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 위험 관련 정부 조사 결과를 다루면서 인용했던 전문가가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자기 발언을 바로잡았다.

조선일보는 22일자 12면에 ‘알려왔습니다’ 형식으로 “5월22일자 16면 ‘반도체 여성 근로자, 백혈병 1.6배 위험’ 기사에서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가족력 등 1대1 면담을 통해 알 수 있는 직접 정보들이 많이 빠졌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명 교수는 ‘가족력에 대한 내용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을 밝힌다’면서 ‘이번 연구의 결과를 발표한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니 수용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가 자기 발언이 실렸던 언론사 지면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바로잡은 셈이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자 16면에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보다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1.55배 높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외부와 차단된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의 백혈병 발병 위험은 일반 근로자보다 2.7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지난 5월23일자 16면. 빨간색 네모는 명준표 교수 발언 관련 내용. 명 교수 멘트는 온라인 보도에서는 삭제됐다.
▲ 조선일보 지난 5월23일자 16면. 빨간색 네모는 명준표 교수 발언 관련 내용. 명 교수 멘트는 온라인 보도에서는 삭제됐다.

이 내용은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전날 발표한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를 인용한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전문가 인용’이었다. 조선일보는 원 보도에서 “가족력 등 다양한 암 발생 요인이 조사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반도체 근로자가 일반 근로자보다 혈액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명 교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실었다. 

원 보도를 보면 명 교수는 “가족력 등 1대1 면담을 통해 알 수 있는 직접 정보들이 많이 빠졌기 때문에,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정도로만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해당 조사 결과 의미를 다소 낮춘 해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명 교수 발언은 온라인 보도에서 삭제됐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명 교수 인터뷰는 명백히 왜곡된 것”이라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명 교수는 조선일보 기자의 문의에 대해 ‘가족력 관련한 내용은 일반인구집단도 문제 아니겠느냐, 보고서 안본상태에서는 확실한 답변 드리기 어렵다. 과거 연구결과보다 더 조사를 많이 해서 이번에는 유의성뿐만 아니라 효과의 크기도 크게 나온 것일 뿐 아니라 발표기관에 대한 신뢰도 높으니 수용하는 게 맞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중략) 무엇보다 명 교수 인터뷰에 대한 어떤 해명도 공식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명준표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선일보는 명 교수 멘트가 온라인 보도에서 삭제된 뒤에도 보도 소제목을 “전문가 ‘가족력 등 변수 빠져’”라고 달고 있다. 

▲ 조선일보 지난 22일자 12면.
▲ 조선일보 지난 22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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