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5일부터 SBS가 <8뉴스>의 탐사보도 코너 <끝까지 판다>를 통해 손혜원 의원과 손 의원 측근들의 목포 지역 부동산 매입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많은 언론이 ‘손혜원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명명하여 보도를 쏟아냈고 ‘투기’로 볼 수 없다는 논란이 일자 SBS는 ‘국회의원의 이익충돌 행위가 본질’이라 강조했습니다. 

이후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손혜원 의원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고발했고 지난 6월18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일)는 손혜원 의원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과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손혜원 의원이 목포시청 관계자로부터 도시재생 사업계획이 포함된 ‘보안자료’를 취득하고, 이를 이용해 도시재생 사업구역에 포함된 토지 26필지·건물 21채 등 14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지인 및 재단에게 매입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목포시를 도시재생사업구역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손 의원의 압력은 없었다고 판단하여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 관련 직권남용 의혹, 문화재청 외압 의혹, 국립중앙박물관 인사 개입 의혹, 나전칠기 매입 압력 행사 의혹도 증거가 없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 손혜원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1월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손혜원 의원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1월23일 오후 목포 현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수사에 반응 엇갈린 언론

손혜원 의원은 “다소 억지스러운 검찰 수사 결과”라며 즉각 반발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국정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언론 간에도 검찰 수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특히 모든 의혹의 출발점이었던 SBS, 1월 SBS의 최초 보도 당시부터 목포 현지 취재로 반박성 보도를 냈던 목포MBC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습니다. 목포MBC는 목포 현지의 반응과 검찰이 보안자료로 지목한 핵심 증거가 이미 언론 및 대중에 공개된 자료라는 사실을 보도했으나, 서울 언론들이 이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목포 주민 일부의 반응을 마치 전체 시민의 입장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시민 1명의 발언을 ‘목포 시민의 반응’으로 갈음한 조선일보

문제의 기사는 조선일보 <목포 시민들 “손혜원이 그럴 줄 알았당께”>(6월19일, 조홍복 기자)입니다. 제목부터 목포 시민들이 손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기사에서 손 의원을 언급한 취재원, 즉 목포 시민은 단 2명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두 사람 중 하나는 ‘검찰의 수사 내용이 사실이라면’이라고 단서를 달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 70세 익명 상인 한 사람의 발언을 ‘목포 시민들’의 반응으로 갈음해 제목으로 쓴 겁니다. 심지어 조선일보의 제목은 사투리까지 섞어 ‘목포 시민들의 반응’을 강조하려 했습니다.

▲ 조선일보 ‘목포 시민들 “손혜원이 그럴 줄 알았당께”’(6월19일) 중 손 의원 관련 시민 인터뷰.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조선일보 ‘목포 시민들 “손혜원이 그럴 줄 알았당께”’(6월19일) 중 손 의원 관련 시민 인터뷰.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이 기사는 한 눈에 보기에도 근거를 의심할 만 했습니다. ‘목포 시민들도 손혜원 의원을 비판한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최소한 여론조사라도 포함돼 있어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기사 첫 머리부터 “투기지 왜 투기가 아니여? 다 자기 잘되자고 돈 쏟아부은 거제”라는 “목포시 만호동에서 10년째 김치장사를 하는 이모(70)씨”의 격앙된 반응을 명시했고 이 시민의 발언을 열거했습니다. 여기에 제목에서 ‘목포 시민들의 반응’으로 쓴 “그럴 줄 알았당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지난 1월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만호동 주민들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동네에 투자해 준 손 의원이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검찰이 ‘보안 정보로 부동산을 차명 매입했다’고 발표하자 상당수 주민이 충격받은 모습”, “반감을 드러내는 주민도 많았다”면서 ‘돌아선 여론’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반감을 드러낸 주민이 많다’면서도 그 반감을 표한 시민 인터뷰는 고작 2개였던 겁니다. 

‘지역 피해’를 은근슬쩍 손 의원과 연결하기도

조선일보는 손혜원 의원에 반감을 드러낸 목포 시민 인터뷰를 2개 인용한 후에는 “부동산 거래가 전혀 없다”는 “한 부동산업자”, “현실적으로 올해 사업 진행은 어렵다”는 “이승만 목포시 도시문화재과장”, “4월부터는 예전처럼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라는 “농협 앞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박모(63)씨” 등 3개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직접 손혜원 의원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역시 손 의원 논란으로 목포시 곳곳에서 피해를 봤다는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보도를 시작하면서 “투기지 왜 투기가 아니여?”라는 자극적 메시지를 내세운 조선일보의 의도가 그러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예상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 일대의 모든 피해가 손 의원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일부 시민들의 인터뷰로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러나 손 의원을 기소한 검찰도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과 손 의원은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모 등 절차에서 손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조선일보가 보도한 일부 시민, 관계자들의 불만이 손 의원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장사가 안 된다’, ‘부동산 거래가 끊겼다’는 일부 시민들의 지적이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손 의원 때문인지, 확실한 정황 없이 ‘손혜원 랜드’, ‘손혜원 투기’ 등 과도한 프레임으로 지역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운 언론 보도 때문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고민 없이 입맛에 맞는 인터뷰만 골라 ‘손혜원에 등 돌린 목포시민’이라는 그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조선일보 보도는 매우 부실합니다. 

지역 혐오까지 부추긴 보도

조선일보가 보도 제목에서 사투리까지 섞어 지역성을 강화한 점도 짚어봐야 합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결국 지역에 대한 편견까지 부추기게 됩니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에는 19일 오후 4시 40분 네이버 기준으로 댓글 2,744개가 달렸는데, 이 기사에서 9,024건의 ‘동의’를 받은 베스트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선일보 기사 ‘목포 시민들 “손혜원이 그럴 줄 알았당께”’(6월19일)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네이버 댓글 (네이버 기사 댓글란 캡쳐).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조선일보 기사 ‘목포 시민들 “손혜원이 그럴 줄 알았당께”’(6월19일)에서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네이버 댓글 (네이버 기사 댓글란 캡쳐).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극히 일부의 의견 하나만을 전라도민 전체의 의견인 양 일반화한 조선일보 보도는 애초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상종을 말아야지”라는 식의 일반 대중의 편견을 부추긴 셈이 되었고, 이는 사실 특정 지역 혐오까지 야기한 것입니다.

4명 인터뷰하고 조선일보와 정반대 결론 낸 중앙일보

한편, 중앙일보는 같은 날 조선일보와 정 반대의 목포 민심을 전했습니다. 중앙일보 <“아무도 안 찾던 땅인디 투기라고?” 손혜원 기소에 뿔난 주민들>(6월19일, 김준희 기자)는 4명의 목포 시민 목소리를 통해 손혜원 의원을 지지하는 여론을 전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제목에 사투리를 섞었고 일부 시민의 반응만 전했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와 크게 다를 바는 없으나 그 내용은 달랐고 시민 한 명의 입장을 ‘목포 시민들’의 입장으로 갈음하지도 않았습니다.

▲ 중앙일보 ‘“아무도 안 찾던 땅인디 투기라고?” 손혜원 기소에 뿔난 주민들’(6월19일) 중 손혜원 의원 언급한 시민 인터뷰
▲ 중앙일보 ‘“아무도 안 찾던 땅인디 투기라고?” 손혜원 기소에 뿔난 주민들’(6월19일) 중 손혜원 의원 언급한 시민 인터뷰

물론, 중앙일보가 전한 시민들의 반응 역시 목포 시민 전체의 여론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 보도는 최소한 4건 정도의 시민의 의견을 취합해 그 중 공통된 의견을 제목으로 뽑았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와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다만 목포 시민 입장을 그대로 전하는 목적이었다면, 이런 식의 르포 기사 형태가 아니라, 여론조사 등을 통한 보다 성의있는 여론 수렴 작업을 거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예 목포를 찾아가지도 않고 서울에서 앉아서 쓰는 보도태도에서는 한걸음 나아간 것일지 몰라도, 이런 식으로 몇 명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것이 전체 여론인 양 부각하는 것은 정확한 여론반영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한 사람의 부정적 발언만이 기사에 들어있는데, 그 한 사람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목포 시민들’이라고 제목붙인 조선일보의 보도는 과장이며 왜곡에 가깝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6월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지면보도에 한함)  
※ 문의 : 이봉우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박철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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