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에 태어났습니다. 10대에 IMF를 겪었고 20대에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20대에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며 ‘개새끼’라고 멸시 당했고 어느 경제학자는 이 세대에게는 사회가 아무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른바 ‘88만원 세대’라고 동정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우리는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었고 처음으로 기성세대로서의 울분을 경험했습니다. 항상 동정을 받던 세대가 처음으로 아랫세대에게 죄의식을 느낀걸까요? 그렇게 2016년 광화문에서 불붙은 촛불은 그들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주었을까요?

바꿈세상을바꾸는꿈과 LAB2050은 지금까지 잘 몰랐던 2030세대의 ‘정치’를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바꿈과 랩2050은 오는 6월 29일(토) 오후 2시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청년정치를 상상하다.’ 공론장은 개최합니다. 2030세대라면 누구나 참여해 우리 시대 정치를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가신청하기 : bit.ly/청년정치

30대에게 정치란 무엇일까?

홍명근 : 지금의 정치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있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든가 ‘88만원세대’ 라는 책이 나오고 10년은 넘게 흐런거 같아요. 그 동안 청년세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나요? 3포세대, 니트족, N포세대, 헬조선, 흙수저… 용어만 바뀌었지 세상을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나요? 그리고 그걸 바꿔야 할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성기병 : 사실 우리 세대부터 정치에 대한 본격적인 무관심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내가 초등학생 때 쯤 TV에서 IMF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죄송합니다” 라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던 장면이 떠올라요. 그게 정치에 대한 내 최초의 기억인거 같아요. 성인된 후 MB와 박근혜를 거치며 진보 진영이 몰락의 길을 걷는 과정이 내가 목격한 한국의 정치였어요. 그렇게 보수 진영이 집권한 뒤엔 정치 혐오가 팽배해졌어요. 공교롭게도 최근 촛불 혁명이 정치적 의식을 깨우기 직전까지만 해도 나는 정치적 공백의 세대가 아니었나 싶어요.

김민호 :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준거점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성장이냐 분배냐, 이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나는 후자에 방점을 찍고 있어요. 정치하면 저는 사람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런 점에서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돋보여요. 경기도와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요즘 대두되고 있는 ‘기본소득’ 운동의 출발점으로 의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이재명 도지사가 롤링주빌리, 즉 개인의 빚을 청산시켜주는 일을 매우 주요하게 보고 있기도 하고요. 

성기병 : 동의합니다. 일단 내가 그런 분배를 받아야 하는 계층이니까요. 결국 내 정치적 포지션은 내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처한 사회경제적 위치와 일치하죠. 그래서 난 항상 궁금해요. 젊은 사람들이 왜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 가진 게 없으면 당연히 성장보다는 분배 쪽에 방점을 찍는 진보 정당을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도 결혼을 하고 재산이 많아지고 집이 생기면 그렇게 될까요?  

홍명근 : 근데 아마 우리는 재산이 많아지고 집이 생기기는 힘들지 않을까. 정치인들이 출마하면 누가 부동산을 떨어뜨리겠다고 하겠어요. 다 우리 동네를 강남처럼 만든다고 하지.

성기병 : 저는 정치적 무지에서 오는 머뭇거림도 있어요. 뭔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려면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할 텐데, 또 그런 기준을 세우려면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게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정치에 대해 함부로 말해도 되나 하면서 뒤로 물러서게 되요. 제대로 알고 싶은 욕망은 있는데 그러기엔 먹고살기 바쁘고. 그게 안 되니까요.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30대, 첫 투표는 모두 후회였다

성기병 : 나는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거라는 환상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인제 후보를 뽑았어요. 정치, 선거, 투표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었죠. 난 ‘남들이 안 뽑는 사람 뽑을 거야!’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거든요.

홍명근 : 나는 경기도지사에 김문수 후보를 뽑은적이 있다. 그 때는 일 잘한다는 이미지였고 지금처럼 이렇게 태극기 집회를 나가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어요. 평생 숨겨두고 싶은 기억이에요. 너무 부끄러운 투표에요. 죄송합니다.  

김민호 : 나는 이명박 후보를 뽑은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정치적 입장이 전혀 없었고요. 정치혐오가 더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내요. 아버지에게 듣고 아버지의 표심 하나 더 효도했어요.

성기병 : 우리가 그만큼 몰랐다는 거에요. 저는 06학번인데 대학 시절 대통령은 이명박이었어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우리 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욕했어요. 대통령을 조롱하고 패러디하고 멸시하는 게 하나의 놀이였죠. 그런데 당시 나는 잘 공감하지 못했어요. 왜 대통령을 욕하지? 나이도 어린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무식하고 무감각했어요. 

홍명근 : 학교에서 투표에 대한 공부와 학습이 전혀 없어서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선생님들이 중립이라고 말을 잘 안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중립이 더 위험한 거 같아요. 정치를 배재하거나 정치에 대한 혐오가 학교 때 조정되는 거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교육 없이 어느 날 갑자기 20살이 됐다고 투표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첫 투표는 흑역사가 되었어요.

김민호 : 독일의 경우 중고등학교 때부터 정당을 만드는 실험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학교에서 ‘숙제하기 싫은 당’ 같은 당을 만들어서 불만에 대해 정치적으로 조직해서 저항할 권리를 학습한다고 해요. 정치가 수용되는 교육, 그런 교육이 참 부럽네요.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30대, 우리는 어떻게 바뀌었나?

홍명근 : 촛불집회 때 20대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이화여대 학생들이요. 그러나 동시에 30대가 된 우리 세대는 무엇을 했는가 물어볼 수 밖에 없었어요. 우리가 20대 때는 개새끼라고 욕을 먹었잖아요? 굉장히 씁쓸했어요.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욕먹는게 슬프잖아요. 물론 저만 해도 1학년때 부터 토익학원을 다녔으니까요. 

성기병 : 저도 대학교 때는 무색무취였어요. 20대 초반에 이인제를 뽑았으니 말 다했죠 뭐. 오히려 정치적 성향이 처음으로 흔들린 것은 군대 시절이었어요. 폐쇄적인 집단에 속하다 보니까 오히려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심이 제대로 훈련된 것 같아요. 그때 알았죠. ‘나는 평범하지 않구나, 반골 기질이 있구나.’ 또 출판계에 들어와서 일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세상이 불평등에 눈을 뜬 거죠. 팟캐스트 영향도 컸어요. 저는 <나꼼수> <그것은 알기 싫다> 등을 들으면서 세상에 문제가 많다는 것에 눈을 떴어요.

김민호 : 저는 심지어 “시위는 곧 악”으로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제 직업이 목사잖아요. 교회에서 세뇌 받은 것 중 하나가 로마서 13장 1절,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졌으니,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고 이런 생각에 갇혀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시위에 대한 거부감이 심겨져 있었다. 하지만 신학 공부를 하면서 진보적인 신학, 해방 신학 등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김지하 시인의 ‘금관의 예수’를 비롯해 ‘역사적 예수’ 분과에 속한 자료들 중 예수의 상(像, image)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가진 글들이 정말 많아요. 제일 좋아하는 글은 엔도 슈사쿠의 <예수의 생애>(카톨릭출판사, 2003), 마커스 보그의 <기독교의 심장>(한국기독교연구소, 2009)이나 <그리스도교 신앙을 말하다>(비아, 2017)를 입문으로 추천해요. 제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질렀지만, 한국교회는 침묵해온 예수의 이미지가 있어요. 오늘날 다수의 한국교회는 그저 메시야 예수 이미지만 선전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잖아요? 이런 공부를 한 게 정치적으로 각성하도록 이끌어주었어요. 

홍명근 : 나는 시민단체에서 인턴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시민단체 경력을 이력서에 한 줄 넣으려고 들어갔어요. 다양한 경력이 있어야 자소서 쓰기 좋으니까요. 하지만 거기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지금 직업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되었고요. 참 알다가도 모를일이에요.

30대, 정치와 미래

홍명근 : 사실 문재인 정부를 보면 좀 답답해요. 기대가 커서인가 인기, 지지율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촛불이 만든 정부잖아요. 나는 조금 더 과감하게 가는걸 보고싶어요. 가계부채, 임대료, 부동산 등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데 이런 문제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거 같아서 아쉬워요. 

성기병 : 저는 정치가 실생활에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하고 싶어요. 일단 나는 우리 회사에서 ‘청년내일채움공제’라는 저소득 청년 근로 지원금 정책의 수혜자거든요. 또 한 달에 5만원씩 공단으로부터 교통비를 지원받고 있고 국민임대주택에서 월세 6만원을 내고 생활하고 있고요. 공교롭게도 모두 문재인 정권 이후 내게 벌어진 일들이고 이것들은 내가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나는 이것이 정치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가 지금 필요해요.

김민호 : 저는 추천민주주의 즉 제비뽑기라는 방식에 주목하고 싶어요. 북유럽에서는 정치인들이 직업을 자주 바꾼데요. 노동 강도가 너무 세서 오히려 연임하는 정치인이 적데요. 국회 주차장에는 고급승용차가 아니라 자전거가 즐비해 있는 사진도 인상적이었고요. 지금 2030세대가 정치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추첨민주주의를 통해 모두가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맥락에서 나도 정치 한번 하고 싶어요. 버나드 마넹의 <선거란 민주적인가>(후마니타스, 2004)에 의하면, 민주주의의 골자가 ‘추첨’과 ‘교체’ 더라고요. 이 두개가 각각의 시민들에게 공공 기능을 수행할 적절한 기회를 제공해주는거죠. 특히 추첨은 선발되지 못한 사람에게 굴욕감을 주지도 않고 뽑힌 사람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도 방지되니 이상적이지 않나요?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청년이 정치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성기병 : 2018년 지방선거 때 30대 중반의 독립서점 주인장이 지역구 구의원에 출마했었어요. 구의원에 출마하는 과정을 SNS에 올려 생중계했는데 그의 취지에 공감한 다른 30대들이 저마다 사는 지역에서 구의원에 출마하며 작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봐요. 물론 모두 떨어졌지만요.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우리도 정치를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각자의 자신의 삶을 살다가 잠시 선거에 나서기도 하고 아니면 작은 모임을 만들어 다함께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우리 30대의 가장 큰 장점은 정치를 대하는 유연성이라고 생각한다.

홍명근 : 우리나라 정치 너무 무거워요.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정도로 삶을 거니까 도박과 같다고 생각해요. 당장의 삶이 위협받는 청년이 누가 나가겠어어요. 기득권만 나가겠죠. 또 30대는 대부분 일을 하니까 지역 커뮤니티에 참여할 여력이 없어요. 특히 함께 모여서 이야기할 창구 자체도 모자라고요. 그런대 그 상황에서 정치? 청년들에게는 사치이죠. 워라밸이 이뤄지고, 열심히 일을 하면 집을 살 수있고, 보험료와 월세 부담없고, 애를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어야 자기 동네를 돌아보고, 시대를 고민하고, 그 해법을 정치에서 찾게 되지 않을까요? 그게 저는 청년정치를 위한 방향이라고 봐요.

김민호 : 작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한 녹색당 신지예 후보가 4위를 기록했었잖아요.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교육감선거도 청소년들이 선거권은 없지만 적극적 역할을 하는걸 본 적도 있고요. 또 20대에 정당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일상이 곧 정치”라는 명제를 되새긴다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정치적 함의가 담기지 않을까요? 우리 셋 모임처럼 작은 모임들이 풀뿌리차원에서 많아져야 한다고 봐요. 그게 청년정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성기병 : 나는 다른 무엇보다 직장 공동체가 청년 정치의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30대란 무엇인가? 죽어라 일하고 또 일하고 일만 하는 세대잖아요. 소위 90년생부터는 개인주의와 워라밸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다고 하지만 어린 시절 IMF를 겪으며 파산의 위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회사가 아닌 다른 대안을 제대로 상상하지 못한 채 자라버린 우리 30대는 전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성실한 모범생 세대가 아닌가싶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직장에서 작은 정치 공동체를 꾸리는건 어때요? 노조를 통해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고 별도의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잖아요.

홍명근 : 지금 국회를 보면 50-60대 남성이 대부분인데 인구비례상 맞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10년이 지나도 청년정책은 변화가 없는 것 아닌가 싶어요. 왜 청년들이 결혼을 안 하고, 아기를 낳지 않고, 자살율은 높은지 정말 우리 정치가 그 원인을 모를까요? 변화가 필요해요. 내년 총선에는 그 공고한 기득권에 변화를 중 2030세대의 상상력이 필요해요. 다 같이 모여서 자주 이야기하면서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 사진=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현 한국 정치에서 청년 문제가 의제화되지 않고 청년이 대표되지 않습니다. 정치란 누군가를 대변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정치는 2019년 유권자 4307만 여명 가운데 45세 미만은 45.2%를 차지하지만, 45세 미만 국회의원은 전체의 6.3%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제의회연맹(IPU) 조사 결과 45세 미만 청년의원 비율이 150개 조사 대상 국가들 가운데 143위에 불과합니다.

청년이 한 사회 안에서 몫을 가진다는 것은 곧 한 사회 안에 청년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일자리 정책 위주의 청년 정책은 많으나, 그 정책안에 온전한 나의 자리가 있다고 여기는 청년은 많지 않습니다. 경제/일자리 중심 청년 정책은 자신의 몫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청년의 주체성을 상상하게 한다면, 청년의 사회적 성원권은 개개인이 투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이미 마련된 공간을 상상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청년정책이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후자에 가까울 것이며, 갖은 부조리와 어려움에서 오는 청년 의제를 발굴하고, 대표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30청년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모이고, 청년 정치에 관한 상상도 널리 퍼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 현장에 함께해주세요. - 편집자 주 ※ 참가신청하기 : bit.ly/청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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