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가 외국인 노동자 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경제학’으로 비판했다. 황 대표는 지난 19일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고 기여한 것도 없어 산술적으로 똑같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기철 매일경제 정치부 차장은 21일 칼럼(“황교안 대표를 위한 경제학 특강”)에서 “국가 지도자를 꿈꾼다면 반드시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며 칼럼 취지를 밝혔다.

김 차장은 △보이지 않는 손 △사회에 기여하는 이기심 △공정과 정의 등 ‘경제학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경제 개념으로 황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황 대표가 말한 대로 외국인 노동자들 임금을 내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대체재’인 내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다. 내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시장 작동 원리인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활용한 비판이다.

▲ 21일자 김기철 매일경제 정치부 차장 칼럼.
▲ 21일자 김기철 매일경제 정치부 차장 칼럼.

김 차장은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고 이런 이기심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내용의 ‘국부론’을 소개한 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는 ‘먹고 살겠다’는 이기적인 목적으로 일하지만 그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 노동자의 국적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그리고 황 대표의 주장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도 세금을 낸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차장은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자유주의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을 보장하는 사회적 장치가 존재해야 하며 이 사회적 장치가 ‘경쟁과 윤리와 법’이라고 말한다”며 “‘외국인에 대한 임금 차별’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은 자유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황 대표 발언은 그의 전공 분야인 ‘법’의 관점에서도 잘못된 것”이라며 “법의 최고 가치는 ‘공정’과 ‘정의’일 텐데 ‘외국인 임금 차별’은 공정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

학계에서도 황 대표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본주의 경제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그들이 생산에 기여한 바만큼의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그렇다면 이들(외국인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소득만큼의 기여가 있었다는 뜻이며 이들을 가리켜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낼 테니 세금을 안 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나는 그들과 관련된 세법 규정을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소득세도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따라서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잘못된 현실 인식”이라며 “제1야당 대표가 이런 잘못된 현실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보수주의의 기본 정신은 자유시장경제이고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라며 “내외국인 임금 차별 정책은 근로기준법 및 ILO협약에도 위배되는 잘못된 국수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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