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선별’ 등원

국회 정상화가 또 물 건나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선별적 등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북한 목선, 붉은 수돗물 등을 다루는 상임위에만 선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운영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부분적으로 참석할 전망이다.

이날 아침 신문들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사안을 전하면서도 상반된 논조를 보였다. 가장 대조적인 건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기사다. 조선일보는 “여, 오늘 본회의 총리 시정연설... 한국당 ‘여, 국회 정상화 의지 없어’” 기사를 내고 한국당의 입장을 제목에 부각했다. 기사 본문에는 민주당 입장은 한 단락 언급된 반면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입장은 두 문단 들어가는 등 비중이 컸다.

반면 한겨레는 “입맛대로 상임위 시정연설 보이콧... ‘한국당 국민 안 보이나’”기사를 냈다. 조선일보와 달리 한국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제목에 뽑았다. 한겨레는 “정부 공격의 호재로 삼을 만한 상임위에는 입맛대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선별복귀 선언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진다”고 했다.

▲ 24일 조선일보와 한겨레 기사.
▲ 24일 조선일보와 한겨레 기사.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도 한국당에 비판적인 기사를 냈다. “정부와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일정에만 응하겠다고 한 것”(경향신문) “한국당의 무차별 발목잡기를 국민이 무한정 용납할리 없다”(한국일보) “체리피커(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사람) 등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신문) 등이다.

한편 한겨레와 동아일보가 전한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180도 달랐다. 동아일보는 “부분복귀도 분명 한국당 나름의 의사표시이고 양보의 뜻일 것”이라는 바른미래당 입장을 전하며 “민주당에 성의를 보이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는 “(선별등원은) 자기 입맛대로 하겠다는 뒤끝의 표현으로 국민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라는 바른미래당의 입장을 전했다. 동아일보를 보면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을 비판한 것 같고, 한겨레를 보면 바른미래당이 한국당을 비판한 것 같다.

실제 바른미래당의 양쪽 모두를 비판했는데, 신문사들은 자사 논조에 유리한 대목만 뽑아 보도했다.

▲ 바른미래당 논평을 상반되게 전한 한겨레(위)와 동아일보 기사.
▲ 바른미래당 논평을 상반되게 전한 한겨레(위)와 동아일보 기사.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이 23일 낸 논평의 관련 대목은 다음과 같다.

“국회를 풀가동해도 민생법안들과 정부가 원하는 추경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상임위별 선별 참여는 국민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분 복귀’도 분명 자유한국당 나름의 의사표시일 것이고 양보의 뜻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팔짱만 끼고서 자유한국당이 하자는 상임위만 응한다면 거기에 끌려다니는 집권여당으로 전락하고만 말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국회정상화를 위한 나름의 양보와 성의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조건 없는 국회의 완전 정상화를 촉구한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 수감되자 언론은 상반된 입장을 냈다.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은 파국을 우려한다는 사설을 냈다. 이들 신문은 민주노총이 현재 참여 중인 일자리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가 깨져선 안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그가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할 만큼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소환 불응이나 잠적 등 도망의 낌새조차 없었다”고 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김 위원장이 주도한 세차례 집회가 어떤 배경에서 이뤄졌는지 돌아보길 바란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탄력 근로시간제 확대의 문제를 지적했다.

▲ 24일 조선일보 기사.
▲ 24일 조선일보 기사.

반면 보수신문에서는 구속 영장의 부적절성, 사회적 대화가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 관련 집회가 열린 배경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선일보는 “다시 민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 나겠구나라고 느낄 수준으로 투쟁해야 된다”는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을 부각하며 “정부 기업을 대놓고 협박한 것이다. 이런 적반하장이 또 없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친노동정책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의 요구 수준은 계속 높아져왔다”고 주장했다.

보수신문은 이번 일을 계기로 범여권 내 갈등, 민주노총과 정부의 갈등을 부각하는 기사를 냈다. 특히 조선일보는 “민노총 위원장 구속 놓고... 정의당 대 친문 비난전” 기사를 내고 “범여권 진영에서 내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를 비판한 심상정 의원의 게시글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가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의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는 “변할 수밖에 없다던 노무현처럼...정부, 민노총과 결별하나”기사를 냈다. 그는 과거 정부여당 인사들의 민주노총 비판 발언을 전하며 집권 이후 노동계를 비판한 노무현 전 대통령 대자뷔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민노총 위원장 구속에.. .한줄 논평도 못하고 끙끙 앓는 청 여권”기사를 통해 “민주당 일각에선 이번 구속을 계기로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며 익명의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발언을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