버렸다’”(6월3일), “제주 전 남편 살인 고유정 신상 공개”(6월5일), “[단독]고유정 엉터리 수사 제주 경찰, 유족이 CCTV 찾아줘”(6월7일), “[단독] 고유정에 희생된 그가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노래’”(6월8일), “[단독] 고유정 허위 진술에 놀아난 경찰, 수사력 ‘도마위’”(6월10일), “[단독] 고유정 경찰 수사 ‘난맥상’ 졸피뎀도 현 남편이 알려”(6월17일), “[단독] 고유정 제주서 시신 유기 정황, 경찰 왜 숨겼나”(6월24일). 

▲고상현 기자가 쓴 기사들 목록. 사진=노컷뉴스 홈페이지 캡처.
▲고상현 기자가 쓴 기사들 목록. 사진=노컷뉴스 홈페이지 캡처.

고 기자는 고유정씨 아이와 관련된 일이나 자극적 표현 등을 쓰지 않으려 유의했다. 고 기자는 “사건 초기부터 펜션에 아이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아이가 어리고 아이가 받을 충격을 고려해 보도하지 않았는데 일부 언론은 그것을 너무 쉽게 다뤘다”며 “특히 살해 방법이나 시신 훼손 과정 등을 잔혹하게, 직접적으로 쓴 기사도 있었다. 이를 완곡하게 표현하려고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가해자의 일방 주장을 받아 적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사건을 무분별한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했다.    

“특정 언론을 지적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비판과 지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일부 기자들은 경찰서를 상주하면서 팩트 확인을 했다. 유족 접촉도 조심스럽게 했다. 그러나 경찰서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자가 자신이 취재한 것처럼 재상품화해 보도했다. 실제 취재한 적 없는데도 해설 기사를 쓰고 모두가 들은 경찰 서장 브리핑 내용에 ‘단독’을 달기도 했다. 실제 취재해보면 설득력이 없는 가해자의 일방 주장을 보도해 유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 언론 보도를 보고 씁쓸했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 대회의실에서 박기남 서장이 고유정 사건 검찰 송치 전 최종 수사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고상현 기자.
▲11일 제주동부경찰서 대회의실에서 박기남 서장이 고유정 사건 검찰 송치 전 최종 수사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출처=고상현 기자.

고 기자는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보도를 피하는 한편 경찰의 부실 수사를 드러내고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는 “경찰 수사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유족이 CCTV를 보고 직접 찾은 고씨의 수상한 행적. 이를 테면 고씨 차량에 (동석해야 할) 피해자가 보이지 않았던 장면 등 이런 정황을 경찰이 찾지 못했다”며 “고씨가 졸피뎀을 갖고 있었던 것도 현 남편이 고씨를 면회하러 갔다가 알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기자가 경찰의 부실 수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답은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고 기자는 “기사 댓글을 보면 국민들은 경찰의 부실 수사에 굉장히 공분하고 있다. 또 유족들도 크게 상처를 받은 상황”이라며 “경찰은 수사의 미흡점을 인정해야 한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경찰의 미흡한 수사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현 시스템을 검증해보는 기사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