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아들이 ‘부족한 스펙에도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말했다가 거짓말로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숙명여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내가 아는 청년은 학점도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면서 “졸업해서 회사 원서를 15군데 냈는데 10군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졌고, 서류를 통과한 나머지 5군데는 아주 큰 기업들인데도 다 최종합격이 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소개한 그 청년은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다. 황 대표는 “글자적인 스펙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결정력이 없다”며 “결정력 있게 (특장점이) 몇 가지 있으면 면접을 통해 심층 심사에서 결국 되더라”고 주장했다. 본인의 아들이 스펙은 뛰어나지 않아도 대기업에 취업한 사실을 일반적 취업 성공 사례처럼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 법학과 2001학번인 황 대표의 아들은 졸업 후 고시 공부를 하다 2012년 1월 KT에 입사, 이후 1년 만에 법무실로 배치했다. 황 대표는 2011년 8월 부산고검장 퇴임 후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에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3년 1월 박근혜 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이 때문에 ‘명문대 출신에 황교안 아들로 태어난 게 스펙 아니냐’며 황 대표의 공감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황 대표의 숙대 강연 중 아들 일화와 관련해 지난 21일 논평에서 “죽어라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절망하는 청년들 앞에서 스펙 없이 취업한 사례 얘기는 약 올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소리로 입만 열면 국민들 가슴에 천불이 나게 만드니 참으로 신묘한 재주를 가졌다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KT에 입사한 황 대표 아들의 실제 스펙은 ‘학점 3.0 이하, 토익 800점대’도 아니었다. 황 대표는 본인의 숙대 강연 발언 후 논란이 일자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고 정정했다. 

황 대표는 “아들 일화로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고 얘길 한 것인데 그것도 벌써 8년 전이고, 청년들이 요즘 겪는 취업 현실은 훨씬 더 힘들고 어려워졌다”면서 “내가 이야기하려고 한 핵심은 비록 현재 점수나 스펙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시도해보면서 얼마든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꿈도 또한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강연과 해명은 아들 관련 부정 채용 의혹을 외려 더 키우는 꼴이 됐다. 앞서 지난 3월 KT새노조는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그의 아들은 KT 법무실에서 근무했다”며 검찰에 김성태 한국당 의원 딸 특혜 채용을 넘어 KT 채용 비리 전반에 수사 확대를 요구했다. 

그러자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황 대표는 2011년 8월 공직에서 퇴임했고, 아들이 KT에 입사한 것은 그 이후인 2012년 1월이다. 사내 법무팀으로 이동한 것은 2013년 1월이다. 황 대표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것은 2013년 3월이다”며 “아들의 KT 입사와 보직 배정은 모두 황 대표가 사인으로 있을 때로, 공직을 통한 어떠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번 황 대표의 대학 강연 후 아들의 KT 입사가 다시 논란이 되자 KT새노조는 21일 성명에서 “황 대표의 아들이 학점과 토익점수가 낮거나, 축구를 잘 했느냐와 무관하게, 아들이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 법무팀에 배치된 배경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새노조는 “황 대표의 아들은 2012년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1년 만에 법무실로 배치됐는데, 어떻게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그가 법무실로, 그것도 입사 2년차에 발령날 수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KT 이석채 회장 등이 당시에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점이다. 아버지는 수사를 하는 쪽에, 아들은 수사를 받는 기업의 법무실에 있는 기이한 구도가 만들어 졌다”고 꼬집었다.

새노조는 이어 “김성태 의원의 딸 당시 채용 비리로 KT 전 회장 등이 재판받는 상황에도 여전히 청탁자인 김 의원은 기소조차 되지 않고, 마찬가지 의혹을 받은 야당 대표는 아들의 취업 얘기를 청년 앞에서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 비애를 느낄 청년들에게 KT새노조는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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