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생존 철거민 김아무개(4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씨 부고와 참사 책임에 대한 입장 문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용산참사 유가족‧철거민들은 24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망루 농성에 참여한 김씨 부고를 전했다. 진상규명위는 “김씨가 최근 트라우마로 우울증을 치료받던 중 22일 밤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튿날 오후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김씨가 출소 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간혹 우울과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가족들은 김씨가 사람이 달라져 속내를 얘기하지 않고 혼자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용산4구역) 상가 세입자들이 재개발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남일당 건물 망루농성에 들어가자, 경찰특공대가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이 나 철거민 5명과 특공대원 1명이 숨진 사건이다. 당시 용산4구역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던 김씨는 화재 당시 4층에서 뛰어내려 생존했지만 구속됐다. 그는 3년 9개월 수감생활 끝에 2012년 10월 석방돼 이후 배달 일을 하며 노모와 살았다.

▲경찰특공대가 2009년 1월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 건물에서 강제진압 작전을 하던 중 불에 휩싸인 망루를 지켜보는 농성자들과 강제진압에 동원된 컨테이너에 탄 경찰. 사진=민중의소리
▲경찰특공대가 2009년 1월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 재개발지역 4층 건물에서 강제진압 작전을 하던 중 불에 휩싸인 망루를 지켜보는 농성자들과 강제진압에 동원된 컨테이너에 탄 경찰. 사진=민중의소리

진상규명위는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직 철거민들에게만 참사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쓴 채 살도록 떠민 경찰과 검찰, 삼성 건설자본과 국가가 그를 죽였다”고 했다. “과잉진압이라는 경찰 인권침해 조사위위원회의 결론을 부정한 김석기 의원의 뻔뻔한 말과 태도가 그를 죽였다”고도 했다.

김석기 한국당 의원(경북 경주)은 이날 김씨의 부고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은 김석기 의원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3차례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김석기 의원은 김씨 부고에 대한 입장과 ‘정당한 진압이었다’는 기존 견해가 변함 없는지를 묻는 문자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김석기 의원실은 오후 5시30분께 “의원총회가 열려 답변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중앙일보 인터뷰와 지난 1월21일 기자회견 등에서 “용산 ‘화재사고’는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상황이 지금 발생하더라도 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박진 위원은 이날 미디어오늘에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김석기라고 생각한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용산참사에 관해 그를 대면해 책임을 물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김석기 의원이 한 건 피해자가 아니라 언론을 향해 이야기한 게 다다.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도 없는지, 본인은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뭘 했는지, 피해자 고통에 한 마디라도 할 생각이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박진 위원은 “검찰과 경찰의 조사위원회 모두 핵심은 용산참사 책임자가 누군지 밝혀내는 일이었다. 그러나 경찰조사위는 당시 김석기 청장과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 등 지휘부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어떤 처벌 의견도 내지 못했다. 검찰과거사위도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경 조사위 결과를 놓고 ‘이만큼 밝혀줬으면 되지 않았냐’는 태도가 오히려 김씨를 조사위 이전보다 더 절망으로 몰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민중의소리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용산참사 당시) 검찰이 미진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며 철거민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재수사는 권고하지 않았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5일 “경찰청이 안전대책이 미비한데 진압을 강행했고, 사건 뒤엔 진압의 정당성을 홍보하려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밝히며 공식 사과를 권고했다. 김 의원은 이들 조사위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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