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디지털 분야를 총괄 지휘하는 우진형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이 지난 19일 조선일보 노조 인터뷰에서 “조선닷컴이 네이버보다 뉴스보기 더 편하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 우 실장을 영입했다. 그는 네이버 개발센터장, SK커뮤니케이션즈 CTO(최고기술경영자) 등을 역임한 IT 전문가다. 조선일보가 외부 IT 전문가를 국장급 자리에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디지털 분야에서 수익을 내려면 결국 콘텐츠 사용자에게 비용을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2~3년 내 단계적 콘텐츠 유료화를 고려 중”이라고 했다. 국내 언론 유료화 전략이 안착한 사례가 드물어 그의 전략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 실장은 조선일보 디지털 분야 강점으로 ‘고품질 콘텐츠’와 ‘맨파워’를 꼽았다. 반면 약점에 대해서는 “지면 콘텐츠를 디지털에서 어떻게 구현하고 운영할지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도 지속적 운영 관리가 잘 안 됐다”고 밝혔다.

현재 종이신문 제작은 조선일보가 맡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는 조선비즈가 담당한다. 쉽게 말해 본사 기자들은 지면만 신경 쓰면 된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는 조선비즈 기자들이 쓰고 있다. 내부 일각에서는 “이원화된 구조가 인력 운용, 온오프라인 간 의사 소통, 신사업 추진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 조선일보 디지털 분야를 총괄 지휘하는 우진형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이 지난 19일 조선일보 노조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20일자 조선노보
▲ 조선일보 디지털 분야를 총괄 지휘하는 우진형 조선일보 디지털전략실장이 지난 19일 조선일보 노조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20일자 조선노보

우 실장은 “조직이 별도로 있다고 해도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된 방향성,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조선일보 편집국은 지면을 어떻게 잘 만들까만 고민하고 이를 디지털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기자 개개인이 기사 준비 과정에서부터 그런 고민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고민할 사람이 편집국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 실장은 ‘콘텐츠 유료화’에 대해 “디지털 광고시장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주요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우리만한 조직이 이들과 경쟁하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결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에게 어떻게든 비용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콘텐츠 및 서비스에서 네이버와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똑같은 콘텐츠가 네이버에도 노출되고 있는데 누가 돈 내고 볼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포털에 선별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핵심 콘텐츠를 우리 사이트나 앱에서만 노출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닷컴은 서비스 측면에서 더 개선해야 한다. 독자들이 조선닷컴·조선일보 앱(어플리케이션)에 와서 기사를 보고 ‘여기가 뉴스보기 최적이다’, ‘조선닷컴이 네이버보다 정리가 잘 돼 있네’라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며 “우리 사이트는 회원 가입이 정말 힘들게 돼 있다. 멤버십 페이지를 거쳐 본인 인증 등을 해야 하는데, 이걸 훨씬 쉽고 편하게 바꿔야 한다. 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독자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노출시키고 추천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치고 계획을 세우면 신문 구독료와 연계하는 패키지 모델 등 단계적 유료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디지털 경쟁력 확보와 관련해 “IT 전문업체나 포털사이트 등이 경쟁 대상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들 업체와 경쟁해서 핵심 기술 인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기술력을 우리 안에서 키울 것이냐, 필요에 따라 외부 도움을 받을 것이냐는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우 실장은 향후 계획에 “10월 말 조선닷컴과 앱 서비스 1차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인터넷과 모바일, 앱 구성을 통일성 있게 바꾸겠다”며 “올해 말에는 독자가 선호하는 분야의 기사를 알아서 추천하거나 관심 기자 기사를 구독할 수 있게 하는 등 개인화 서비스도 제공될 것이다. 조선일보가 수십 년간 축적한 고급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우 실장은 조선일보 내부 문화에 대해 “오랜 전통을 가진 조직이고 특히 언론사이다보니 위계 질서가 정말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일하는 방식도 지시에 따라 시키는대로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실제 와서 보니 의사표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훨씬 더 유연했다. IT 기업이라고 해도 대표나 팀장의 일방적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고 평했다.

그는 “특이했던 건 사령장이었다. 사회생활하면서 사장님께서 주시는 사령장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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