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출범한 KBS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가 활동을 끝내면서 KBS 구성원 19명의 징계를 권고했다. 진미위는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사례를 조사한 적폐청산기구이다.

진미위는 24일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두 5건의 조사에서 19명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징계는 인사위원회에서 공식 절차를 밟아 심의해 결정된다.

진미위는 기자협회정상화모임, 영화 ‘인천상륙작전’ 강압적 취재 지시, 성주 사드 반대 시위 보도 부당징계 건을 편성규약, 보도위원회 운영세칙, 취업규칙(성실, 품위유지) 등 위반으로 18명의 징계를 권고했다. 특정 출연자 일방적 하차 등 아침마당 관련 방송제작가인드 라인 제20장 20호(출연자), 취업규칙(성실, 품위유지) 등 위반으로 3명, 1라디오 전 국장의 특정인 자의적 출연배제 등 직권 남용 관련 취업규칙(성실, 품위유지) 등 위반으로 2명(대상자 중복)의 징계를 권고했다.

진미위는 1년 동안 모두 22개 조사결과 보고서를 채택, 의결했다. 다만, 징계시효가 2년으로 규정돼 있어 2008년부터 진행된 정권개입에 따른 방송 공정성 훼손 사례 등을 상당수 조사해놓고도 징계 권고를 내리지 못했다.

진미위가 조사해 보고서로 의결 채택한 대표사례는 지난 2016년 KBS기자협회 정상화모임 결성 건이 있다. 정상화모임 등장 이후 1년 동안 기자협회는 보도위원회 개최를 모두 9번 요구했지만 단 한차례만 진행하는 등 편성규약을 무력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기자협회정상화모임이 중심에 있다고 봤다. 정상화모임 참여자를 모집하면서도 인사상 불이익을 언급하면서 인사원칙을 훼손한 직장질서 문란 행위로 판단했다.

진미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보도 정보 시스템에 기록된 1400여 건의 기사 내용 변경 이력을 추적하고 보도본부 간부와 평기자 30여명을 조사한 결과 최순실 태블릿 PC가 의심된다는 보도 등이 나왔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가 편성에 개입해왔음을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공식 문서로 확인했다.

2008년 가수 윤도현이 TV와 라디오 진행을 하다 동시에 교체된 것에도 국정원이 개입된 정황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백서에서 인용한 국정원 문건에 따르면 “김제동, 윤도현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제재는 이들의 노이즈마케팅으로 역이용된 점을 감안하여”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밖에 윤창중 씨 성추행 사건을 덮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포장해 특집으로 편성한 프로그램도 당시 길환영 KBS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고, 프로그램 편성 이후 9시 뉴스에서 윤창중씨 성추행 관련 뉴스가 사라졌다.

2014년 4월27일 세월호 참사 모금 생방송에는 실종자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고,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는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내부 반발도 거셌다.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경영진 지시와 사적인 청탁에 따라 특혜성으로 정치인이나 경영진 지인이 출연하기도 했다.

▲ KBS진실과미래위원회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활동 성과 및 한계를 밝혔다. (좌) 복진선 진실과미래추진단 단장. (우) 정필모 부사장.
▲ KBS진실과미래위원회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활동 성과 및 한계를 밝혔다. (좌) 복진선 진실과미래추진단 단장. (우) 정필모 부사장.

진미위는 △편성규약 실효성 확보와 교육 의무화 △뉴스·프로그램의 공정성 강화 △불합리한 관행 개선·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제도개선 사항으로 권고했다.

예를 들어 외부 권력이 개입할 프로그램 중 하나인 모금방송에는 사회적 재난과 소외계층 부조 등에 한정해 운영하도록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관련 내용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선거 보도와 관련해서는 선거보도 준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검증하기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분석 연구하고 해당 작업을 정례화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진미위는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를 권고하지 못했다면서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공무원법에 준해 일반 징계시효를 3년으로 정하는 추세에 따라 KBS도 공사 직원으로서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징계시효는 3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2012년 파업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받는 사람과 시사기획창 ‘친일과 훈장’ 불방에 따른 재정적 피해와 관련 제작진에 피해구제를 권고했다.

진미위 실무부서인 진실과미래추진단 복진선 단장은 “이걸(조사결과) 바탕으로 인사 조치나 제도개선을 하겠지만 준거점은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복진선 단장은 “제작 자율성이 침해되고 국정농단 사건 보도 참사로 이어지면서 KBS 신뢰도 하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다시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에 조사 역량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복진선 단장은 “특히 징계 시효가 2년 밖에 안 되는데 노사 합의로 도덕성과 윤리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상향 조정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진미위 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 부사장은 진미위 활동에 “시청자에게 봉사하고 믿을 수 있는 방송을 하기 위해서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임을 규명하고 기록을 남기고, 그에 따라서 응당한 조치를 취하고 제도 보완으로 KBS가 국민에 봉사하는 신뢰를 주는 방송으로 태어나기 위한 하나의 불가피한 절차”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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