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_보좌관’은 금배지를 달고 싶어 하는 욕망의 소유자인 한 보좌관을 중심으로 암투를 그린 정치 드라마다.

주인공 보좌관이 비리 자료를 가지고 국회의원과 직접 대면해 협박하는 장면이 화제다. 극적인 장치로 넘어갈 수 있다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앞으로도 드라마는 현실과 상상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드라마 보좌관이 여과 없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언론의 모습이다. 매회 등장하는 기자는 소품 정도에 불과하지만 드라마의 현실성을 높이는 고도의 장치로 활용된다.

일례로 ‘언론사를 등에 업고 대표 자리를 굳히려는’ 여당 의원과 정치인으로 ‘점프’를 하고 싶은 유력 방송사 아나운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여당 대변인을 맡고 있던 강선영 의원(신민아 분)을 쫓아내려고 하자, 강 의원은 아나운서에게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시청률이 왜 떨어지는지 분석을 해봤어요? 방송사 간판 시사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봤는데 오늘 아침에 뉴스에서 나온 얘기, 차에서 휴대폰으로 본 기사, 뭐 하나 다를 게 없던데, 정해진 대본은 있죠? 근데 자기 이름 걸고 하는 프로에서 누가 써준 대로 읽기만하면 좀 민망하지 않아요”

같은 이슈를 무한 반복하고 차별성 없는 뉴스를 내놓는 한국 사회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라마 속 보좌관은 노동자 30여명이 사망한 한 기업의 대표이사를 국감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지만 기사로 나오지 않는다. 비리 자료를 들고 그나마 ‘정의롭다’는 언론사 기자를 찾아가지만 역시 어렵다는 답을 듣는다. 기업의 이름은 ‘부강전자’다. 최대 광고주인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기사 쓰는 걸 포기하는 언론의 모습을 비꼬는 대목으로 봐도 무방하다.

▲ JTBC 드라마 '보좌관'
▲ JTBC 드라마 '보좌관'

드라마는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 사회 언론의 모습을 적극 활용한다. 언론은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플레이에 호응하고 음모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핵심 증언이 ‘있다’는 뉴스는 나오지만 진실이 담긴 증언 자체는 뉴스가 되지 못한다.

드라마 한축을 맡고 있는 혜원 보좌관(이엘리야 분)이 기자 출신이라는 점도 역설적이다. 혜원 보좌관은 기자 시절 내부 고발자의 제보를 받아 기업 비리를 폭로하지만 이후 내부 고발자는 철저하게 보복을 당한다. 혜원은 자신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기자 시절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과거는 한국 사회에서 기자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부고발자의 삶이 고단하는 것을 애써 보여주는 것도 반짝 관심을 쏟다 여론이 식으면 진실에 더 가까이 가지 않으려는 언론에 각성을 촉구하려는 뜻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드라마는 대기업 비리 기사는 못쓰고, 내부고발자는 보호하지 못하는 등 자본과 정치권력에 무기력한 존재로 그리면서 현실 속 기자에게 “당신은 왜 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한 대기업이 뿌린 보도자료를 한 통신사가 기사화한 통계를 내봤더니 99%로 나왔다. 기업과 유착 관계가 드러난 언론인은 ‘영업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인의 발언은 세상을 흔들 것처럼 보도하지만 진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제는 외면한다.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41위다. 69위였던 박근혜 정부 당시보다 28계단 올랐으니 확실히 언론자유 체감온도를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조사 결과 뉴스를 신뢰한다는 우리나라 사람의 응답은 25%로 나왔다. 조사 대상 37개국 중 꼴찌다. 언론자유지수와 뉴스신뢰도 사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것은 결국 기자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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