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지난달 24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은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아들이 부친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21일 반론보도문를 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반론보도는 정정보도와 달리 언론보도가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이 엇갈릴 경우 한쪽이 보도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반론권을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해당 SBS 보도가 논란이 됐던 이유는 김학의 전 차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사업가 최씨가 유명 밴드그룹 ‘잔나비’ 보컬 최정훈의 부친이라서다.
SBS는 21일 반론보도문에서 “보도와 관련해 해당 사업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아들들이 경영에 개입한 것처럼 진술한 적은 있지만 아들들의 이름으로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일 뿐 아들들은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SBS는 지난달 24일 “‘김학의 접대’ 사업가, 사기 피소…보컬 아들 개입 의혹” 제목의 리포트에서 “구속된 김학의 전 차관에게 수천만 원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한 사업가가 사기와 횡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피해자가 한둘이 아닌데 이 사업가의 아들인 유명 밴드 그룹 멤버가 문제의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최씨의 두 아들이 최씨 회사의 1, 2대 주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하는 등 경영에 적극 참여했는데 부친의 사업권 매매 계약 사기 혐의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SBS는 지난 1일 후속보도에서도 최씨가 검찰 조사에서 “아들 2명도 사업권을 넘기는 데 반대해 주총을 결의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음을 밝혔다.
김학의 전 차관과 관련한 최씨의 뇌물 공여 혐의 사건과는 별개지만, SBS 보도 이후 최씨의 아들 두 사람이 잔나비 보컬 최정훈 형제(형은 매니저)로 알려지면서 최씨는 SBS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와 함께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신청했다.
SBS는 “우리와 최씨는 지난 18일 언중위에서 ‘최씨 측 반론보도만 SBS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어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반론보도된 내용은 이미 SBS가 최씨 측 해명으로 리포트에 반영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잔나비 소속사 페포니뮤직은 21일 페이스북 공식페이지에 ‘SBS 8뉴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관련 입장’이라며 “언중위 조정 신청 결과 부친의 회사 경영에 최정훈 형제가 참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SBS가 수용해 21일 정정 반론 보도를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SBS는 ‘잔나비 측의 발표는 허위’라며 “반론보도는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와 대립되는 반박적 주장을 실어주는 것’으로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해주는 정정 보도와는 전혀 다른 것인데도 ‘정정’이라는 단어를 교묘히 넣어 마치 SBS가 잔나비 측 주장을 수용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SBS에 따르면 최씨가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개념을 착각한 실수”라고 사과했고, 잔나비의 매니저인 최정준씨도 “여론몰이를 할 의도는 없었고 착오가 있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SBS는 이날 SBS 8 뉴스 리포트에서 “잔나비 소속사와 최씨 측이 사과문을 게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SBS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명확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잔나비 측은 언중위 중재 관련 입장문에서 ‘정정 반론 보도’를 ‘반론 보도’라고 수정한 상태다. 페포니뮤직은 최정훈 형제의 부친 회사 경영 참여 의혹과 관련해선 “이 모든 일은 부친의 사업 건으로 아들로서 명의를 빌려준 것이 전부”라며 “임시주총에는 참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부친이 지정한 분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고, 그 이후 진행된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고 경영 참여 또한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수사단은 김 전 법 차관을 2003년~2011년 사이 최씨로부터 신용카드와 차명 휴대전화, 명절 떡값 등 3900여만원을 제공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했지만, 뇌물 공여 혐의를 받은 최씨는 공소시효 7년을 넘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정훈씨는 부친과 김 전 차관의 관계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인스타그램에 “내가 아는 사실은 아버지와 그 사람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까이 지내던 친구 사이였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며 “저는 그 사람으로 인해 어떠한 혜택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SBS의 사과문 게재 요구에 대해 잔나비 측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